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말하는 한남대 공학교육인증

▲ 7년차에 접어든 한남대의 공학교육인증은 이론과 실험의 반복적 학습을 통해 문제해결능력을 갖춘 공학도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료사진: 한남대 공학교육혁신센터

기초과목 30학점 이상, 지방대생 자신감 심어줘
대학 4년간 10여번 실험으로 ‘고속성장’ 밑거름

[한국대학신문 최성욱 기자] 한남대가 공학교육인증 프로그램을 7년째 이어오면서 거둔 최고의 성과는 이론과 실무가 결합된 교육의 시너지 효과에 있다. 실무는 다름 아닌 최근 각광받는 융복합적 실험(설계)이다. 학생들은 설계과목을 통해 이론과 실험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면서 자신감을 얻고 있다. 

대학에서 만난 한 학생(4학년)은 “이론으로 알고 있는 것과 실제로 해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며 “대학을 졸업하고 공학기술자가 되면 누구나 부딪히게 될 난관을 먼저 경험해 볼 수 있는 게 공학교육인증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공학교육인증은 지방대 학생들이 입학 초부터 갖고 있는 특유의 의기소침함을 극복하는 계기가 됐다.

한남대 공학교육인증 프로그램은 그 바탕을 기초교양교육에 두고 있다. 특히 MSC(수학, 과학, 전산학)를 30학점 이상 이수토록 해 전공기초지식을 충실히 쌓게 한다. 정성진 공학교육혁신센터장은 “고도의 전문지식을 요구하는 공학교육을 잘 따라오려면 학문의 특성상 기초과목에 대한 이해는 필수”라고 말한다.

전문교양(필수 16학점, 선택 8학점)도 최대 24학점을 이수해야 하는데 매 학기 실용영어와 외국어과목이 개설돼 있어 눈에 띈다.

하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공학교육인증이 ‘만만찮은 과정’이라고 말한다. 3학점 강의에 최대 6시간을 정규과정으로 이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3학점 설계과목의 경우 이론 2~3시간에 실험 2~3시간이 기본과정이다.

이 학생은 그러나 “1학년 때만해도 ‘나는 왜 이렇게 여유시간이 없지’라고 생각했는데 실험을 반복적으로 하면서 마음이 많이 바뀌었다”며 공학교육인증 프로그램을 추켜세웠다.

실험에 앞서는 이론강의, 이론강의에 뒤따르는 실험. 공학교육인증 4년 전과정을 체험한 학생들은 어떻게 공부했을까. 한남대에서 만난 공학도들(공학교육인증 이수예정자)은 하나같이 자신감이 넘쳤다.

■“2주 꼬박 밤새도 보람” 신동호(정보통신공학·4)= 지난 학기 신씨는 2주일동안 연구실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학과 학술제에 출품할 ‘유비쿼터스 프로젝트’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는 태양열, 지열 등 내부 에너지를 바탕으로 실내환경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시키는 제로에너지를 활용한 연구다.

▲ 신동호(정보통신공학·4)   ⓒ최성욱
신씨를 비롯한 학부생 예닐곱 명으로 꾸려진 연구팀은 유비쿼터스형 집을 설계하는 연구에 착수했다. 실내온도가 25도를 넘으면 자동센서가 에어컨을 가동시키고, 채광의 양에 따라 커튼이 움직인다.

신씨 연구팀은 집 모형부터 만들었다. 한쪽엔 백열등을 켜놓아 온도가 올라가면 팬이 돌아가게 하고, 빨간색 엘이디 조명을 달아 센서가 작동하면 불이 들어오게 했다.

이처럼 집안 곳곳에 자동센서를 달아서 사람이 기계를 조작하지 않아도 실내를 쾌적하게 유지시켜주는 시스템을 학부생 연구팀이 만들어낸 것이다. 센서제어와 통신 부문을 맡은 신씨는 아직까지 목소리에 설렘이 가득 묻어났다.

“꼬박 2주일 동안 연구실에서 실험만 했어요. 시계도 못보고 지낼 정도였죠. 설계과목은 유유럽여행 같아요. 들어서만 아는 것과 직접 가서 체험하는 건 하늘과 땅 차이잖아요.”

■“돌탑에 돌맹이 쌓는 마음” 강기수(건축공학전공·4)= 학창시절 이사를 자주 다닌 강씨는 이전 집과 새 집을 비교하는 버릇이 생겼다. 점점 큰집으로 이사를 했는데 강씨의 머릿속엔 늘 ‘수십층짜리 아파트가 어떻게 무너지지 않고 서 있을까’였다. 건축공학도가 되기로 결심한 강씨는 대학에 진학해선 건축을 보다 생생하게 배워보고 싶었다. 공학교육인증을 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 강기수(건축공학전공·4)    ⓒ최성욱

졸업을 앞둔 강씨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교육과정을 꼽아보라고 했다. 그는 주저없이 ‘캡스톤디자인 프로젝트’라고 했다. 이 프로젝트는 공학교육인증의 꽃이라 불린다. 특정 주제를 택해 창의적인 성과물을 만들어내는 팀 과제다. 4학년에 진입하면 1년 내내 이 연구에 매달려야한다.

강씨 연구팀은 총 3명이다. 그들은 건축학의 ‘구조해석’ 분야를 택했다. 사람들이 건물에서 장롱이나 침대 등 무거운 집기를 놓고, 쿵쿵 뛰어다녀도 안전하게 지탱하는 건축물의 원리를 밝혀내는 작업이다.

연구팀은 목재건물 중 추녀(처마의 네 귀퉁이에 받쳐놓는 서까래)를 주목하고 있다. 지붕 하중으로 인해 추녀가 힘을 받으면 휘거나 처지는 현상이 생기는데 이를 최소화 시키는 게 연구목표다.

강씨는 “모형 시뮬레이션을 통한 실험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금도 궁금하다”며 “돌탑에 돌맹이 하나 더 쌓는 마음으로 프로젝트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정된 예산도 엔지니어의 능력” 신재윤(전자공학과·4)= 신씨도 캡스톤디자인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다. 이들 연구팀은 생태계환경탐사로봇을 만들고 있다. 일본에서 발생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에서 연구주제를 착안했다.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지역에서 환경오염을 측정하는 로봇이다.

“탐사로봇은 지형극복 능력이 가장 중요해요. 웹캠을 통해 전방 1킬로미터까지 지형을 살필 수 있죠. 환경탐사는 우주탐사와 연결된 연구주제라 우리팀이 만든 로봇이 한걸음씩 걸어나갈 때마다 가슴이 벅차올라요.”

▲ 신재윤(전자공학과·4)   ⓒ최성욱
연구실에서 만난 신씨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로봇이 움직이는 것을 직접 보여줬다. 로봇을 만들면서 아쉬운 점은 없었냐고 물었다. 그는 로봇을 잠시 멈추더니 “오염유출경보기가 80만~90만원으로 고가라 로봇에 장착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그는 곧 “한정적인 예산에서 창의적인 성과물을 만들어야 하니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것도 엔지니어가 갖춰야할 능력 아니겠냐”고 당차게 말했다. 그가 말하는 공학교육인증의 이점이다. 실제로 연구원 4명이 사비를 털어 추가 장비를 구입할 정도로 연구팀의 열의가 대단하다.

신속하게 자료를 수집해 각자 취합한 정보를 팀원과 공유하고 회의를 거듭하면서 그는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했단다.

“지난 4년간 설계실험을 열 번은 넘게 했죠. 1학년 첫 실험 때부터 만들어놨던 습관이 졸업반이 된 지금도 엔지니어의 꿈을 꿀 수 있게 해준 것 같아요.”

[소개] 한남대 공학교육혁신센터는
수학·과학 기초과목에 ‘전담교수’ 둘 계획

한남대 공과대학 부속기관인 공학교육혁신센터(센터장 정성진)는 지난 2006년 8월 설립돼 새로운 공학교육의 기획·시행·평가 등 전체 교육지원업무를 주관하고 있다.

센터는 7년째 공학교육인증에 기반한 교육을 지원해왔다. 지난 2010년 공학교육인증 방문평가 결과 △전자공학과 △정보통신공학과 △건축공학전공 △기계공학과 등 4개 학과의 프로그램이 공학교육 인증을 취득했다.

2003년 공학교육인증대비 연구보고서를 제출했고, 2005년엔 교과과정을 공학교육인증에 걸맞게 개편했다. 학생들은 3년(1~3학년)간 공학교육 심화과정을 이수하고, 3학년 2학기부터 일반과정과 심화과정을 선택한다. 공학교육인증 심화과정에서 2011년 37명, 2012년 40명, 2013년(2월 기준) 21명 등을 배출했다.

지난 12월 열린 제2회 한남 종합설계 경진대회(졸업작품전)는 설계교육의 창의적 성과를 교내외에 확산하려는 대표적인 노력이다. 특히 오는 2학기부터는 전문교양과 MSC(수학, 과학, 전산학) 교과목에 전담교수를 지정하고 체계적으로 학생들을 지도할 계획이다.

정성진 센터장은 “수학·과학·컴퓨터 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기초학습능력을 향상시켜 설계를 포함한 전공과목의 내실을 기해왔다”며 “한남대 공학교육은 산업체는 물론이거니와 지역사회와 국가가 요구하는 공학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정성진 한남대 공학교육혁신센터장
“취업 때 전공실력 인정 받아야”

▲ 정성진 한남대 공학교육혁신센터장   ⓒ최성욱
-한남대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공학교육은 무엇인가.

“수학, 물리 등 자연과학을 기초로 응용능력을 길러 현장 엔지니어로 활동할 수 있는 인재를 만드는 게 공학교육의 핵심이다. 우리 대학엔 대체로 중위권 성적의 학생들이 많다. 자연과학 특히 수학의 기초가 부족하기 때문에 1~2학년 과정에 기초과목을 많이 할애하고 있다.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평가한 후 수준별로 분반을 나눠서 가르치기도 한다.”

-공학교육인증을 통해 달라진 점은.

“우리 학생들도 수준 높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었다는 것이다. 학기별로 ‘포트폴리오 경진대회’를 개최하고, 연말엔 ‘한남 종합설계 경진대회’를 연다. 공학교육인증 프로그램을 시행하기 전에 비해 공부량도 많아졌고 학생들이 이뤄내는 성과물도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공학교육 4년 전체 과정을 어떻게 몰입도 있게 이어갈 것인지가 관건이다.”

-2007년부터 공학교육인증을 꾸준히 받아오고 있는데.

“공학교육인증을 공학교육혁신과 혼동해선 안된다. 인증이란 건 교육과정이 표준화 돼 있는 거다. 여기에 맞춰 충실하게 학생들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 그럼 공학교육인증을 받지 않는 학과는 표준이 아니냐? 그렇진 않다. 다만 인증제는 더 강도 높은 커리큘럼을 구성하고 기대치 이상의 성과를 올리는 데 교육목표가 맞춰져 있기 때문에 전공 실력을 더 탄탄하게 다져갈 수 있다는 말이다.”

-전공을 깊이 있게 배울 수 있는 기회지만, 학생들이 기피하는 것도 사실이다.

“공학교육인증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학생들이 확실히 많이 배운다. 학생들이 전공공부에 투자해야 하는 시간이 많다. 자기 분야 전문성과 설계능력이 눈에 띄게 향상된다. 그럼에도 적잖은 학생들이 인증제를 기피하는 이유는 ‘취업에 불리하다’는 인식 탓이다. 특히 지방대는 취업에 대한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자격증, 영어성적 등 취업준비를 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말이다.”

-공학교육인증원에 바라는 점은.

“기업체나 산업체 채용과정에서 명확하게 반영될 필요가 있다. 공학교육인증을 받은 학생들의 전공·실무·문제해결능력 등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도 고려돼야 한다. 공학도들이 인증제처럼 강도 높은 교육과정에서 키워져야 국가 발전에도 이바지 할 수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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