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서 '사랑과 정' 심는 대사협 한국청년 해외봉사단

[몽골 다르항=한국대학신문 한명섭 기자] 끝없이 펼쳐진 초원. 먼 옛날 칭기즈칸이 대륙을 가로질러 유럽 등 여러 나라를 평정하고 우리나라까지 진출해 위용을 떨치던 제국. 2010년 기준 가축 수 4400만 마리, 말과 사람의 비율이 13:1로 가축이 월등히 더 많은 거대한 목장 같은 나라. 지금은 인구 300만의 국토 면적 대비 인구밀도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저개발국가. 그 곳 몽골 땅에 한국 대학생들이 한 여름 뙤약볕 아래서 땀방울 투혼으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학들 마다 방학이면 자체 해외봉사단을 파견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회장 강희성 호원대 총장) 소속 몽골C팀 봉사단(단장 신기택 한국폴리텍대 교수) 31명은 지난 3일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국제공항에 안착했다.

15일간 빈민 가정 아이들에 대한 교육과 빈민촌의 환경개선 등의 노력봉사가 주 임무. 봉사단이 활동할 울란바토르에서 4시간 떨어진 작은 도시 다르항시 숙소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4시. 몽골항공은 인천국제공항에서부터 출발이 지연돼 8시간 연착하면서 시작부터 봉사단의 진을 뺐다.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예정된 활동에 들어간 봉사단의 첫 일정은 ‘드림캠프’. 시 교육청이 추천한 다양한 연령대의 빈민 가정 아이들 60명과 3일간 함께 하는 것이다. 이들은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아동들이다.

망망대해 같은 초원 속 소나무 숲에 자리 잡은 교육청 수련원은 화장실과 세면대, 침대 등 체류환경이 ‘최악’이었지만 이미 각오와 준비를 단단히 한 봉사단에게는 중요치 않았다.

드림캠프와 더불어 다르항에서 최초로 설립된 1번 학교에서 펼쳐진 교육봉사는 한국어와 영어, 음악, 미술, 체육 등을 공부하며 아이들과 놀아주기다. 그러나 공부하기 싫어하기는 어느 나라 아이들이나 똑같은 모양. 몽골도 지금은 방학이라 처음에는 “왜 방학인데 수업해야 하느냐” 며 투정를 부리던 아이들이 어느새 다음 수업을 재촉하며 한국에서 온 형과 언니들을 그림자처럼 따랐다. 자신을 안아주고 예뻐해 주는 언니 오빠들의 사랑 담긴 눈빛과 여태껏 받아 본 적이 없는 수업 내용에 반한것이다.

 

드림캠프를 마치고 헤어지는 시간. 아이들과 봉사단 학생들의 붉어진 눈가엔 아쉬움의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다음 일정은 유치원 외벽 페인트 칠 노력봉사. 봉사단이 찾아간 다르항시 빈민가의 설립 순으로 세 번째인 ‘3번 유치원’은 교사 급여와 원생들 밥값 등을 줄이려고 지난달부터 3개월간 방학에 들어간 상태였다. 30명의 단원들이 달라붙어 페인트가 모두 벗겨져 얼룩진 외벽을 칠하고 미술 전공 학생들이 예쁜 벽화로 마무리하자 유치원이라 상상하기 어려웠던 건물이 ‘어엿한’ 유치원 모양새로 재탄생했다. 

이어진 지하 빈민가정과 판자촌 노력봉사는 극빈층의 생활조건이 열악한 만큼 봉사활동 중 가장 힘든 작업이었다. 낡고 오래된 아파트 지하에 사는 극빈가정의 환경은 상상을 초월한다. 가파른 수직 철제 계단을 타고 내려가는 지하방은 배관 파이프가 얽혀있는 등 처음부터 주거용도가 아니어서 라면상자 크기로 대충 뚫은 창문 하나가 환기와 채광시설의 전부.

 

페인트칠과 장판교체, 방역을 위해 찌들고 너덜너덜한 카펫과 장판을 걷어 밖으로 끄집어 내는 일도 입구가 좁아 쉽지 않았다. 환기가 안 되는 지하 페인트칠은 독한 냄새를 뿜어 10분 칠 하고 밖에서 15분 휴식을 취하며 이어갔다. 새 장판을 깔고 다시 가재도구를 들여 ‘리모델링’의 그림을 완성해 나가자 집 주인 부부의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번졌다.

세계를 호령한 칭기즈칸의 후예라는 자부심이 남아있는 몽골인들은 어린 아이들 조차 이방인이 내미는 사탕이나 음료수 하나 받으려 하지 않는 자존심 강한 민족이지만 한국에서 온 청년 봉사단의 조건 없는 헌신에는 마음을 열고 다가왔다.

봉사단을 이끈 신기택 단장은 "많은 국내외 봉사단체가 여러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교통과 체류환경이 좋은 대도시 중심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번 다르항 지역 봉사는 이제껏 다른 봉사단체의 손길이 많이 미치지 않았던 곳으로 빈민가정과 시 교육청 관계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아 큰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실제 봉사단의 손길이 절실한 중소 지방도시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활동이 이뤄져야 할 것" 이라고 조언했다.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지원국으로 변신한 세계 유일의 국가, 한국의 청년들은 지금도 대학별로, 또는 단체나 개인 자격으로 대한민국의 이름을 걸고 지구촌 곳곳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보듬고 있다.

이제 일상화된 자원봉사는 학생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자 또 다른 자아를 찾는 기회다.

취업 준비도 해야 하지만 봉사를 택한 졸업반 강민지씨(동의대 체육4)는 “어려운 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힘들지만 자신을 돌아보며 반성하게 돼 오히려 힐링의 시간이다” 며 해맑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몽골팀 최고령 봉사단원으로 참가해 '형님'으로 불린 늦깍이 대학생 한병훈씨(53, 전주비전대 사회복지2), 어려웠던 어릴적 기억 때문에 국내에서도 복지관 등 25곳에 후원을 하고 있다는 만학도 한씨에게 봉사의 의미를 묻자 “나에게 봉사는 숙명”이라고 말했다.

<취재협조 : 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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