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 꼭 나올겁니다"

을유년 새해,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개혁이 본격적인 개막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소수정예’, ‘이공계 특성화’로 대표되는 포항공대는 최근 대학가에 불어닥친 구조조정 칼바람마저도 비껴갈 정도. 개교 20년도 채 되지 않은 ‘소규모 지방 사립대’인 포항공대의 약진에는 어떤 비결이 있을까. 새해를 맞아 본지는 박찬모 포항공대 총장을 만났다. - 을유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 포항공대가 세운 주요 사업계획은 어떤 것이 있는지. “우선 지난해 말 수립한 ‘POSTECH VISION 2020’에 포함된 대학발전 3대전략(선택과 집중, 학제간 협력, 국제화)과 5대 중점과제(소수정예의 학부교육, 중점분야육성 및 학제간 대학원 교육과 연구협력, 교수진의 세계 수준화, 대학의 국제화 및 행정의 선진화, 발전 재원의 확충 및 다원화)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내년으로 다가온 개교 20주년을 전환점으로 세계 수준의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 핵심역량을 강화하는 데에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 이밖에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 건설 착수, 나노기술집적센터 건립, 포항지능로봇센터 건립, 포스코와 산학협동으로 ‘철강혁신프로그램’ 구현 등도 올해 첫 발을 내딛는 주요 사업이다.” - 대학운영을 맡고 있는 총장의 입장에서 최근 대학가를 강타한 구조개혁 논의를 어떻게 보시는가. “그동안 구조개혁이라는 말은 수없이 많이 들어왔다. 그러나 많은 경우 ‘NATO(No Action Talking Only)’ 혹은 ‘NAPO(No Action Policy Only)’로 끝나고 말았다. 정부의 교육정책도 일관성 없이 혼선을 빚어왔다.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하겠다던 교육부총리도 참여정부 출범 2년도 안돼 세 번이나 바뀌었다. 구조개혁을 하기 위해서는 문제점을 분석, 파악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과감히 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분석·평가·예측 능력이 결여되거나 과학적 의사결정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시행착오만 발생시키거나 용두사미로 그칠 우려가 있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등록금 의존도는 높고 정원 채우기도 벅찬 곳이 많은 국내 대학의 현실은 참으로 걱정스러운 일이다. 교육은 한 나라의 백년대계이다. 대학의 수도권 집중을 지양하고 지방대학을 지역특성에 따라 집중 육성하는 개혁이 필요하다. ” - 포항공대는 지방에서도 훌륭한 대학을 육성할 수 있다는 것, 소규모로도 명백한 특성화로 위기를 헤쳐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히고 있는데. “우리 대학은 개교한지 19년밖에 안됐지만 국내 정상의 과학기술대학으로 부상했고, 연구성과에서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대학이 됐다. 그러나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교육과 연구의 수월성을 추구하는 한편 대학, 지역사회, 산업계, 국가경제에 미치는 기여도를 높이기 위해 교수 평가제도를 이원화하고, 연봉제를 대폭 강화해 성과급을 획기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또 교직원들의 인력구조가 고령화 되어가는 것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특기할 만한 것은 교육과정의 개혁이다. 인성교육에 중점을 두고 장차 세계적 리더로 육성하기 위해 리더십센터와 어학센터를 개설했으며, 경영마인드 배양을 위해 테크노경영분야도 도입할 예정이다.” - 대학마다 연구력 제고를 위해 우수교수 영입이 활발하다. 대학간 교수 스카우트 경쟁에 날을 세울 정도인데. “우리 대학은 개교 당시부터 엄정한 심사를 거쳐 최고로 우수한 교수만을 공채 하여 왔기 때문에 교수 모두가 검증된 분들이다. 수도권에 있는 대학들이 호시탐탐 기회만 있으면 스카웃 해가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국가균형발전이나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의 장래를 생각할 때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불로소득 하겠다’는 의도는 윤리적으로도 옳지 않다. 포항공대는 학제간 교육과 BT, IT, NT등의 기술 융합을 통한 연구로 교수간 협력을 강화하고, 포스코와 공동으로 철강분야의 세계적 석학을 초빙해 철강 교육과 연구를 활성화할 예정이다. 동시에 교수들의 임용과 유지에도 시장원리와 성과급제를 적용할 계획이다. 교수들의 사기를 높이고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탁월한 연구성과를 쌓은 교수를 ‘석좌교수’로 추대하고 있으며, 발전 가능성이 큰 40세 전후의 소장급 교수는 ‘젊은 석좌교수’로 선정한다. 신소재공학과의 이규철 교수는 지난해 4월 ‘30대 석좌교수’로 추대돼 높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 학생 영입은 어떤가. 우수학생 선점을 위해 어떤 방법을 활용하고 있나. “ 최근의 이공계 기피현상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학은 전국 상위 1% 이내에 해당하는 우수한 인재들을 계속 선발해 왔다. 인재양성에 ‘소수정예’를 표방하고 있어 매년 신입생이 3백명에 불과할 정도로 종합대학에 비하면 아주 적다. 하지만 이중 70%인 2백10명을 수시모집으로 뽑는데 포항공대 마니아층과 이공계에 소신이 뚜렷한 학생들이 지원하기 때문에 우수 학생 선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 포항공대는 국내 이공계 브레인들이 모여있는 대학이다. 위기를 맞은 이공계를 살릴 복안도 갖고 계실텐데. “과학기술력이 국가경쟁력으로 직결되는 21세기에 우수 인재들이 이공계를 기피한다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오래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정부에서도 다양한 이공계 육성책을 내놓고 있고 이공계 출신의 CEO가 늘어나는 등 이공계 졸업생의 진로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우리 대학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사이언스 코리아 운동', '과학문화도시 선포', '생활과학교실 운영' 등을 통한 과학 대중화 사업도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대학 자율화에 관한 요구가 높다. 규제개혁위원회와 교육부도 최근 대학 자율화방안 등을 속속 발표했는데.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하향평준화’와 ‘대학의 자율성 결여’이다. 물론 대학 중에는 자율성을 주면 안 될 만큼 운영이 빈약한 대학도 있지만 우리의 고등교육이 교육개방 시대에 살아 남기 위해서는 입학 정원과 학생선발 부문 등의 자율화가 필요하다. 참여정부에서도 특성화를 통해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사립대학간 통합을 촉진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각종 적용기준을 완화하고 구조개혁 재정지원 사업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자율화에 큰 도움은 되지 않으리라고 본다.” - 2005년 새해 바람이 있으시다면. “우리나라에서 과학기술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를 위해서는 스타 과학자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과학대중화 정책이 일부 실효성을 거두고는 있지만 아직 미흡한 점도 많다. 병역특례제도에 있어서는 특례보다 복무기간을 단축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리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이공계 출신의 공직 및 CEO 진출 확대를 위한 사회풍토 개선도 시급하다. 대학에 대한 교육부의 ‘3불 정책’은 재고됐으면 한다. 대학 스스로가 책임있는 운영을 한다는 전제 하에 대학의 자율화 요구를 과감히 수용할 필요가 있다. ” 대담=홍남석 발행인, 정리=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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