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경쟁력 확보 관련 본지 필진 간담회

교육부와 대학의 폐쇄성, 총장 중심의 대학 운영 구조 등이 대학 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한국대학신문이 지난 16일 가산동 신사옥에서 가진 필진 및 자문위원단 초청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대학 경쟁력 확보’와 본지 2005년 편집방향에 대한 조언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재정 고문(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대학의 경쟁력을 막는 가장 큰 요인은 폐쇄성”이라며 “관은 관대로 대학은 대학대로 폐쇄돼 기득권 이외에는 관심이 없다”고 일침을 놓았다. "기득권 이외 관심없어" 강무섭 논설위원(강남대 평생교육원장)은 총장과 실·처장을 중심으로 중앙집권화 돼 있는 대학의 구조를 문제 삼았다. 강 위원은 “미국을 보면 가장 말단 단위인 학과에서 교수선출, 행정관리를 자율적으로 담당하고 있다”며 “한국 대학의 경우 대학 안에서 통제, 규제가 심해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특성화나 경쟁력을 갖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일 전문위원(한국해양대 교수)은 “사립대 지배구조는 권위주의적이고 국립대 내부 운영도 사립대에 버금가는 정도여서 외부에서 들어온 자원이 효율적으로 분배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하고 “대학 운영의 민주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백헌 위원(충남대 명예교수)은 “대학 교수들은 보직, 연구, 강의형 등 3가지로 유형으로 분류된 교수들을 특성에 따라 어떻게 조율해서 대학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지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대학, 연구소, 기업, 정계 등 각계에 포진한 본지 필진들이 다양한 시각으로 대학의 현황을 진단하고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방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특히 안승준 전문위원(삼성전자 상무)은 기업 입장에서 국내 대학의 경쟁력을 가감없이 진단했고, 한준상 논설위원(연세대 교수), 유제구 전문위원(서울산업대 교수)은 교육의 근본으로 돌아갈 것을 강조했다. 안승준 전문위원은 “포춘지 선정 세계 5백대 기업에 들어가는 한국 기업은 13개가 되는데 대학은 하나도 없다”며 “국내 대학의 실정은 우리가 보는 것과는 다르다”고 질타했다. 안 위원은 “인도 학부 출신자와 국내 최고 대학원 졸업생을 비교하면 인도 학부 출신 직원들의 능력이 훨씬 낫다”며 “이제 기업은 필요한 인재를 찾기 위해 떠나고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 대학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대학과 기업, 교수와 관료, 기업인 사이에 접점을 만들어 국경과 영역을 넘나들어야 한다는 것. 그러나 한준상 위원은 “대학이 기업을 컨트롤 할 수 없을 바에야 맞춰주는 것이 낫다”면서도 “기업이 대학을 그런 식으로 매도해서는 곤란하다”며 반론을 폈다. 기업 현장에 요구되는 인물을 길러내라는 것이 당장은 유효할지 모르지만 3~5년 후에는 대학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있다는 것. 한 위원은 “기업의 시스템이 바뀌면 또다시 대학의 교육시스템도 바꿔야 할 것”이라면서 “대학 경쟁력 제고는 언설로만 될 문제는 아니다”고 꼬집었다. 한 위원은 특히 “우리 학생들이 지금은 어려운 위치에 있지만 상당한 실력을 가졌다”며 취업문제 해결 등 사회적으로 이들을 수용하는 방식을 고쳐야 한다며 취업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유제구 위원은 “대학 교수들도 ‘사도’를 걸을 수 있는 근간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교육의 근본으로 되돌아 갈 것을 제안했다. 류 의원은 휴대폰 수능부정을 예로 들며 도덕성 부재를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로 꼽고 “대학 역시 하체가 약해 경쟁력이 약해진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장세진 전문위원(인하대 교수)은 “교수와 학생들이 한번 들어가면 안주하는 분위기”라는 것도 대학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장 위원은 “교수업적평가로 교수들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사실이지만 ‘유동성’은 어떤 형식으로든 보장, 도입돼야 한다”며 교수사회의 자유로운 진입과 퇴출이 허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 근본으로 돌아가자" 최연구 전문위원(한국과학문화재단 전문위원)은 과학기술과 인문사회분야의 조화를 강조했다. 최 위원은 “과거에는 과학계와 인문사회계간 ‘컨버전스’가 부족해 서로간 간극이 컸다”며 “지성의 조류가 서로 분리되면서 사회적 손실이 야기됐다”고 진단하고 IT, BT 등 기술적 분야 융합 뿐 아니라 인문학과 과학 등 서로 다른 분야에서의 융합의 장을 만들어 줄 것을 주문했다. 한편 본지는 이번에 유기홍 의원(열린우리당, 교육위원회)을 자문위원으로 새로 영입했다. 유 위원은 “교육위원으로 교육복지나 교육격차를 해소하거나 사립학교법 개정처럼 교육자치, 투명성을 높이는 문제에 대한 관심 못지 않게 대학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에 힘을 쏟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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