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민현희 기자] “어떻게 구조조정이 쌍방적이냐.” “소통의 여지는 없다. 무조건이다.” “우리도 어쩔 수 없는 일인데 왜 사과를 해야 하나.”

최근 일부 대학의 학과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직교수들이 꺼낸 말이다. 이들은 “일방적인 학과 구조조정에 반대한다”며 소통을 요구하는 학생들에게 “이미 다 결정된 일이다. 받아들여라”는 통보만을 수차례 반복했다.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도 반드시 함께 따라 붙었다.

물론 대학도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대학 구조개혁에서 살아남으려면 학생 충원율, 취업률 등을 기준으로 한 학과 통폐합은 사실상 불가피하다. 구성원과 완벽하게 합의를 이뤄 구조조정을 추진하기에는 대학을 둘러싼 상황이 너무나 긴박하다는 사실도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학과 구조조정 과정에서 학생들과 최소한의 소통조차 시도하지 않은 몇몇 대학들의 모습은 정부를 핑계 삼아 반드시 해야 할 책임조차 다하지 않은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학생이 주인인 대학’ ‘학생의 꿈이 최우선인 대학’이라더니 세상에 주인과 단 한 마디 상의도 없이 학과 통폐합을 확정하고 통보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가.

“구조조정은 쌍방적인 것이 아니다”라는 한 대학 보직교수의 말 속에서는 학생이 대학의 주인이라는 인식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믿고 진학한 대학으로부터 갑작스럽게 학과 구조조정 통보를 받은 학생들의 상처 난 마음을 헤아려보려는 노력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꿈을 이루고 싶어 진학한 대학에서 꿈을 잃었다”는 ‘주인’들의 울먹임은 너무나 외롭고 억울하다.

앞으로도 당분간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은 지속될 것이다. 그 때마다 밀실 속에서 학과 통폐합을 확정하고 통보할 것인가. 대학의 주인이 정말 학생이라고 생각한다면 최소한 이들이 주인 행세를 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권리를 부여해야 하지 않을까. 또 구조조정으로 인한 피해가 학생들에게 돌아가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 마련과 이행도 반드시 수반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취업률 등에 의거한 획일적인 대학 구조개혁을 지탄하는 대학가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대학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인 만큼 정부가 대학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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