최근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정부 산하 각 연구소, 연구지원기관, 기업들의 장 등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른바 새 정부 국정철학의 핵심 키워드인 ‘창조경제’에 대해 설명하고 협력을 요청했다고 한다. 최장관은 이 자리에서 창조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기초과학의 실용산업화를 강조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한국경제의 질적 도약을 꾀하고 일자리 창출과 성장잠재력 확보를 위해 ‘창조경제’를 강조했다. 새 정부의 창조경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신성장동력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최장관이 장기적인 투자가 관건인 기초과학 육성보다 기초과학이라도 단기적인 성과를 강조했는 지도 모른다. 

문제는 새 정부의 창조경제가 신성장동력 산업에 주력하고 일자리창출을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청사진이 자칫 연구개발과 관련 기초과학보다는 응용연구나 개발연구에 포커스를 맞추도록 연구자들을 현혹시키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올해 R&D 예산계획도 창업과 신산업 창출에 대한 적극적 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최순홍 청와대 미래전략수석도 최근 창조경제의 사례로 싸이, 페이스북, 구글, 애플, 카카오톡 등을 꼽았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수십년간 응용과학이나 개발연구에 치중해 기초과학을 등한시 하는 뼈저린 경험들을 하고 있다. 최근 기초과학연구원의 기능 활성화는 기초과학을 되살리자는 의미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새 정부의 이같은 창조경제론이 어렵게 기초과학으로 끌어모은 관심과 지원을 다시 되돌리는 상황을 연출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페이스북, 구글, 애플, 카카오톡 등이 창조경제의 사례라고 한다면 그같은 기술이나 산업이 가능했던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그 기저에서 그 모든 것이 가능하도록 했던 것은 기초과학연구다. 그 기반을 탄탄히 하는 것은 창조경제라는 이름으로든 아니든 매우 중요한 일이다.

산업을 일으키고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부흥시키는 것은 응용과학 개발연구라는 일종의 공식을 파괴해야 한다. 그게 안된다면 기초과학연구는 창조경제와는 철저히 다른 차원에서 안정적 지원을 굳건히 약속받아야 한다. 기초과학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은 창조경제라는 국정기조를 넘어서야 할 만큼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기초과학 연구자들은 더욱 책임감을 갖고 역량을 다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연구자들의 자세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벨상은 기초과학 분야 연구자에게 수여된다. 우리나라 연구환경에서는 어차피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기 어려우니 기초과학 육성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그러나 기초과학연구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단순히 노벨상 수상자를 한 명쯤은 배출하겠다는 욕심에서는 나타난 것은 아니다. 이미 많은 대가를 지불한 수십년간의 경험을 통해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기초과학 육성으로 노벨상을 수상했다면 그 자체가 중요하다기 보다는 노벨상을 탈만큼 인류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연구환경을 포함해 장벽들은 많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환경이란 것도 없다. 그러하기에 정부는 완벽할 수는 없지만 기초과학의 기반을 탄탄히 하기 위한 최선의 연구환경 지원을 약속해 주어야 하고 기초과학 연구자는 환경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최선의 연구력을 발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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