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열 남서울대 교양과정부 교수

요즘 대부분 대학들은 행정의 효율화를 외치면서 보다 체계적인 행정시스템을 구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여기서 과연 행정의 효율이 왜 강조되는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자 한다. 즉 대학행정의 효율을 강조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어디에 있는가 하는 점이다.

필자가 현재 미국에서 연구년을 보내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미국 교수들은 자신의 고유의 일인 교육과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학생 교육에 대한 부분에서 필자는 단순한 한 가지 사실에 다소 충격을 받았다. 미국 대학에서 교수들은 연구실 문을 특별한 개인 용무가 아니면 늘 약간씩 열어 둔다는 사실이다. 처음에 ‘왜 그런가’ 했는데, 학생들이 부담 없이 언제든지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허용(?)의 의미가 담겨 있단다. 즉 학생들을 위한 배려인 것이다.

늘 연구실을 닫아놓고, 고유의 공간으로 생각하곤 하는 우리나라 상황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대학원생의 제자들에게 연구실을 개방하는 교수들이 있지만 일반 학부 학생들에게까지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도록 물리적인 허용을 배려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생각한다. 미국 교수들은 연구실의 문을 열어놓음으로써 학생들이 수업내용은 물론 프로젝트나 개인적인 용무가 있는 경우에 자연스럽게 연구실로 교수를 보러 올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학생중심’의 교육마인드를 보는 듯 했다.

또한 미국 교수들에게 출장으로 인해 수업을 하지 못할 경우에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보니 이미 온라인으로 구축된 사이버 강의실을 이용해서 하면 된다고 한다. 우리가 그렇게 철저하게 강조하는 보강계획서라는 것도 없고, 별도로 날짜를 잡아서 보강을 했느냐 여부도 물어볼 필요도 없는 것이다. 한국 교수의 경우 보강계획서의 날짜와 출석부의 날짜가 틀려도 행정감사에 걸리기 때문에 이것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학생 교육에 있어서 일단 서류에 의한 형식적인 것이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학행정의 효율을 위해서 종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서 모든 교수들의 업적을 관리하고, 교수들도 자신의 모든 업적을 일일이 챙겨서 입력하고, 그것을 출력해서 담당부서에 보내야한다. 또 연구를 수행하게 되면 규정에 맞게 연구비 집행을 일일이 챙겨야하고, 학생면담도 일일이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도 학생들이 교수들을 만나는 것을 어려워하는 문화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처럼 추진되어 온 대학의 행정 효율화가 실질적인 학생중심의 행정을 오히려 형식적인 행정으로 점점 더 고착화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더욱이 각종 대학평가에서 취업률을 강조하다보니 각 대학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교수들로 하여금 학생들의 눈높이를 낮춰서라도 우선 취업시키도록 하고, 종종 자신의 진로나 취업분야에 맞지 않아도 교수의 추천으로 취업을 한 학생들이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사례들을 본다. 이들이 취업 후 1년도 채 되지 않아서 이직을 하는 비율이 거의 50%를 상회하고 있다.

대학행정의 효율성 제고는 학교가 아닌 학생중심에서 봐야 한다. 우선 대학은 교수들을 믿고 신뢰하는 분위기가 이루어져야 한다. 모든 일의 결과를 자료로 남기고, 수치화하여 확인하는 자체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행정의 효율화로 인해 교수들이 학생으로부터 더 멀어지게 되거나 형식주의에 빠지게 해서는 안 된다. 교수가 되었다면 최소한 자신의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가장 윤리적이고 기본적 소양이 되는 것이다. 이것을 망각한 교수는 스스로가 학생들 앞에 서서는 안 된다. 또 단지 그런 교수들을 체크하기 위해서 행정시스템을 체계화하는 것이라면 오히려 행정의 효율도 반감되는 것이다. 행정은 일을 ‘쉽게’ ‘잘’ 하게 만들도록 하기 위한 ‘봉사(service)’인 것이다. 대학행정의 효율을 강조함에 있어 진정으로 교수들이 학생들을 더 쉽게 잘 가르치고 더 많이 사랑하도록 하고 있는지를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행정을 위한 효율’이 아니라 ‘교육을 위한 효율’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너무 형식과 규정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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