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인문학과 기초학문 분야를 없애면서 창조경제를 하겠다는 것은 건물의 기초를 쌓지 않고 층수를 올리겠다는 발상과 비슷하다”

한 인문학 교수의 말이다. 최근 일부 대학들이 인문학과 기초학문 전공을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삼자 전문가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대학들은 교육당국의 평가 때문이라며 볼멘소리를 내지만 대학의 본질을 등한시 한 움직임이라는 지적이다.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창조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으면서 ‘인문학’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됐다. 전문가들도 창조경제를 이루는 데 기초학문과 인문학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인문학’은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며 홀대받고 있다. 대학들은 ‘슈퍼 갑’인 교육부의 대학 평가 지표를 탓한다. 총점의 40%에 달하는 ‘취업률’과 ‘학생 충원률’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인문학 버리기’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인문학과 기초학문이 위기에 빠졌다는 우려는 어제 오늘일은 아니다. 대학이 ‘취업 준비 기관’으로 간주되면서 실용·응용 학문의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인문학과 기초학문은 찬밥 신세다.

심지어 대학들은 저마다 ‘취업지원센터’를 설치하고 많은 예산을 투입해 ‘인터뷰 법’ ‘면접 매너’ ‘이력서 잘 쓰는 법’ 등의 취업 교육에 열을 올리며 학생들의 창의력 함양에는 뒷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창조경제의 기반인 '창조적 인재'가 양성될 리 만무하다.

미국의 경우 학부과정 40%이상을 인문학과 교양교육에 집중한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개발해 한 시대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었던 것은 창의성을 키울 수 있도록 ‘내버려 둔’ 교육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취업’만 외치는 한국 대학에서 한국의 스티브 잡스가 나오길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렇듯 ‘창조경제’를 위해서는 대학의 역할이 지대하다. ‘창조경제’가 한낱 정치적 구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 대학은 제대로 된 교육 인프라를 먼저 구축하고 대학 본연의 책무를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정부도 대학 평가 지표를 개선하고 ‘창조경제’의 근간인 인문학과 기초학문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 ‘창조경제’는 정부와 기관, 개인이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이뤄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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