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동안 1조7500억 원의 정부 예산이 투입된 국가장학금이 집행과정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금융자산이 무려 87억 원에 달하는 자산가의 자녀가 국가장학금 수혜를 받는 등 운영상 문제점이 드러났다. 대대적인 제도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방증이다.

국가장학금은 2011년 황우여 당시 여당 원내대표가 ‘반값 등록금’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도입됐다. 2012년 한 해에만 총 1조7500억 원이 투입됐고, 올해는 2조7700억 원이 집행될 예정이다.

사실 국가장학금은 도입 당시부터 여러 문제점을 안고 출발했다. 최소한 6~7조원은 투입돼야 ‘반값 등록금’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2조원도 안 되는 예산을 편성하다보니 대학들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던 게 첫 번째 문제점이다.

2012년 기준 국가장학금 예산 1조7500억 원 중 7500억 원(1유형)만 학생에게 직접 지원됐다. 나머지 1조원(2유형)은 대학 자체노력과 연계해 대학을 거쳐 학생에게 배정됐다. 소득 3분위 이하인 저소득층에 투자됐던 1유형보다 2유형에 더 많은 예산이 편성됨으로써 결과적으로 대학이 반값 등록금 관련 재정부담을 떠안게 됐다. 2유형에 1조원이 배정되다보니 이에 상응한 연계자금(매칭펀드)을 대학이 부담해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2년 등록금 인하와 장학금 확충으로 이뤄진 대학들의 자체노력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9700억 원에 달한다. 장학금 배정도 등록금을 많이 내리거나 장학금 확충을 많이 한 대학에 더 많이 돌아갔다. 정부가 예산을 투입하는 만큼 대학들도 등록금 부담 완화에 동참(자체노력)하란 취지였지만 대학들의 불만은 컸다.

학생 입장에서는 대학 자체노력에 따라 장학금의 액수가 달라지는 결과도 초래했다. 소속 대학이 어느 정도 노력했느냐에 따라 본인 의지와는 상관없이 학생 간 편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차제에 국가장학금 2유형은 학생에게 직접 지급되는 1유형과 통폐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특히 가뜩이나 예산이 부족한 판에 국가장학금이 고소득층 자녀에게까지 지급되는 문제점은 시급히 뜯어고쳐야 한다. 이번 감사원 감사에서는 금융자산이 무려 87억 원에 달하는 자산가의 자녀가 국가장학금을 받아가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또 연간소득이 7000만원에 이르는 아버지를 둔 학생이 실제로는 소득수준 상위 20%(9분위)에 해당함에도 하위 30%(3분위)로 인정돼 장학금을 받는 일도 있었다.

이 같은 맹점은 장학금 신청자의 소득·자산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는 데서 발생한다. 현재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은 건강보험공단의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해 신청자의 소득분위를 파악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감사원이 9000여명을 표본으로 소득분위를 재 산정하자 약 18%의 소득분위가 ‘3분위 이하’에서 ‘4분위 이상’으로 뒤바뀌는 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소득파악이 제대로 됐어도 업무처리가 미숙해 국가장학금이 부당하게 지급되는 사례도 적발됐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에 포함되지 않는 409명의 증빙서류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2억 원이 넘는 국가장학금을 지급한 것이다. 또 국가장학금을 받은 뒤 자퇴·제적된 학생은 환불을 해야 하지만 장학재단은 이 또한 방치해 3억 원이 넘는 손실을 입혔다.

앞으로는 교육부와 장학재단도 건보DB뿐만 아니라 국세청·법원 자료까지, 활용 가능한 정부DB를 활용해야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 수조 원 대의 국민 혈세를 엉뚱한 곳에다 낭비하는 일을 근절할 수 없다. 국가장학금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장학재단도 한 건 한 건에 국민 혈세가 들어간다는 인식을 갖고 더 이상 장학금 부당 지급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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