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에너지물리 특성화로 노벨상에 한 걸음 더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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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과학상을향해뛰자<13>경북대

미지의 세계를 향한 끊임없는 도전…자연과 우주의 근원을 밝히다

[한국대학신문 백수현 기자]경북대(총장 함인석)의 노벨과학상 도전은 고에너지물리분야에서 시작된다. 고에너지물리란 자연의 궁극 구조와 우주의 기원과 진화에 대해 연구하는 분야다. 손동철 경북대 물리학과 교수는 “우리 대학의 물리학과는 학과 규모는 중간급이지만, 고에너지물리 분야에서 특성화된 뚜렷한 색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물리학과와 고에너지물리연구소, 방사선과학연구소와 인근 학과에 유사한 분야를 연구하는 정규 교수만 해도 14명에 이르며, 연구교수, 박사후연구원 등 박사급만도 30여명이 넘어 명실공히 국내 최대이자 최고 수준이다. 더불어 우수연구센터, WCU(세계수준연구중심대학, World Class University), B21(Brain Korea 21) 사업 등의 지원을 통해 활발한 연구를 펼치고 있다.

■고에너지물리분야 국제공동연구에 경북대 연구진 다수 참여= 역대 물리학 부문 노벨상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고에너지물리분야는 현재도 지식의 지평선을 넓혀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인류의 호기심을 만족시킬만한 여러 연구들이 세계 주요 시설을 중심으로 수행되고 있다. 경북대 연구팀들은 공동연구진으로 참여하거나 자체적으로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손 교수는 “노벨상에 도전하려면 지식의 한계를 넓힐 획기적인 사실을 발견하거나 또는 실험으로 증명이 된 이론을 개발해야 한다”며 “새로운 사실의 발견을 위해서는 지금까지 인류가 도전하지 못했던 지식 혹은 기술을 넘어서는 매우 힘든 도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 고에너지물리 분야에서는 지금까지 도달할 수 없었던 영역을 넘어서기 위한 도전에 도전을 거듭하고 있다. 세계 최고 에너지에서, 또는 세계 최강력 입자 가속기와 검출기라는 거대한 연구시설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또 이렇게 개발된 대형연구시설 건설에 공동으로 참여하고, 자료를 공유해 새로운 사실을 찾으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 그리드 컴퓨터 망으로 연결된 전세계의 CMS 티어 센터들은 CMS 실험에서 획득한 자료를 공유하여 분석하고 있다. 이 실험에서는 연간 약 3페타바이트의 자료를 생산하고 있다. 경북대의 CMS 티어2센터에서는 약 0.5 페타바이트 자료를 보관해 분석중이다. 2013년까지의 수집할 자료는 현재의 약 500배나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노벨상의 보물창고, ‘CMS 티어2센터’= 현재까지 나타난 경북대 연구팀들의 대표적 연구 성과를 소개하면, 우선 스위스 제네바에 소재한 유럽입자물리연구소에서 세계 최고 에너지(13-14 테라전자볼트)로 양성자끼리 충돌시키는 대형강입자가속기(원주 27km)를 이용한 CMS 실험 수행을 들 수 있다. 1996년부터 검출기 건설에 참여해 2010년부터는 자료를 수집하면서 새로운 현상 발굴에 매진 중이다.

건설 초기부터 이 실험의 주요 목표였던 힉스 입자 발견이 얼마 전 이뤄졌다. 이것은 노벨상 후보업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지난해 7월 125GeV의 질량을 가진 힉스 입자 신호를 최초 관측한 이래, 올해 확실하게 힉스 입자임을 증명했다. 손동철, 김동희, 김귀년 교수를 비롯해, 경북대에서 10여 명의 박사급 연구진과 비슷한 숫자의 대학원생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자료수집 장치 공급에 기여했고, 현재는 실험 자료의 저장과 분석을 위해 국내에서 유일한 ‘CMS 티어2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CMS 티어2센터’에 대해 손 교수는 “첨단 컴퓨터기술이 그리드 기술로 분산된 전산자원들을 원격에서 활용할 수 있는 50여 개의 티어센터들 중 하나로, 검출기의 신호자료에서 컴퓨

▲ 유럽입자물리연구소에서 진행 중인 CMS 실험에서 2012년 발견한 힉스 입자 후보의 검출기 신호 모습. 8테라전자볼트에서 표준모형의 힉스 입자가 생성되어 두 개의 Z 보존으로 붕괴하고, 그 중 하나는 두 개의 전자 쌍(녹색)으로, 다른 하나는 뮤온 쌍(적색)으로 다시 붕괴해 검출기에 기록됐다.
터로 생산한 자료들을 분석하기 위한 센터”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자료들을 잘만 분석하면 새로운 현상을 누구보다 빨리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노벨상이 숨어있는 보물창고의 하나로 간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험은 2030년까지 계속될 예정이며, 자료 양도 500배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손 교수는 “이 자료로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을지는 이제 연구진의 노력과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는 행운이 따를 것인가에 달려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우주에서의 반물질ㆍ암흑물질 존재 연구도 주목= 학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또 다른 연구 활동으로는 최초의 입자물리용 초정밀 검출기인 AMS를 이용해 국제우주정거장에서의 반물질과 암흑물질의 존재를 탐색하는 것이다. 이 실험에 1996년부터 참여한 연구진은 무려 15년 동안의 검출기 제작 기간을 거쳐, 2011년 5월 우주정거장에 탑재해 이후 계속해서 자료를 수집 중이다.

현재 300억 개 이상의 우주선 입자를 기록한 자료 역시 경북대 고에너지물리연구소의 컴퓨터로 이송돼 분석이 진행 중이다. 연구진은 첫 연구결과로 지난 4월 미국 피지컬레뷰레터(PRL)에 암흑물질의 단서로 간주되는 신호 흔적을 양전자 비로 측정한 내용을 특별 보고했다. 결과 발표 이후 곧 이어 수십 편의 연구논문이 뒤따를 정도로 뜨거운 감자다.

▲ 국제우주정거장에 탑재된 AMS 검출기 사진. 경북대 고에너지물리연구팀은 이 검출기 제작에 15년간 참여했으며, 현재 약 300억 개의 실험자료를 분석하면서 우주에서의 반물질과 암흑물질 탐색 연구를 수행 중이다.
AMS 실험도 우주정거장 수명과 같이 앞으로 20년 간 운영됨으로써 약 10배 이상의 자료를 더 수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암흑물질은 현재 우주 구성물질의 약 1/4에 해당하나 아직 그 구성이 무엇인지 알려지지 않고 있으며, 반헬륨핵자와 같은 반물질은 우주에 거의 존재하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손 교수는 “만약 발견된다면 반물질로 구성된 우주의 존재 가능성을 확실하게 증명할 수 있어 우주의 탄생과 구성에 대한 매우 새롭고 획기적인 사실이 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연구결과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으며, 이 실험으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지에 대한 관심도 높다”고 말했다. AMS 실험에는 손동철, 김귀년 교수 등 10여명이 연구진으로 참여해 연구 활동에 매진 중이다.

■교수ㆍ재학생ㆍ졸업생이 한 마음으로 노벨상 도전= 이외에 기대를 모으고 있는 연구로는 △우주 구성 측면에서 물질과 반물질에 대한 정밀한 자료를 제공할 일본에서의 수퍼B공장 실험(박환배, 김홍주 교수 등 참여) △현재까지 가설로만 존재하는 마요라나형 중성미자의 존재 여부를 밝혀내기 위한 특별한 크리스탈 검출기 개발(김홍주 교수팀 참여) △향후 일본에서 10년 이내 건설될 것으로 기대되는 전장 32km 대형 국제선형가속기에서의 실험을 위해 국내의 가속기 및 검출기 제작 기술 확보를 위한 노력(김은산, 박환배, 김동희, 손동철, 김홍주, 김귀년 교수팀 참여) 등이 있다.

손 교수는 “경북대와 노벨상과는 결코 무관하지 않다. 졸업생 중 미국 브룩헤이븐연구소의 이용영 박사는 1974년 사뮤엘 팅 교수팀의 일원으로 참쿼크를 가진 J 입자를 최초로 발견했다. 사뮤엘 팅 교수만이 1978년 노벨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지만 이 박사의 기여도는 크다”고 말했다. 이어 “현 교수진뿐만 아니라 여러 졸업생들도 노벨상에 도전하거나 노벨상 수상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노벨과학상’, 그 의미는]
정성화 경북대 청정나노소재연구소 소장(자연과학대학 화학과 교수)

“틈새시장을 찾고 우공이산(愚公移山)의 마음으로 집중할 때”

▲ 정성화 교수
1988년 서울올림픽 전, 누구나 입버릇처럼 금메달을 외치던 적이 있었고 결국 전국적인 관심으로 좋은 성과를 얻었다. 2002년도에는 모두가 월드컵을 꿈꾸었고 역시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노벨과학상’은 우리에게 아직까지 정복하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다. 마치 노벨상만 받으면 우리나라의 모든 꿈이 이루어질 것 같은 느낌을 줄 정도이다. 몇 년 전부터 우리는 노벨상을 받기 위해 연구하고 공부하는 지경까지 이른 듯하다.

노벨상은 누구나 생각하고 노릴 수 있지만 결코 쉽게 허락되지 않고 특출한 그리고 운이 좋은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선물이 아닐까 한다. 자신들을 불편하게 하던 집 옆의 산을 마침내 움직인 우공처럼, 노력하면 누구에게나 가능성이 있다. 다만 열정을 가지고 올바른 방향으로 쉼 없이 오랫동안 노력할 때에 확률이 높다고 본다.

남들과 같아서는 결코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뛰어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우선 남들이 잘 도전하지 않는 틈새시장(niche market)을 찾아내어 나만의 연구라고 할 수 있는 분야를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남들이 하는 연구를 ‘me too’식으로 따라가서는 좋은 연구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결코 특출한 결과는 얻기 어렵다. 자신의 분야를 어느 정도 확보하면 이제는 성공과 실패에 연연해하지 말고 집 앞의 산을 옮기는 자세로 앞만 보고 달려 나가야 될 것이다. 언젠가는 집 앞의 산도 없어지듯이 마침내 노벨상이란 선물이 배달되지 않을까.

더불어 ‘풀뿌리 민주주의’란 말처럼 ‘풀뿌리 연구’의 개념도 필요하다. 노벨상을 한두 개 받았다고 우리나라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미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노벨상이 계속 나오는, 노벨상에 근접한 연구가 계속되는, 더 나아가 이들을 뒷받침하는 작지만 좋은 연구들이 계속돼야 한다. 그래야 노벨상 수상자가 계속 나오고 나라도 발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혹자의 얘기처럼 ‘한 쪽에는 배가 터져 죽을 지경이고 다른 대부분의 연구자는 배가 고파서 죽는다’라는 분위기로는 사상누각(沙上樓閣)이 되지 않을까 한다.

마지막으로는 ‘당분간 노벨상을 잊자’라는 말도 하고 싶다. 물론 관심을 갖지 말자는 얘기는 아니며 ‘바쁠수록 둘러 가라’는 옛말처럼 너무 노벨상 자체에 목숨을 걸지 말자는 의미이다. 연구자 모두가 최선을 다해 노력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 곁에 와 있는 노벨상을 만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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