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0월이 되면 한국 과학자들이 때아닌 주목을 받는다. 언론들이 매년 노벨상 시상이 있는 이때를 전후해 누가 올해 노벨상, 특히 노벨과학상 후보에 오를지 예측하고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이웃나라 일본이 노벨상을 하나 받기라도 하면 일본은 어떻게 과학강국이 되었으며,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은 어떻고, 우리는 노벨상 수상이 요원하다는 비판과 비난으로 스포트라이트를 꺼버린다. 이어지는 국회 국정감사 에서도 우리는 너무 실적 위주의 응용과학만 우대했지 기초과학은 홀대했다며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며 정부와 학계를 몰아세운다. 그러나 그때뿐이다. 지난해 일본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가 노벨상을 받았을 때에도 그랬다. 민망할 정도의 비판과 대책이 뒤따랐지만 그게 다였다.

이처럼 매년 10월에만 반짝하고 마는 우리나라의 노벨상, 특히 노벨과학상에 대한 관심에 한국인의 ‘냄비근성’을 꼬집는 이들이 적잖다. 기초과학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이 있어야 노벨 과학상이라는 결실이 맺어질 텐데 실적 위주의 응용과학을 우선하다 보니 노벨상 수상은 아예 불가능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삼성그룹의 노벨과학상 지원 구상은 눈여겨볼 만하다.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을 뒷받침할 창의적인 미래과학기술 육성을 위해 10년간 총 1조5000억원 규모를 출연,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을 설립키로 한 것은 우리나라 선두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는 평가다. 재단에서는 물리·화학·생명과학·수학 등 4개 기초과학분야에서 노벨과학상 수상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했다. 참신하고 잠재력 있는 신진·중견급 연구자와 노벨상 수상에 근접한 혁신적인 리더급 연구자를 응모 및 지정 방식으로 지원한다고 한다.

특히 기존 기업들이 바로 성과가 나오는 응용과학 연구·투자에만 치중하던 것을 넘어 모험적인 연구에 적극 지원하는 점은 박수칠 만하다. 재단은 1단계로 5년간 2500억원을 투입해 대학 교원, 국공립연구소 연구원 및 기업(대기업은 제외) 연구원 등을 대상으로 이달부터 약 100∼200개의 도전적인 과제를 선발해 집중 지원하게 된다.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에 발맞춘 이러한 지원은 과학자들의 기를 살리고, 우리의 기초과학을 끌어올리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본지가 진행 중인 창간 25주년 특별기획 연재물 ‘노벨과학상을 향해 뛰자’가 세간의 관심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해 초부터 연중기획으로 진행하고 있는 이 기획에 대해 대학은 물론 국민의 관심이 크다. 광복 이후 고속성장을 위해 기초과학을 등한시한 채 응용과학에만 투자한 정부의 정책을 짚어보고,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려면 이제는 기초과학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한 ‘창조적 연구개발(R&D)’에 힘써야 한다는 본지의 주장에 많은 박수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노벨과학상을 위한 대학들의 노력 역시 집중 조명, 정부의 정책과도 잘 부합한다는 반응이 대학가에서 나오고 있다.

이왕에 정부의 창조경제 화두에 발맞춰 삼성그룹의 미래기술육성재단이 발족하는 만큼 삼성의 행보가 정부나 국민에게 보이기 위한, 일회성 이벤트가 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본지도 단순히 기사를 위한 기사, 기획을 위한 기획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창조경제 구현이라는 목표로 노벨과학상 수상 원년을 위해 노력을 경주할 것임을 악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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