草堂 金基運의 삶과 인생(15) 眞金不鍍.無言實踐-

지난 2011년 9월 5일 나는 초당대에 관한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된다.

“초당대를 비롯한 전국 43개 대학이 정부가 추진하는 재정지원제한대학에 포함됐습니다. 이들 대학은 내년도에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을 신청할 수 없으며 보건,의료 분야의 정원도 늘릴 수 없게 됩니다... ”
“어?...”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이 되었다는 것은 대학 구조조정 대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부실대학이라고 대서특필했다. 한동안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설립자로서는 당혹스럽고 충격적인 일이었다. 청운의 꿈을 품고 설립한 초당대가 출범 17년 만에 이처럼 큰 곤경에 빠지다니...

2012년에도 초당대는 연속해서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에 포함됐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더욱 마음이 쓰리고 아팠다.

사실 초당대가 그동안 자구(自救)노력을 게을리 한 것은 아니었다. 2009년 3월 부임한 초당대 김병식 총장은 ‘제2의 창학(創學)’을 기치로 점프업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대학 경쟁력 제고를 위한 이 프로젝트에 따라서 초당대는 2010년 8개 학과를 폐과하고, 4개 학과의 정원을 감축해 모집정원을 440명이나 줄였다. 무려 19.5%의 큰 비중이다. 그야말로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이었다. 그런데도 제정지원제한대학이 되다니...
도대체 이 실타래를 어떻게 해서 풀어야 할 지 머리가 멍했다. 그러나 숙고를 한 끝에 나온 결론은 애초 세운 교육이념으로 확고하게 ‘정도(正道)’로 가자는 것이었다.

‘그래. 이럴 때일수록 편법의 유혹에 사로잡히지 말고, 평생 해온 대로 원칙대로 정직하게 초당대의 위기를 극복해야 해. 일찍이 초당림을 조성하면서 산불도 경험해 봤고, 태풍도 겪어봤지 않은가. 그때마다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출발의 기회로 삼아왔었지. 초당대도‘위기는 곧 기회’라는 생각으로 이 참에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기로 삼아야 해-.‘

학교경영은 총장과 교직원들에게 맡긴 만큼 그들을 믿고 따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설립자로서 우리나라 대학의 실태와 문제점에 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사실, 국내 대학은 이미 포화상태입니다. 지난 1990년의 241개에서 20년 사이 무려 100개 이상이 늘어나 버렸습니다. 우리 사회의 학력 인플레도 심각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부실·비리 대학이 전국에 산재해 있고, 이로 인한 사회적 낭비와 폐해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대학 구조조정은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습니다...”

그렇다. 나는 원론적인 면에서 대학 구조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정부의 뜻에 동의한다. 부실로 지목된 대학들이 오명을 벗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는 사실도 잘 안다. 다만 이들이 태생적 문제를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당국이 알아줬으면 한다.

가장 큰 문제는 학생충원이다. 이는 대다수 지방대의 구조적인 문제점이기도 하다. 내가 만난 전문가들도 이 진단에 동의했다.

“학생들이 대부분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지역 대학에 모든 책임을 지라는 건 부당합니다. 지역이 없어도 국가가 살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지역 균형발전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게 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음으로 정부재정지원대학 선정지표도 문제였다. 부실로 지목된 대학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볼멘소리를 여기저기서 들었다.

“재정지원제한대학 선정지표 8개 중 7개가 상위 50% 안에 드는 데도 재학생 충원율 한 항목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다들 지표 때문에 목을 메고 ‘교육 잘하자’는 얘기는 나오지도 않습니다. 구조조정도 제대로 되고 있지 않습니다. 지금 정부의 구조조정이 무슨 가치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2년 연속 재정지원 제한 대학에 선정된 초당대에도 물론 초비상이 걸렸다. 대학 안에 구조개혁위원회를 설치, 위기극복을 위한 대응에 나섰다. 먼저 문제점을 알아야 개선방안이 나오는 법. 그 결과 원래 산업대에서 일반대로 전환한 탓에 전반적인 지표가 낮았다는 자체 분석과 향후 전망이 나왔다.

“지난 2012년 초당대가 산업대에서 일반대로 전환하는 바람에 아직 학제개편과 편제정원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아서 전반적으로 지표가 낮았습니다. 이것이 1~2년 노력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고 중,장기 전략을 세운 다음 더욱 열심히 노력해서 내년에는 반드시 위기를 벗어나겠습니다.”

나는 초당대 김병식 총장과 교직원들을 믿는다. 2012년 초당대가 일반대 체제로 전환한 뒤 교수님도 40분 가량 새로 모셔왔고, 모집 정원도 연차적으로 계속 감축해 편제정원 기준 2009년 6,060명에서 2013년 3,680명으로 줄였다. 또 약 300억원을 투자해 교육환경을 크게 개선했다.

내가 크게 기대를 거는 분야는 신설한 항공계열이다. 비행기 조종사를 양성하는 항공운항학과, 그리고 비행기 정비사를 양성하는 항공정비학과는 초기 투자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다른 대학에서는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라고 판단해서 과감하게 신설을 결정했다.

초당대 김병식 총장은 “항공관련 직종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인력이 필요해 부가가치 창출이 쉽고, 우리 초당대가 위치한 전남 무안은 비행교육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면서 “항공계열 신설은 초당대 뿐 만이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서 올해 안에 활주로, 항공기 등을 갖춘 비행교육원을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대학이 움직이고 있다.

고무적인 현상은 또 있다. 대학 교육환경의 개선 및 항공계열의 신설로 전국 각지에서 우수한 학생들이 모여들고 있다. 또한 그동안 정원감축 등 대학평가지표 개선을 위해 기울여 왔던 노력들이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는 그동안의 불명예를 말끔히 씻어낼 것이라고 기대한다.

초당대가 부실대학으로 발표되자 전남의 지역사회 및 지역언론들도 덩달아 불똥이 떨어졌다. 지역발전을 위해서 설립한 초당대가 이런 풍파를 겪으니 걱정이 많은 것이다.

그래도 나는 매월 초 한 번 씩은 초당대를 방문한다. 이사장으로서 필요한 결재도 하고, 내 손때가 묻은 캠퍼스를 한 번 씩 둘러본다.

최근 우리나라의 지방대학들은 너 나 없이 수도권 인구집중,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수도권에 비해 굉장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초당대 역시 예외는 아니다. 여기에 부실대학의 멍에까지 썼으니...

▲ 초당대가 신설한 항공계열학과는 전국 각자의 우수한 학생들이 지원하는 등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나는 고향 무안에 대학을 설립한 것을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지금처럼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다시 한번 초심(初心)을 다진다.

‘초당대를 반드시 우리나라 ‘지역대학의 성공 모델’로 세운다는 꿈을 이룰 것이다. 외국에는 지역에 있으면서도 명문대 반열에 오른 대학들이 많이 있다. 이들은 지역과의 상생·협력을 통해 명문대로서의 입지를 다지지 않았던가...‘

그래서 초당대는 개교 당시부터 무안의 농업·수산업·임업 등 산업발전, 문화발전을 위한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지자체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지역 발전을 꾀하고‘대학교육의 내실(內實)’을 다져나갈 것이다.

나는 초당대의 재정지원대학을 계기로 자신을 되돌아 보았다. 평소 생활훈으로 삼고 있는‘진금부도(眞金不鍍), 무언실천(無言實踐)’이라는 귀절이 생각났다.

‘진짜 금에는 도금을 하지 않는다’는 진금부도에는 ‘진실한 재주가 있는 사람은 꾸밀 필요가 없다’는 의미가 있다. 무언실천은 ‘말을 앞세우지 말고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라’는 뜻이다. 진금은 도금하지 않아도 빛나는 법이다. 그러니 초당대 일은 무엇보다도 정도로 풀어야 해.-‘

나는 이사장으로서 초당대가 2년 연속 정부재정지원대학으로 선정된 데 대해 누구보다도 책임을 통감한다. 학교경영에 직접 관여를 하지는 않았지만 잘못된 결과는 모두 설립자의 부덕의 소치나 다름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이 오히려 초당대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일대 전기(轉機)가 될 수도 있다고 믿는다. 90 나이를 넘은 내 평생에서 얼마나 숱한 난관과 곤경을 극복해 왔던가.

끝으로 초당대 이사장으로서 교육당국에 사족(蛇足)을 한마디 덧붙이고 싶다.

“지역발전을 위해 애쓰고 있는 대학들을 지표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운영상황을 직접 보고 평가해야 합니다. 반드시 대학을 방문해 대학의 시설, 분위기 전반을 살펴봐야 합니다.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에 포함된다는 것은 대학으로서는‘사형(死刑)선고’를 받는 것과 다름이 없는 일입니다. 이처럼 중차대한 일을 숫자 몇 개를 가지고 결정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아울러 상대평가보다는 절대평가 방식을 적용해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대학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하는 게 좀 더 공평하고 타당할 것입니다.”

<정리=정종석 한국대학신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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