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봉사·재능기부 동아리 학생들 호응 높아

▲ 부산대 공학교육거점센터 사업 Project BEE 로고. 창의성과 따뜻한 마음을 가진 공학도를 상징한다.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부산대 공학교육혁신센터(이하 혁신센터)는 부산과 경남지역을 포괄하는 동남권 13개 대학 공학교육의 ‘심장’이다. 지난 2007년 당시 산업자원부가 주관하는 공학교육거점센터·공학교육혁신센터 지원 사업에 나란히 선정됐고, 지난해에는 두 사업이 모두 2단계에 접어들며 ‘공학교육 우수대학’으로서 위상을 굳히고 있다.

부산대 혁신센터의 목표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창의적 인재 양성’이다. 공학기술이 근본적으로 인간과 사회에 편의를 제공해왔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부산대에서는 이를 ‘착한 기술’이라고 부른다. 착한 기술이란 영리만을 목적으로 하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에 기여하는 기술을 말한다.

임오강 혁신센터장은 “착한 기술은 ‘착한 사회’를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며 “학생들이 공학 지식과 기술을 통해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인성교육과 지성교육을 병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마디로 ‘착한 기술’을 개발할 창의적 엔지니어를 키워내겠다는 뜻으로, 혁신센터는 이를 위해 창의성과 봉사, 재능기부 등에 초점을 맞춰 교육한다. 공학기술을 활용해 개발도상국에서 필요로 하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창의 충전소’와 글로벌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착한 기술 설계 공모전’이 대표적 프로그램이다. 공학 재능기부 동아리인 사랑공학 연구회(이하 사랑공학회)도 적극 지원한다.

▲ 인도네시아 공학봉사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이 현지 주민·제품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공학봉사 프로그램인 창의 충전소는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봉사활동을 하는 동시에 전공지식과 창의성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개발도상국을 방문, 학교에서 배운 공학기술을 바탕으로 현지 주민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해야 한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공대생들과 팀을 이뤄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제품을 제작하기 때문에 외국어 능력과 팀워크까지 키울 수 있다.

글로벌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는 ‘착한 기술 설계 공모전’ 역시 착한 공학도를 길러내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매년 ‘공학봉사설계프로젝트’와 ‘공학설계론’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모전이 열린다.

올해에는 세컨드푸드(유통 과정에서 남는 식재료) 건조기, 무동력 선풍기, 수질정화 기능이 있는 드럼물통, 하수쓰레기 처리기 등 주로 개발도상국에서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들이 출품됐다.

▲ 부산대 공학교육혁신센터 기술봉사 프로그램에서 제품을 제작하고 있는 학생들
혁신센터는 재능기부 동아리 사랑공학회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계교육을 비롯해 언어-문화교육, 글쓰기 교육 등을 지원하고 있다. 공학봉사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학생들이 지난 2010년 창설한 이 동아리는 지역의 낙후된 시설 보수나 환경개선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주말에는 저소득·다문화 가정의 초·중학생들을 대상으로 공학교실을 열어 재능기부에 동참한다.

사랑공학회는 이 같은 지원에 힘입어 지난해 3월 한국과학기술총연합회 주관 ‘이공계대학생 과학기술동아리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11월에는 일산 킨텍스(KINTEX)에서 열린 공학페스티벌에 유일한 재능기부 동아리로 참가해 눈길을 끌었으며, 현대자동차 정몽구재단의 교육재능기부 공모전에선 1등을 거머쥐는 등 대외적인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처럼 착한 기술에 대한 학생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데에는 혁신센터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공학교육 프로그램에 친밀감을 불어넣는 작업들을 해왔다. 혁신센터는 별도 사업명과 캐릭터, 로고, 모바일 어플리케이션(BEE HAPPY·BEE STORY)등을 만들어 학생들이 쉽게 다가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회에 기여하는 엔지니어 길러낼 것”
[인터뷰]임오강 부산대 공학교육혁신센터장

▲ 임오강 부산대 공학교육혁신센터장
-부산대 혁신센터 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공학의 본질은 사회에서 요구하는 제품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좋은 제품의 기준도 달라지기 때문에 우리 혁신센터는 창의설계 역량을 키우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전공지식은 물론 인문-사회 소양과 봉사, 재능기부, 자율 과제 등을 통해 창의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간판 프로그램 창의충전소를 기획한 계기는
“우리 센터가 교육 프로그램에 ‘착한’ 이라는 어휘를 자주 쓴다. 인간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 공학인데, 현대사회에서는 기업 경영과 연결되다보니 영리를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 학생들은 공학 지식과 기술을 통해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창의 충전소는 전공지식과 봉사가 연계돼있으니 인성교육과 지성교육을 병행하는 셈이다. 학생들 역시 동아리 사랑공학회를 통해 지속적으로 재능기부를 실천하고 있다.”

-지역 대학·산업과는 어떻게 연계하고 있나
“지역 대학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동남권 기술 선진 기업 데이터베이스(Southeast Technology Advanced Region DB, STAR DB)를 구축 중이다. 초기단계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고급 정보들이 누적될 것이다. 학교 포털시스템과 공유할 경우 학생들이 현장실습에 참여하거나 취업을 할 때 크게 도움 받을 수 있게 된다.”

-향후 혁신센터 운영계획은
“우선은 학생들 교육을 잘 시키려한다.학생들이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물건을 설계하고 만들어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다. 특히 새 정부에서는 창조경제를 강조하고 있다. 공학은 기존 ‘돈 되는 기술’이라는 인식을 넘어 글로벌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진행해온 프로그램들이 타 대학과 해외에서도 벤치마킹할 수 있을 만큼 ‘글로벌 스탠다드’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BOX] “공학교육혁신 프로그램, 무조건 추천!”
사랑공학회 소속 김동진·이성근 씨

▲ 부산대 재학생 김동진씨(왼쪽)와 이성근씨
“전공서적에 나온 이론은 혼자서도 배울 수 있어요. 하지만 현실에 응용하기란 훨씬 어렵죠. 혁신센터 프로그램을 따르다보니 더 좋은 공학도가 될 수 있었다 생각합니다.”

부산대 공학교육혁신센터 프로그램 산하 동아리 사랑공학회에 속한 김동진(조선해양공학과 4)·이성근(전자전기공학부 3) 씨는 혁신센터를 통해 지식은 물론 값진 경험을 얻었다고 입을 모았다.

삼성중공업 장학생에 선발돼 졸업 후 입사를 앞둔 김씨는 혁신센터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으로 ‘현장 경험’을 꼽았다. 그는 “창의 충전소, 공학페스티벌 등에 참여하면서 공학지식을 이용해 직접 제품을 만들 수 있었고, 어린 학생들에게 가르쳐줄 수 있었다. 생산적인 활동을 꾸준히 해온 경험이 취업 면접에서도 돋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혁신센터 프로그램으로는 두 학생 모두 인도네시아에서 진행했던 창의 충전소 공학봉사 프로그램을 꼽았다. 김씨는 오토바이의 난폭운전으로 현지 보행자들이 늘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점에 착안, 밤에 자동으로 불빛이 켜지는 LED 표지판을 만들었다. 이씨는 분리수거를 위해 페트병을 수거하는 부녀자들을 위한 압축기를 제작했다.

이씨는 “누군가 필요로 하는 물건을 직접 만든 것은 처음”이라며 “팀워크가 필요하다보니 소통방법과 협동심, 겸손함까지 배울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 씨와 이 씨는 귀국한 뒤에도 사랑공학 연구회에서 활동하며 공학교실, 공학페스티벌 등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했다. 두 학생은 “학부 4년간 학점을 잘 관리하는 것도 좋지만 혁신센터 프로그램을 거치면 공학도로서 한층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무조건 추천’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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