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환 본지 논설위원·서울사이버대 컴퓨터정보통신학과 교수

아시아나항공의 여객기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착륙을 시도하던 중 꼬리 날개 일부가 잘려나가고 동체 윗부분이 불에 탄 사고가 발생하여 탑승객 2명이 숨지고 180여명이 부상했다. 여객기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각종 언론 매체에서는 사고 상황을 뉴스 속보로 보도하고 이러한 뉴스를 접하는 시청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비행기 타기가 위험한 일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여객기 사고가 발생하면 자주 나오는 단어가 바로 블랙박스이다. 여객기 사고의 원인을 밝혀서 사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또한 앞으로 발생할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자는 취지로 블랙박스 분석은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블랙박스 분석을 통해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까지는 6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고 한다. 여객기는 항법 제어장치가 워낙 복잡하고 공항 관제탑과의 통신, 활주로 상태, 날씨, 조종사의 조종 등에 관한 모든 변수들을 고려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해야 하므로 블랙박스 데이터를 활용한다고 해도 그만큼 오래 걸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여객기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블랙박스 데이터를 분석하여 철저한 사고 규명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여객기 사고는 계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계책은 없는 것인가?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중간 조사에 따르면 이번 아시아나항공기가 하강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속도나 활주로 접근 각도 등에 어떠한 이상 징후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하강을 하기 위해 날개도 30도 아래로 젖혀졌고 바퀴도 정상적으로 나와 있었는데 충돌 7초 전에 여객기가 활주로에 다가가는 동안 조종석에서는 긴급 상황에 빠졌다는 것이다. 그 때 계기판의 속도계가 항공기가 착륙하기 위한 최소 시속 속도인 137노트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조종사들의 고함소리가 오갔다고 한다. 여기에서 의문 사항은 항공기는 최소 시속 속도보다 느린 속도로 착륙을 시도하는 위험한 상황인데도 태연히 현재 속도만을 숫자로 알려만 주는 것인가?

현대의 모든 제어장치는 IT 기술을 접목하여 인간이 조종하는데 여러 가지 편리한 기능을 제공한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에 활용되는 내비게이터도 도로 기준 속도를 넘기만 하면 짤랑짤랑 소리를 내며 운전자에게 경각심을 일러준다. 자동차의 텔레매틱스(Telematics)는 차량 내 운전자에게 긴급 구난, 교통 정보 등의 안전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땅위에서 움직이는 자동차에도 자동차의 안전을 위해 여러 가지 기능이 부착되어 있으니 공중을 나는 여객기에는 얼마나 많은 지능적인 안전 시스템이 동작하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항공기에도 항법 중앙제어장치가 있어서 각종 계측기들의 데이터를 근거로 안전한 항공 조종을 위해 조종사에게 신속하고 정확하게 상황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그런데 중앙제어장치는 상황 정보만을 제공할 것이 아니라 긴박한 상황에서는 스스로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기능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동차의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미처 밟지 못하는 상황에서 텔레매틱스 서비스 장치가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작동시킬 수 있듯이 항공기에서도 상황이 급박한 경우에는 위험 상황으로부터 안전하게 탈피할 수 있는 제어 기능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착륙 시에 최소 시속 속도보다 낮게 하강을 계속하고 활주로 주변 상태가 여객기 사고로 이어질 급박한 상황에서는 항공기 스스로 재상승(go around)을 하는 것은 너무 위험한 일인가? 항공기의 중앙제어장치가 항공 중의 모든 상황 데이터를 블랙박스에 저장만 할 것이 아니라 위험한 상황에서는 항공기의 중앙제어장치가 스스로 위험으로부터 탈피할 수 있는 기능을 보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조종사인 인간의 판단이 기계보다 훨씬 신뢰성이 높기 때문에 최종적인 판단은 조종사의 제어에 따르도록 구성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여객기의 사고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데도 블랙박스에 상황 데이터만 저장하고 있는 항공기의 기능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언제 어디서나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안전 여객기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기 바란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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