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아이돌 가수의 발언에서 촉발된 ‘역사 인식’ 문제가 화제다. 이 가수는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저희는 개성을 존중하거든요. 민주화시키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한 보수성향 사이트에서 비추천 버튼을 의미하는 은어로 사용되는 ‘민주화’ 라는 표현을 단어의 사전적 의미와는 상관없이 사용했다가 논란의 빌미를 제공하고 만 것이다. 그는 민주화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사용했다고 해명했지만 이 해명이 더 큰 논란을 불러왔다. 네티즌들은 고교 정규과정을 마치고 현재 4년제 대학에 재학중인 그가 ‘민주화’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사용했다는데 적잖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과연 단어의 의미를 부정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말투를 그가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사용했을까, 아니면 ‘민주화’라는 단어 뜻 자체를 몰랐을까. 어느 쪽이든 ‘민주화’ 논란은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인식문제로 비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화’란 단어는 60,70년대 군사독재 시절을 보낸 국민들에게는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숭고하고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말이다. 때문에 ‘민주화’를 문제의식 없이 사용했다면 군사독재에 항거한 많은 민주투사들에게 패륜적 모욕이 될 수 있으며 만약 그 의미를 몰랐다면 우리나라 역사를 모르는 한심한 국민이 될 수도 있다. 현재 많은 젊은이들은 3·1운동, 6·25전쟁, 4·19혁명 등의 의미를 모른 채 그저 하루 노는 날로 알고 있는가 하면 심지어 안중근의사를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인으로 이해할 정도로 역사인식이 낮은 상황이다. 여기에다 우리의 역사인식 문제를 다시금 생각게 하는 것은 작금 일본의 극우 정치인들이 동아시아 피해 국가는 물론 자국의 식자들마저 분노케 하는 왜곡된 역사인식으로 물의를 빚고 있기 때문이다. 연일 망언을 쏟아내며 침략 역사를 부인하고 있는 일본은 1995년 이후 세계사를 고교 필수과목으로, 일본사는 선택과목으로 지정했다. 초·중학교의 역사교육이 일본사를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고교과정에서 세계사를 보완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재량권을 가진 고교 학교장들이 대부분 일본사를 선택하기 때문에 사실상 일본 고교교육에서 일본사와 세계사는 모두 필수과목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우리의 경우 노무현정부 시절 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했으나 이명박정부 들어서는 다시 선택과목으로 돌려버렸다. 한국사 교육이 방향감각을 잃고 헤매는 사이 젊은이의 역사인식에 심각한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아이돌 가수가 민주화를 부정적 의미로 사용해 물의를 빚은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보면 이상한 일도 아니다 하겠다. 한 기업체 사장은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한국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과거를 알아야 미래를 볼 수 있고 소비자 구매심리를 파악할 수 있다”며 승진고과에 한국사시험을 넣기도 했다. 국어와 국사는 국민교육의 기초이다. 국어는 변함없이 필수인데 국사는 선택이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역사학자들은 분개한다. 우리 민족의 미래는 우리가 우리역사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달려있다.

서울대가 내년부터 모든 계열의 응시자는 고교에서 반드시 한국사 과목을 이수하도록 했다. 나아가 다른 국립대와 사립대들도 입시전형에서 한국사를 필수선택과목으로 지정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사를 모든 대학에서 교양필수과목으로 의무화 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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