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위권 대학으로 인문학‧교양교육 선도

[한국대학신문 손현경 기자 ] “과도하게 도구적인 대학 모델은 대학이 가진 탁월한 능력을 간과하고 근본적 물음을 던지는 질문자로서 대학 역할을 축소시켜버립니다.” 하버드대 총장 드루 파우스트의 말이다. 이는 많은 대학들이 ‘취업사관학교’라고 질타를 받고 있는 현실을 꼬집는다. 이렇게 준 취업학원으로 전락해가고 있는 대학사회에 새로운 틀을 제시한 것은 당연 경희대의 후마니타스 칼리지이다. 경희대가 지성인을 육성하고, 교양교육 강화를 위해 후마니타스 칼리지를 개설한지 올해로 3년차. 인문학 중흥의 획기적인 실험이라는 평으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후마니타스 칼리지를 직접 만나보자.

■ ‘시민교육’ 현장 들여다보기 =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는 ‘시민교육’을 교양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경희대 학생들이 ‘탁월하고 책임 있고 따뜻한 시민’ 으로서의 소양을 익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 강지은(체육학과 2), 김수미‧최영지(환경학‧환경공학과 2)씨는 ‘미혼모에 대한 인식 개선과 그들을 위한 비전 만들기’를 주제로 정하고 시민교육활동을 했다. 이들은 20문항의 설문지를 작성,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SNS를 활용한 홈페이지를 개설하는 등 미혼모에 대한 인식개선과 아이를 도울 수 있는 여러 방안을 생각했다.

강 씨는 “시민교육을 통해 관심을 갖는 법과 나눔을 베푸는 방법을 배웠다. 이와 함께 사회를 좀 더 좋은 곳으로 가기위해 우리가 투자할 수 있는 시간과 노력은 생각보다 적고 쉽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교과를 통해 나 자신이 성장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렇게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방안을 찾는 과정은 학생들 스스로의 힘으로 이뤄진다. 비판적 인식을 기본으로 상대방을 배려하며 타인을 위해 봉사 하고 실천적 지식인을 양성하는 것. 이것이 바로 후마니타스 칼리지 ‘시민교육’ 교과의 핵심이다.

학교 측은 “학생들은 시민교육 교과를 통해 사회 문제를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실천과 활동으로 변화에 이바지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며 “적극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현대적 시민성’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캠퍼스 공간도 변화시키는 후마니타스 칼리지 = 후마니타스 칼리지 과정은 시민교육뿐만 아니라 신입생이 들어야 하는 공통 필수과목 ‘중핵교과’, ‘배분이수 교과’, 시민교육과 글쓰기, 영어가 포함돼있는 ‘기초교과’, ‘자유이수교과’ 등 4가지로 구성돼있다. 중핵과목은 크게 인간의 가치탐색, 우리가 사는 세계라는 주제로 나눠지며, 배분이수교과는 생명, 자연, 사회, 평화, 역사, 논리 등 다양한 주제 중 5개 영역을 선택할 수 있다.

앞서 경희대는 지난 2009년에 배움학점제를 도입, 학생들이 직접 교양과목을 기획하고 강사도 직접 섭외하는 수업을 만들었다. 매주 목요일 진행되는 배움학점제 ‘도시농부학교’ 강좌는 밭에서 채소를 기르는 실습과 이론 수업이 병행된다. 학생들은 도시 농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체험하고 바른 식습관, 식문화를 배운다.

대학 캠퍼스에서 전공 책을 들고 다니는 학생들 사이로 괭이를 들고 밀짚모자를 쓴 학생들이 눈에 띈다. 대학 내 텃밭을 일구고 경작하는 ‘대학생 도시농부들’이다. 이들 젊은 농부들에게서는 도시에서 흔히 맡을 수 있는 커피와 향수 냄새 대신 흙내음이 풍겨온다.

후마니타스칼리지 대학생위원장 심규협(법학과 4)씨는 “도시농업이 전국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대학에서 농작물을 직접 재배하고 먹어보는 수업은 없었다.”며 “학우들이 농업에 대해 실습하며 배우면 신선한 경험이 될 것 같아 강의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경희인의 자랑 후마니타스 칼리지”
서울캠퍼스 후마니타스 칼리지 대학생위원장 심규협(법학과 4)씨

“후마니타스 칼리지! 경희대생들이 자랑스럽게 꼽는 것 중 하나지요.” 후마니타스 칼리지 대학생위원장 심규협(법학과 4)씨는 이렇게 말했다.

심 씨는 “경희대는 전국의 대학 중 가장 먼저 후마니타스 칼리지를 통해 진정한 대학교양교육의 중요성과 방향을 제시하고 그 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요즘 대학은 기업맞춤형 휴머노이드 공장이 되어버린지 오래”라며 “모 대학은 기업이 인수한 뒤 필수교양으로 1학년들이 모두 경영학인 회계원리를 들어야 한다고 들었다. 이러한 것들에 비춰 볼 때 대학 본연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실천하는 진정한 대학교육이 바로 인문학 중심의 후마니타스 칼리지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심 씨는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육과정의 핵심을 조목조목 짚으며 설명했다.

“대한민국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다양한 실천을 경험해볼 수 있는 ‘시민교육’ 수업. 우리가 지금 현재 살고 있는 세계는 과연 어떤 역사적 과정을 거쳐 이르게 되었는지를 돌아보는 ‘우리가 사는 세계’ 수업. 인간 본연에 대한 다양한 물음과 고민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성찰하는 ‘인간의 가치 탐색’ 수업 등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양교육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러면서 그는 “예체능과 관련하여 보다 다원화된 수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심 씨는 “합창 수업, 피아노 수업, 기타 수업, 댄스 수업, 영상물 창작 수업, 그림그리기 수업 등 예술교과 수업을 통해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실현해보는 수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다.”고 덧붙였다.

“앞서 말한 것들을 대학 4년 동안 경험해보고 사회에 나가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대학들이 이러한 교육을 지향하고 실천해나갔으면 좋겠고 그럴수록 대한민국의 미래는 더 밝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