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글로벌대학캠퍼스 조성사업, 속살 들여다 보니

조지메이슨대·겐트대·유타대…내년 3월 개교 ‘불안’
해외대학들, 일방적으로 계약 깨고 지원금은 ‘꿀꺽’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인천 송도글로벌대학컴퍼스(글로벌캠퍼스)조성사업과 관련, 입주예정이던 해외대학들이 경제 위기에 따른 재정 여건 악화로 잇따라 협약을 파기하면서 ‘좌초될 위기’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도 “1단계 사업에 5000억원대의 예산을 쏟아붓고도 학생은 수십명에 불과하다”며 “감사원 감사를 통해 사업을 계속 이어갈지 점검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글로벌캠퍼스는 총 사업비 1조7000억원대의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인천경제청)은 “2012년엔 글로벌캠퍼스에 총 7개의 해외대학이 들어설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현재 입주한 대학은 한국뉴욕주립대가 유일하다.

부진의 늪에 빠진 글로벌캠퍼스를 찾아가봤다.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달 28일 오후, 캠퍼스는 어두컴컴했다. 강의실과 교수연구실은 하나 둘, 드문드문 불을 밝히고 있었다. 지난해 글로벌캠퍼스에 가장 먼저 입주한 한국뉴욕주립대는 개교 2년째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한산했다. 이 대학은 개교 당시 전체 모집정원 2000명에 석·박사과정 407명, 학부생 100명을 모집하겠다고 밝혀왔지만 아직까지는 학부생 28명, 석·박사과정 60여명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캠퍼스에서 한국뉴욕주립대 학생을 만나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정치권 “글로벌캠퍼스사업 형편없어” 감사 촉구= 글로벌캠퍼스에 가장 먼저 입주한 한국뉴욕주립대는 지난해 3월 기술경영학과와 컴퓨터과학과 2개 전공에서 석·박사 과정을 열었다. 이번 학기부터는 기술경영학과에 학부 과정을 개설하며 학부와 대학원 과정을 모두 보유한 국내 최초의 해외대학이 됐다.

그러나 이 대학은 지원자가 적어 목표했던 모집인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개설된 대학원과정의 경우 당시 인원 46명으로 정원인 407명 대비 11%에 불과했다. 올해 개설된 봄학기 학부과정에도 50명 모집에 88명만이 지원했다.

오는 9월에 시작하는 가을학기의 경우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50명 모집에 총 100명이 지원, 최종 합격자는 33명으로 나타났다. 당초 봄학기와 가을학기를 합쳐 총 100명의 학부생을 꾸리겠다는 계획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이에 대해 한국뉴욕주립대 측은 우수한 학생 유치를 위해 합격자 수를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교학행정실의 이승준 과장은 “(입학정원보다 많은 수의 수험생이 지원했지만) 미국 뉴욕주립대와 동일한 입학시험을 거쳐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려다보니 최종 합격자가 적은 것”이라며 “입학생들 성적은 아이비리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글로벌캠퍼스사업 자체가 지지부진하다고 지적한다. 지난 연말, 박원석 의원(진보정의당)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받은 글로벌캠퍼스, 총제적 부진에 직면’이라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글로벌캠퍼스는 예산 수천억원을 투입했음에도 조성계획과 달리 학부생 100여 명도 안 되는 학생을 유치하고 있다”며 “형편없는 결과”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1단계 사업을 종료하면 감사원 감사를 실시해 사업을 계속 이어갈지 여부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부터 시작한 글로벌캠퍼스 1단계 건립비용이 5040억원임을 감안했을 때 학생 1명 당 42억원을 투자한 셈이다. 한국뉴욕주립대는 현재 학부생 60여명(가을학기 33명 포함), 대학원생 60명으로 120명을 유치했다.

■설립신청도 안하고 ‘내년 개교’ 홍보= 학생모집보다 글로벌캠퍼스사업이 넘어야 할 더 큰 산은 해외대학을 유치하는 일이다. 당초 계획했던 7개 대학 중 현재 운영 중인 곳은 한국뉴욕주립대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글로벌캠퍼스에 해외대학이 계획대로 입주하는 데는 수년이 더 걸릴 듯하다. 내년 3월 개교를 앞둔 대학들이 교육부로부터 설립인가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인천경제청에 따르면 내년 3월에 문을 열 대학은 △조지메이슨대 △겐트대 △유타대다. 교육부에서 설립인가를 심의 중인 조지메이슨대(미국)만 해도 이미 두 차례에 걸쳐 개교를 연기했다. 당초 인천경제청은 조지메이슨대가 지난해 9월 개교한다고 발표했지만 올해 3월로 미루더니 올해는 승인 절차가 늦어졌다는 이유로 내년 3월로 또다시 연기했다. 교육부 설립인가 신청 시 1년의 기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대학은 지난해 5월 설립인가 승인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때문에 지금도 교육부로부터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인천경제청의 김종환 기반서비스산업유치과장은 “조지메이슨대는 교육부 장관 보고와 경제자유구역 심의위원회 절차만 남겨 놓고 있다”며 “이르면 이달 안에 승인이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벨기에의 겐트대는 지난 3월 중순에야 교육부에 승인신청서를 제출했다. 선례에 비춰보면 이 대학도 내년 3월 개교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타대도 지난 3월 말 설립인가 신청서를 교육부에 제출했다.

■거듭되는 계약파기, 왜?= 해외대학 설립 과정에서 빚어지는 이 같은 혼선 탓에 일부에서는 글로벌캠퍼스 사업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그간에 글로벌캠퍼스에 호의를 보이던 해외대학들이 인천시와 양해각서를 교환하고 실무협약 직전에 계획을 백지화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학부생 2000명 규모로 2010년에 들어서기로 한 노스케롤라이나대는 2008년 미국 경제위기에 따른 재정적 어려움을 이유로 해외캠퍼스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주립대인 노스케롤라이나대는 대학재정의 30~40%를 국비로 지원받다보니 경기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이다. 재정여력이 여의치 않자 이 대학은 인천시에 등록금을 인상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양 기관의 협약은 ‘종이조각’이 됐다.

미국 델라웨어대는 글로벌캠퍼스 설립을 추진했던 담당자가 다른 대학으로 옮기자 새 담당자가 해외캠퍼스 계획을 없던 일로 한다고 통보했다. 새 담당자는 연간 2만달러 미만의 등록금으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협약을 철회했다.

남가주대도 협약 도중에 책임자가 바뀌면서 지지부진해진 경우다. 새롭게 부임한 해외캠퍼스 담당자는 본교의 전임교수를 송도에 파견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며 협약을 깨버렸다.

이 과정에서 해외 대학들이 자교의 사정을 이유로 마음대로 협약을 파기하고도 인천시가 이미 치룬 비용까지 포기한 사실이 드러났다.

글로벌캠퍼스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2009년 양해각서와 협약을 연이어 체결한 델라웨어대의 경우 협약이 이행된 2년 동안 인천시는 6억원 가량의 설립추진비를 지원했다. 그러나 협약이 파기되면서 추진금은 돌려받지 못했다. 이와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사회 여론이 들끓었고 급기야 정치권도 송도 글로벌캠퍼스사업을 재검토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12월 진보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감사원에서 해당 사업에 대해 감사한 후 나머지 사업을 진행해야할 것이며 감사결과 부실·부정이 드러날 경우 관련자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들 입주해야 ‘공동교양과정’ 만들텐데= 글로벌캠퍼스에 홀로 둥지를 튼 한국뉴욕주립대는 다른 외국 대학의 입주가 속속 지연되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초 글로벌캠퍼스는 입주한 대학들이 교양과정을 공동으로 개설해 하나의 ‘대학촌’을 조성하려고 했지만 대학들의 입주가 늦어지면서 교양강의를 듣기 위해 본교로 가야하는 불편함이 지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첫 입학생인 신입생들은 내년에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주립대에서 1년 동안 머물며 교양수업을 받아야 한다. 이렇게 되면 국내에서 해외대학 학위를 받을 수 있는 글로벌캠퍼스의 설립취지를 벗어나게 된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한국뉴욕주립대는 국내 대학과 교양수업 공동학점이수제를 진행하기로 선회했다. 글로벌캠퍼스 인근에 있는 연세대, 인천대, 인하대 등과 연계해 교양강의를 공동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한국뉴욕주립대는 연세대와 교양과목 공동학점이수제를 실시하고 있고 최근엔 인천대와 학점교류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 이에 대해 인천대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논의되진 않았다”며 “오는 9월 시행을 목표로, 이달 초엔 계획안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하대 송도캠퍼스는 빨라야 2017년에 완공될 예정이라서 글로벌캠퍼스 학생들의 교양강의는 당분간 자체적으로 해결해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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