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중앙대의 학과 구조조정을 계기로 대학평의원회의 기능 문제가 대학가의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중앙대는 6월 18일 이사회를 열고 4개 학과의 폐지를 골자로 한 학칙 개정안을 승인했다. 그런데 이에 반대하는 ‘중앙대 구조조정 공동대책위’는 “학칙 개정안은 학칙에 따라 교무위원회, 대학평의원회 심의를 거친 후 이사회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이번 구조조정안은 대학평의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고 이사회에 상정됐으니 무효”라고 주장했다.

반면 중앙대 본부에서는 “대학평의원회에 이사회 전까지 의견을 달라고 요청했으나 심의를 보류하며 아무런 의견도 내놓지 않았다”며 “대학평의원회는 의결기구가 아닌 심의기구로 법에 명시된 대로 구조조정안에 대한 심의를 요청했기 때문에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과연 대학평의원회는 심의기구인가, 의결기구인가. 심의는 ‘어떤 사항에 관하여 그 이해득실 등을 상세하고 치밀하게 토의하여 문제점과 대책, 방법 등을 파악하는 것’이고 의결은 ‘합의체가 그 의사를 결정하는 행위 또는 결정된 결론’이라 한다(두산백과). 그런데 심의는 의결과 항상 연관되기 때문에 심의기구가 곧 의결기구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엄밀하게 살펴보면 차이가 있다.

심의기구는 국무회의나 과학교육심의회 같이 국가 또는 행정관청의 자문에 응하거나 특정사항의 조사·연구·심사 또는 조정 등의 목적으로 설치되는 합의제 행정기관이다. 그래서 심의기구에서는 일을 시행하지 못하고 따로 의결 절차를 밟아야 한다. 다시 말하면 심의기관은 의결권이 없고, 심의 중 의결을 하더라도 행정관청을 기속(羈束)하는 법적 효력이 없으며 자문·권고적 효력만 있다. 민의를 반영하거나 전문가들의 자문을 얻는 데에 그 설치목적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평의원회의 기능은 어떻게 해석하여야 하는가. 중앙대의 정관 ‘제9장 대학평의원회’를 보면 ‘제144조(평의원회의 기능)평의원회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심의한다. 다만, 제3호, 제4호 및 제6호의 경우 자문에 한한다. 1. 대학교의 발전계획에 관한 사항 2. 대학교 학칙의 제정 또는 개정에 관한 사항 3. 대학교 헌장의 제정 또는 개정에 관한 사항 4. 대학교 교육과정의 운영에 관한 사항 5. 추천위원회 위원 추천에 관한 사항 6. 대학교의 예산 및 결산에 관한 사항 7. 기타 총장이 부의하는 사항’이라 나와 있다. 이러한 조항은 2005년에 개정된 ‘사립학교법’에 따른 것으로 다른 대학들의 정관이나 학칙도 거의 같다. 144조를 보면 심의권이 있는 조항과 자문에 그치는 조항이 구분되어 있다. 이 둘을 나누어 규정한 의미는 분명하다. 심의 조항은 의결권을 함께 행사하는 것이고, 자문 조항은 의결권이 없이 의견만 제시하는 것이다.

‘사립학교법’의 취지가 ‘대학평의원회는 교원·직원·학생·동문 등으로 구성, 학교행정의 견제기구로서 심의권을 법적으로 보장한다’는 것이므로 심의권에는 의결권이 포함되는 것이 자명하다. 그런데 필자가 대학평의원회 의장으로 경험한 바에 따르면, 예산 및 결산에 관해서도 심의권을 갖지 못하면 학교 운영의 전횡을 막지 못한다. 심의 의결권의 확대를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한 것이다.

정관과 학칙에 규정이 되어 있어도 중앙대의 사례에서 보듯 무시되기도 하고 형식적으로 운영되기도 하지만, 대학평의원회는 재단이 독단적으로 전횡하는 사립대학의 민주적인 운영과 투명성, 합리성을 담보하는 최소한의 보루이다. 교육부는 취업률이나 학생 충원율과 같은 기준 보다는 대학평의원회의 정상적인 운영 여부를 대학평가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 대학의 본질적이고 참다운 발전이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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