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최성욱 기자] 최근 서울소재 사립 H대 세종캠퍼스 총학생회가 축제기간에 클럽형 ‘초고가 주점’을 운영할 계획을 세웠다가 언론의 지적을 받자 규모를 축소해 주점을 개설했다. 이 같은 행보는  대학내 음주자제 분위기와 동떨어진 것이어서 빈축을 사고 있다.  

이 대학 총학생회는 지난 14일부터 3일간 열린 축제 행사의 일환으로 클럽 형태의 주점을 기획하면서 일부 자리에 수십만원을 책정했다. 이 주점은 교내 체육관에 무대와 조명을 달아 축제 첫째날과 둘째날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문을 열 예정이었다. 유명가수·DJ를 초청하는 등 서울의 신촌·강남 일대의 클럽과 유사한 방식이었다.  

눈여겨볼 사실은 이 주점의 이용금액이 최고 45만원으로 책정됐었다는 점이다. 물론 입장료만 내도 유명가수·DJ의 공연을 즐길 수는 있지만 VIP석, VVIP석 등을 사용할 경우 최저 15만원에서 최고 45만원의 비용을 내도록 돼 있었다. 테이블에 양주를 한 병씩 추가하면 8만원이 더해진다.

총학생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행사를 홍보하면서 학생들로부터 예약을 받았다. 예약은 일주일 만에 약 80%가 찰만큼 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학내외에서는 대학 축제가 ‘고액의 유흥문화’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도 함께 일었다. 이에 따라 본지가 취재를 시작하자 총학생회는 클럽 운영계획을 철회했다.

이로부터 불과 사흘 뒤, 총학생회는 기존의 운영철회 결정을 뒤집고 주점을 다시 열기로 했다. 물론 VIP석은 없앴다. VIP석은 당초 유명가수·DJ 초청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으나 이 비용은 총학생회 임원들의 공로장학금과 단과대학 학생회장들이 출연한 모금으로 충당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대학축제 문화에 대한 비판은 쉽게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대학에 재학 중인 A씨는 “대학축제에서 총학생회가 학생들에게 수십만원대의 이용료를 지불하게 만드는 행사를 기획했다는 자체가 충격적”이라며 “학생들의 호응도가 높았다는 사실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대학의 총학생회와 상당수 학생들은 그러나 “수십만원대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학생이 VIP석을 이용하는 게 무슨 문제냐”며 오히려 기자를 몰아세웠다.

반값등록금과 취업난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대학축제가 대학가의 문화를 선도하기는커녕 말초적인 놀이와 사치, 허영을 일탈과 대학생활의 로망이라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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