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 본지 논설위원·성신여대 IT학부 교수

현 정부가 그 국정 전략 중 하나이자 핵심 정책이라고 내세운 것은 ‘창조경제’라는 것이다. 이것은 이미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선후보였던 작년 10월 18일에 “미래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끌어갈 새로운 경제발전 패러다임으로 창조경제를 제안한다”며, 과학기술과 정보기술(IT)을 산업 전반에 접목시켜 일자리를 창출하는 개념이라고 대선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창조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가칭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하는 방안도 밝혔는데, 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어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실제로 이 부처는 현재 만들어진 상태다. 

창조경제는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줄곧 그 용어의 부자연스러움과 개념의 모호함 때문에 많은 논란이 되었다. 심지어 새 정부 첫 고위 당정청 워크숍에서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이 야당도 아닌 여당 의원들에 창조경제의 개념을 설명하다 “개념이 모호하다”, “준비가 덜 됐다”는 등의 강도 높은 비판을 받았다고 전해지기까지 했다. 4월에는 청와대가 창조경제를 설명하는 그림이라며 개념도 하나를 공개했는데, 그 인포그래픽스의 수준이 마치 인턴사원의 어설픈 슬라이드를 연상시키는, 하나마나한 내용을 작위적이고 유치한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어서 사람들의 비웃음만 사고 바로 다음날 삭제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창조경제란 말을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사람은 영국의 경영전략가인 존 호킨스(John Howkins)인데, 그는 2001년에 펴낸 저서 「The Creative Economy」에서 “창조경제란 새로운 아이디어, 즉 창의력으로 제조업, 서비스업 및 유통업, 엔터테인먼트 산업 등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이러한 기업의 창의력을 기업 성장의 가장 중요한 동력으로 봤다. 공허하긴 하나 좋은 말이니 별로 반박할 거리도 없다. 그런데 예전부터 이곳저곳에서 많이 듣던 얘기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바로 전 정권에서 신설됐던 지식경제부도 ‘창의성과 지식’의 기반에 기존 경제를 융합시킨 새로운 패러다임을 지향하겠다고 했으나 그러한 패러다임에 기반을 둔 구체적 모델이 구현된 바는 전혀 없으며, 오히려 4대강 개발로 대표되는 시대착오적인 토건경제만 5년 내내 줄곧 쫓았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기실 이러한 혼란은 처음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한마디로 “전통적인 경제발전 방식이 한계를 보이면서 창의성이나 아이디어와 같은 소프트웨어가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역할을 할 것이고, 그것이 기존 과학기술이나 산업과 융합함으로써 돌파구가 마련될 것 ‘같다’”는, 총론 차원에서는 이미 여러 해 전부터 모두가 다 알고 모두가 막연하게나마 동의하면서도, 각론 차원에서는 확실한 것을 아무도 모르던 얘기의 다양한 변주에 다름 아닌 것이다. 모름지기 어떤 산업이 형성되려면, 바탕이 되는 이론이 먼저 검증․확립되어야 하고(과학의 단계), 그 위에서 다양한 응용이 체계화되며(공학의 단계), 이것들이 구체적이고 대량으로 구현되는 과정(산업의 단계)을 밟는다. 그런데 창의성과 아이디어의 비밀에 대한 학계의 이론조차 아직 분분한 판에, 그것을 핵심으로 한 경제발전이란 담론은 공허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라도 생각할 수 있는 창조경제를 위한 실천방안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이들의 창업을 용이하게 하고, 그 열매가 창업자들에게 온전히 보상으로 주어지며, 한 번의 실패가 영구적인 좌절로 이어지지 않도록 안전망을 구축하는 등이 그 예다. 결국 경제민주화가 이루어져 상생의 생태계가 형성되어야 한다. 그런데 경제민주화 담론은 실종되어 보이지도 않는다. 필자가 이 글을 쓸 때 세상은 작고한 전 대통령의 NLL 발언이 가장 중요한 문제인 양 시끄럽고, 그 와중에 우리 젊은이들은 공무원시험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며칠 전 국회 입법조사처는 ‘창의경제’를 ‘창조경제’라고 잘못 부르는 바람에 국민들이 모호해 하고 있다고 한다. 코미디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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