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과학자들의 위험한 연구]<1>게임으로 청춘 낭비하는 우울한 아이들에게
[괴짜과학자들의 위험한 연구]<1>게임으로 청춘 낭비하는 우울한 아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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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중독’ 치료법 개발 착수한 함봉진 서울대 교수

*** 한국대학신문 창간 25주년을 맞아 국내 대학 연구자들의 연구환경을 돌아보면서 △우수한 연구 △참신한 연구 △흥미로운 주제를 가진 연구 등을 발굴해 한국연구재단의 연구지원 성과와 정보를 공유하는 취지에서 연속기획 ‘괴짜과학자들의 위험한 연구’를 마련했다. 자기 분야에 매몰되지 않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연구에 뛰어든 학자들의 파격적인 상상력을 뒤쫓아 가보자.

우울증 전문가 “과몰입 차단기술 개발” 선언
온라인 게임 안전기준·제작지침 만들 계획도

[한국대학신문 최성욱 기자]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달 발표한 ‘2012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0세 이상 49세 이하 스마트폰 사용자 1만여명 중 11.1%가 스마트폰에 중독된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의 경우 10명 중 1명꼴인 9.1%가 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고, 청소년은 성인의 2배(18.4%)가 넘는다. 서울대병원은 온라인 게임을 포함한 ‘인터넷 중독’ 유병률을 최소 2%에서 최대 15%까지 내다보고 있다.

인터넷에 스마트폰이 가세하면서 ‘온라인 가상세계’는 실제세계를 대신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만큼 가까이 와 있다. 온라인으로 통칭되는 인터넷 가상세계에 빠져드는 현대인들. 일반적으로 인터넷 중독은 현대인이면 피해갈 수 없다는 마음의 질병 ‘우울증’과 결부돼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불안, 우울, 스트레스 등 인간 말단의 고뇌가 가상세계를 갈구하게 하는지, 온라인이라는 가상세계가 우울증 등을 야기하는지는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 ‘우울증 전문가’ 함봉진 서울대 교수(사진)가 온라인 게임 중독을 해결하기 위해 뛰어들었다. 함 교수는 “게이머가 게임 자체를 통제할 수 있다면 중독을 예방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후속연구에서 그는 게임 몰입요인 지표를 개발해 과몰입 차단기술을 만들 계획이다. ⓒ최성욱
3년 전, 이 둘 간의 상관성을 밝혀내려고 ‘온라인 게임 중독’ 연구에 뛰어든 학자가 있다.

서울대학교병원의 함봉진 교수(47·정신과, 사진)다. 함 교수는 지난 2010년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모험연구’(3년 과제)를 수주했다. ‘가상환경 속에서의 자기 실재감이 온라인·비디오 게임 중독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보고서다.

수면장애, 불안, 우울 등 정신신체의학을 전공한 함 교수는 우울증과 스트레스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그런 그가 온라인 게임 중독에 손을 뻗친 건 학생들 때문이었다. 인터넷 게임으로 밤을 새고 수업을 받는 의대생들을 보면서 온라인 게임 중독에 관심을 갖게 됐다.     

“부모는 일하느라 바빠서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이 부족해요. 어른이 돼도 중독 증세는 쉽게 고쳐지지 않죠. 온라인 게임에 빠져 청춘을 낭비하고 있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는 게 문제입니다.”

함 교수는 “IT강국의 그늘”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게임을 하는 그룹(23명)과 하지 않는 그룹(32명)의 뇌파를 측정했다. 먼저 휴식을 취하게 하고 안정된 상태에서 뇌파를 찍은 후 첫 번째 게임을 5~10분 시켰다. 다시 휴식을 취한 후 두 번째 게임을 5~10분 하게 했다. 관건은 안정된 뇌파로 복귀하는 데 두 그룹이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다.

“몸의 생리적 신호를 기록했습니다. 뇌파와 심전도의 특정 지표가 게임 몰입에 반응하는지를 알아보는 거예요.”

실험결과는 이달 말까지 보고서로 제출할 예정이고, 논문은 1~2년 앞을 내다보고 있다. 함 교수는 그러나 의미있는 결과를 확신했다. 그간 그가 우울증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마인드-바디 인터렉션’(마음-몸 상호작용)이라는 연구방법론으로 다양한 상태의 우울증 환자를 치료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암환자들 사이에서 우울증세가 심할 경우 증세가 악화되거나 합병증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 반대의 경우도 있다는 것. 이 때문에 그가 이번 실험에서 목표로 삼은 것도 온라인 게임 중독 자체를 고치는 처방이 아니다. ‘게임을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생업을 내팽개치고 자녀 교육에 시간을 할애하겠어요,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없애버리겠어요? 야단이나 훈계 등 교육적인 방법도 중독을 고칠 순 없다고 봐요. 그럼 남은 건 게임을 통제하는 일이죠.”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함 교수는 온라인 게임의 스토리, 조작방법 등을 보다 세세하게 분석해 중독성에 이르게 하는 게임 몰입요인 지표(mark)를 만들어낼 계획이다. 이 지표를 통해 게이머가 몰입에서 중독으로 빠져드는 순간순간마다 적당한 기제를 넣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과몰입 차단 기술’이 개발되면 게임제작 시 안전기준과 제작지침을 마련할 때 이용할 수 있다는 게 함 교수의 또다른 연구목표다.

“게임개발업체와 협력해서 게이머들이 병적(중독)으로 빠져들지 않도록 만들 거예요. 사람이 게임을 통제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게임 중독의 해결책입니다.”

·연구자: 함봉진 서울대 교수(정신과)
·주제: 가상환경 속에서의 자기 실재감이 온라인·비디오게임 중독에 미치는 영향
·연구기간: 2010년 5월 1일~2013년 4월 30일(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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