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학 호남대 LINC사업단장(전기공학과 교수)

산학협력이라는 이름으로 기업과 대학의 교류활동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1990년대만 하더라도 마치 두 기관이 평행선 철길마냥 나란히 무언가의 기대감을 가지고 나아갔던 시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장감이 낮은 교수들이 기업체를 방문하여 현장의 애로기술을 해결하는 기술지도 및 자문정도의 수준이었다면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지금의 산학협력은 어떠한가?

정부주도의 산학협력 관련 사업이 지원형식만 조금씩 다를 뿐 꾸준히 추진된 결과 비로소 산과 학이 서로 마주보고 함께함으로써 산학협력의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교류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산학협력의 형태가 이공계 중심의 대기업과의 교류활동에서 비이공계로 확산되면서 중소기업과의 다양한 교류를 통해 지역의 혁신활동으로 추진되고 있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산업현장에서의 인력수요에 충분한 만족감을 제공하고 있지는 못하며 지역의 중소기업에서는 인력난과 함께 기업의 경제활동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지원의 산업체 재직자 교육 훈련 사업을 살펴보면 매년 상당한 교육훈련 프로그램이 다양한 주관기관에 의해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역의 많은 대학과 혁신기관들이 차별화된 특화 프로그램으로 추진되고 있다고는 하나 많은 부분에서 중복되는 교육 내용으로 보이기도 하여 지역의 인력양성사업을 통합적으로 관리 운영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지역 중소기업의 경제활동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과 대학이 함께 고민하고 동행하는 게 더욱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의 첫 번째 국정목표인 ‘일자리 창출의 창조경제’의 과제로 제시하고 있는 창조산업의 육성은 과학기술과 아이디어, 상상력을 융합한 신산업창출이라는 중요한 해법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에서는 현 상황에서 새로운 도약을 위한 혁신적인 방안으로 창의력과 풍부한 상상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기업의 신성장동력을 과학기술에 기반한 문화콘텐츠, 소프트웨어, 인문, 예술과의 융합을 통해 창출할 수 있다고 볼 때 이러한 창의력과 상상력은 기술에서 만이 아니라 그 한계를 넘기 위해 인문에서 답을 찾을 필요가 있다.

이렇듯 과학기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문학과의 유기적인 결합이 필요한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연구개발조직에 인문학적인 인력과 지식이 함께 반영되어야 한다. 인문학의 위기는 일부 인문학 연구자들의 이야기일 수 있으며, 산업계에서는 절실히 요구되는 기업 사활의 해법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역의 산학협력의 효율성을 위한 지역혁신 주체 간 네트워크 구축의 문제이다. 대학은 중장기발전계획의 특성화전략은 일반적으로 지역산업과 공생하는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산학협력의 추진방향 또한 동일하게 추진되는데, 지역의 많은 기업지원기관과 타 대학 간의 중복되는 사업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지역혁신기관에서 수행하고 있는 다양한 인력양성사업과 기업지원서비스사업 간의 정보공유와 연계 지원체제의 구축이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수요자인 기업측면에서 보면 여러 기관에서 수행하고 있는 산학연협력 지원사업에 대한 정보가 산만하고 체계화되어 있지 않아 지역기업들의 참여가 쉽지 않은 점이 있는데 지역의 대학을 포함한 지역혁신주체 간의 교류회를 통해 유사사업과의 연계 및 차별화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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