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불감증, 인사관리시스템 부재 원인

서강대가 개교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공정입시를 책임져야 할 입학처장이 아들의 부정입학을 주도했고,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조직 운영의 효율을 극대화해야 할 총장은 잘못된 인사로 조직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검찰 조사 결과 서강대 전 입학처장 김모 교수는 평소 자신과 친분이 깊은 선배 교수를 출제위원장으로 앉히고 시험문제와 모범답안을 손수 만들어 건넨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김 교수는 검찰의 압수수색 현장에서조차 발뺌했던 것으로 알려져 마지막까지 최고 지성인으로서의 양식을 저버렸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치밀한 사전 공모를 통한 부정입학 사태의 전말이 드러나자 서강대는 류장선 총장 이하 보직교수 전원이 사의를 표명하는 등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류 총장은 지난 24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대과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총장직을 물러나겠다”며 “부끄럽고 불행한 이 사태를 예방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말했다. 연루 교수를 교칙에 따라 엄단하고 입시관리제도도 보완해 재발을 막겠다고도 약속했다. 서강대 내외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일부 교수들의 도덕 불감증과 서강대의 인사·관리시스템 부재가 빚어낸 결과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류 총장은 지난해 4월 입학처장 보직 임기가 만료된 김 교수를 업무능력 출중 등을 이유로 유임시켰다. 김 교수의 아들이 서강대에 지원할지도 모른다는 사실도 보고받았고, 서강대에는 ‘입시 지원 자녀를 둔 교직원의 입학업무 배제’라는 내규도 있었지만 이를 어겼던 것. 대신 5월 말 ‘입학처장 자녀 지원에 따른 공정관리 방안’을 논의, 김 교수에게 공정입시에 대한 확약서를 받는 등 관리 강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 결과는 최악의 사태로 이어졌고 이 점에서 류 총장 등 서강대 본부는 ‘애초에 막을 수 있었던 사태를 방조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일부에서는 서강대의 행정이 아마추어리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일었다.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도 ‘총장직 대외 개방’ 등 제도개선 요구에 나섰다. 예수회 소속 신부만이 총장의 자격을 갖도록 한 서강대의 총장선출제도에 문제를 제기한 것. 교수협의회는 지난 25일 긴급 평의원회를 소집, 학교재단까지 새롭게 구성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채택했다. 교수협의회는 “이번 입시부정 사태는 서강대 운영의 구조적 모순을 드러낸 것”이라며 “조속히 미래지향적인 학교 재단을 새로 구성하고 총장직의 대내외 개방을 비롯한 바람직한 총장 선출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총학생회도 “철저하게 뼈를 깎는 제도 개선이 있어야 한다”며 △입시 관리를 위한 제도 개선 △총장직 대외 개방을 통한 학교 본부 운영 능력 제고 △학교발전을 위한 학교, 학생, 교수 3주체 참여 제도 완비 등을 요구했다. 총장 등 보직교수 전원 사퇴까지 불러온 서강대 최악의 사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대학가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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