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현 본지 논설위원·경남정보대학 경영계열 교수

“사업하는 사람은 위기라는 것을 복주머니처럼 차고 산다.” 얼마 전 지인의 페이스북에서 읽은 내용이다. 복을 불러들이기 위해 차고 다니는 복주머니 속에 어울리지 않게 웬 ‘위기’인가? 그것은 ‘위기’라는 단어 속에 위기와 기회의 양면을 동시에 갖고 있는 특징 때문일 것이다.
 
요즘의 대학가 현실은 어떠한가? 각종 미디어에 노출되고 있는 대학의 모습을 보면 “위기를 복주머니처럼 차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매일 쏟아지는 대학 관련 뉴스 속에 비춰진 전문대학은 어떠한가? 최근 들어 전문대학 상황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
 
# 전문대학의 위기다. 전문대학은 현재 발전의 발목을 잡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대학비리와 관련하여 총장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있고,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차원에서 비리 전문대학 제재가 논의되고 있다. 전남 S대(교비횡령 총장), 경기도 D대( "술집서 '법인카드' 펑펑 쓰고, 수의계약과 이면계약 등을 통해 공사비를 과다지급하는 등 예산을 낭비한 대학 총장), 경기도 S대(납품 비리 및 교비횡령 총장), 경남 G대(입학비리), 경북 P대(입시비리), 대구 D대(학생취업률 등을 허위로 부풀려 국고보조금 수십억원을 타낸 혐의)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최근 잇따른 전문대학 비리는 전문대학 재도약의 발판이 필요한 시점에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오히려 엉뚱한 샛길로 빠지는 모양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대학의 위기관리가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 새삼 깨닫게 해준다.
 
# 전문대학의 기회다. 현 정부 들어 전문대학 육성과 관련하여 다양한 정책들이 제시되고 있다. 수업연한 규제 완화(1년제~4년제)를 비롯해 평생직업 능력 선도대학 육성, 특성화 전문대 100개교 육성, 산업기술 명장대학원 신설 등이 실행방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전문대학의 경쟁력 확보와 신뢰감 회복을 위해 가일층 분발해야 할 시점이다. 그동안 평가절하 되어왔던 전문대학의 진면목을 시험해보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다.
 
또한 이번 달부터 전문대학 정부재정지원사업 중 가장 큰 규모인  ‘전문대학 교육역량 강화사업’에 대한 대학 선정이 시작되었다. 선정될 대학들은 이번 사업을 통해 차별화된 직업교육 실행과 함께 고등교육 중심기관으로서의 전문대학 가치를 실천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단순히 나눠먹기식 지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 전문대학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혁신의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야만 전문대학 역량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대학은 내부의 사정을 더 이상 대중에게 숨길 수 없고 자칫 잘못하면 명성을 잃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변화의 시대에 전문대학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바로잡고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과 ‘기회의 관점’에서 전문대학을 바라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우리가 전문대학의 위기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내는 이 순간에도 강력하게 시장을 선도해 나가는 전문대학들이 있다. 반면에, 한 때 잘 나간다고 한 순간 방심하여 자만과 오만에 빠진 채로 타성에 젖어 위기를 자초하는 대학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전문대학의 핵심역량에 맞는 적합한 의사결정과 철저한 위기관리 능력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시기다. 복 주머니 속에도 위기가 있음을 잊지 말자.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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