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과학상을향해뛰자<12>이화여대

2011년부터 3년간 100억원 투자하는 글로벌 Top5 프로젝트 가동
SCI급 논문 있어야 승진…인용지수 따라 가산점·인센티브 강화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국내 최초 여성 화학자·물리학 박사·의사 배출, 전 세계 여대 최초로 공대 설립…

이화여대가 일찍이 이공계열 교육에 투자하며 거둔 성과다. 일반적으로 여대는 인문사회·어학·예술계열에서 강한 대신 이공계열에서는 비교적 약할 것이라는 편견을 마주하고 있다. 이공계열은 다른 분야에 비해 국내 여성들의 진출이 늦었던 만큼 ‘최후의 미개척지’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이화여대는 설립 초기부터 여성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각 이공계열에서 제1호 여성 전문가들을 배출하는 성과를 거뒀으며, 지난 1996년에는 세계 여대 중 최초로 공대를 설립해 ‘여성 공학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최종 꿈에 비하면 이는 시작 단계다. 이화여대는 ‘제2의 퀴리부인’, 즉 국내 제1호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기초과학 분야 연구 인프라 강화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일반대학에 비해 이공계열에 집중 지원한 기간은 비교적 짧지만 이화여대의 연구 경쟁력은 주목할 만하다. 이화여대는 지난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IT 분야 산업계 관점 대학평가’에서 산학연계 교육인프라 충실성 부문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과학 분야에서는 화학-환경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화여대는 바이오 융합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최진호 화학·나노과학전공 석좌교수, 최재천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등 세계적 수준의 연구자들와 업적, 특허 등을 확보했다.

■신진·중견 연구에 3년 간 100억 투자 = 이화여대는 연구 역량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11년부터 3년간 연구비 100억원을 투자하는 ‘이화 글로벌 톱5 프로젝트(이하 Top5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Top5 프로젝트는 글로벌선도분야(Ewha Global Frontier)와 미래유망분야(Ewha Raw Diamond) 2개 분야로 나뉜다. 글로벌선도분야는 이미 우수한 연구성과를 기반으로 탁월한 경쟁력을 가진 사업단을 지원하는 분야로, 최진호 화학·나노과학전공 교수가 이끄는 나노바이오 의약사업단, 최재천 에코과학부 교수의 PRINCE(Primate Research Institute for Cognition and Ecology)팀 등 5개 팀이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미래유망분야의 경우 발전가능성을 보유한 사업단의 연구를 지원한다. 신진 연구자들이 다소 모험적인 과제를 택하더라도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기 위해서다.

2011년 8월 처음 선정된 총 13개의 사업단(글로벌선도분야 2개, 미래유망분야 11개)의 경우 국내외 학술지 연구성과 게재, 대형 국책연구과제 수주, 40여 개에 달하는 특허 실적 달성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미래유망 8개 사업단이, 올해 2월 글로벌선도 3개 사업단과 미래유망 5개 사업단이 최종 선정됐다. 총 29개의 사업단은 매년 평가를 거쳐 프로젝트를 계속 수행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한다.

▲ 이화여대-솔베이 R&D센터가 들어설 산학협력관 조감도.
■여성 특수화학 연구의 코어, 솔베이 R&D센터 유치 = 이화여대는 지난 2011년 5월 세계적인 화학종합그룹 솔베이(Solvay)와 특수화학 부문 글로벌본부 R&D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2150만 달러(한화 260억원 상당) 규모의 산학협력 MOU를 체결했다.

솔베이 그룹은 전 세계 40여개 국가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15개 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솔베이 그룹의 기술 개발협력 파트너 중 대학 기관은 이화여대가 유일하다. 국내 대학과 다국적기업이 글로벌 R&D센터를 설립하는 경우 역시 처음이다.

올해 연말 이화여대-솔베이 R&D센터가 완공되면 전자기술, 리튬이온, 광전지분야 등 고성장 분야 공략을 위한 신기술 개발에 주력할 예정이다.

김선욱 총장은 “솔베이 R&D센터를 중심으로 한 산학협력을 통해 솔베이 그룹의 연구인력 및 산업체 훈련 노하우와 세계적 수준의 연구시설을 공유하는 등 연구 인프라 면에서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노벨상 수상 석학과의 교류 강화 = 이화여대는 노벨과학상 1호를 배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수년 전부터 노벨상을 수상한 세계 유명 석학들과의 교류·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화여대가 국내외 석학 간 학술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2007년 개원한 이화학술원은 해외석좌교수를 초빙해 특별강좌 형식으로 강의를 맡겼다.

미국의 대표적 과학자인 조지 스무트(2006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와 로버트 그럽스(2005년 노벨화학상 수상) 등 과학 분야 수상자들이 해외석좌교수로서 이화여대 강단에 섰다. 초빙된 해외석좌교수 가운데 노벨상 수상자들만 선정해 강연 및 담론을 하게 하는 프로그램 ‘노벨 렉처’를 도입, 시행하기도 했다.

조지 스무트 교수는 우주의 탄생 원리와 과정을 연구하는 초기우주과학기술연구소(IEU, Institute for the Early Universe)를 이화여대 내에 설립하고 강의를 진행하는 등 2009년부터 지금까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노벨상, 제대로 ‘뜸’ 들이는 인내심 필요”

[인터뷰]최진호 이화여대 대외부총장(화학·나노과학전공 석좌교수)

▲ 최진호 이화여대 대외부총장
“우리나라가 기초과학 연구에 제대로 투자한 기간은 약 20년 정도에 불과하다. 노벨과학상이란 밥 뜸을 제대로 들이듯 인내심 있는 지원을 바탕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앞으로 30년 정도 제대로 투자한다면 국내에서도 노벨과학상 수상을 기대할 수 있다.”

최진호 이화여대 부총장은 지난 2004년 화학·나노과학전공 교수로서 2007년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을 수상한 만큼 그 스스로가 노벨과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지난해 부총장직을 맡았다. 이화여대가 그만큼 기초과학분야 연구 체질개선에 나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화여대-솔베이 R&D센터를 유치한 것 역시 최 부총장이다. 친환경 화학기업을 지향하는 솔베이 그룹은 ‘여성의 힘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는 모토를 갖고 있었다. 이는 여성 교육기관으로서 환경 분야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이화여대의 요건과 맞아떨어졌다.

최 부총장은 “올 연말에 솔베이 R&D센터가 완공되면 공동연구가 활발해지는 것은 물론 글로벌 스탠더드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다”며 “이는 이화여대가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으로 도약하는 데 큰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부적으로는 교수업적평가와 인센티브 제도를 갈고 닦았다. 교원 승급·승진을 위해 SCI급 논문(교신 저자)을 꼭 보유하도록 했다. 또 인용지수(Impact Factor : IF)가 높은 국제학술지에 논문이 실릴 경우 가산점을 부여한다. IF 상위 5% 이내 저널에 게재한 논문의 경우 IF 상위 50% 이내 저널의 두 배에 해당하는 점수를, 교신저자에게는 공동저자의 두 배를 부여하는 식이다. 연간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와 연구조교를 차등 지원한다.

최 부총장은 최근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발표한 연구지원정책에 대해서는 여성 과학자들을 보다 배려해 지원해줄 것을 당부했다.

“새 정부 슬로건인 ‘창조경제’를 이끌 수 있는 핵심 역할을 수행하려면 대학 특성을 감안한 연구 지원책이 필요하다. 최근 첨단산업에서 여성과학기술자의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는 만큼 여성과학자들에 대한 지원이 확대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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