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본지 논설위원·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국가정보원이 정치권의 도마 위에서 난도질당하고 있다. 처음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국정원 직원의 댓글달기와 선거개입 의혹에 대해서 경찰과 검찰이 6개월간의 수사 끝에 국가 최고 정보기관의 전임 기관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을 기소하였지만, 야권에서는 이를 믿을 수 없다고 국가정보원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였다. 이어서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을 국회정보위원회 여당 소속 위원들이 열람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사실상 포기  발언을 하였다며, 이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결국, 여와 야는 서로 다른 목적이지만 국가정보원에 대한 국정조사를 합의하여, 사상초유로 국가 최고 정보기관이 국회의 국정조사를 받기에 이르렀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이 여론의 도마에 오른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최근 미국에서도 국가 최고 정보기관이 파문에 휩싸이고 있다. 이른 바 스노든 파문이 그것이다. 이처럼 미국과 한국의 최고 정보기관이 유사한 시기에 내부자의 폭로나 비밀의 유출로 인하여 곤경에 처하게 된 것이다. 물론 같은 곤경이라도 그 사정과 원인은 전혀 다르다. 국정원은 정치권과의 부적절한 결탁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NSA 사건은 지나친 정보활동에 기인한 것이다. 그래서 NSA 사건은 정치성 없는 국가안보우선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초당적으로 ‘국익우선’을 여야 막론하고 부르짖고 있지만, 국정원 사건은 야당은 국정원장의 정치성 활동에, 여당은 남북정상회담 회담록을 바탕으로 정치적 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 국정조사의 근본적인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익을 위한다기보다 ‘정치의, 정치에 의한, 정치를 위한’ 국정조사가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어 국가정보원에 대한 사상초유의 국정조사를 받게 된 단초를 제공했던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은 이미 경찰과 검찰에서 수사를 거쳐 법원에 기소한 상태이므로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리는 것이 일의 순서요 원칙이다. 사실 국정조사와 관련된 법률도 국정조사가 재판이나 수사중인 사건에 대해 소추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안 된다고 못 박고 있어서 정당의 정치적 영향력 행사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국정조사는 국가의 주요현안에 대한 행정부와 사법부의 진실규명이 미진할 경우, 국회가 조사권을 행사하는 것이므로 사법부의 판단을 지켜본 후에도 그 판단이 잘 못되었거나 부족한 경우에 국정조사권을 발동하는 것이 삼권분립과 같은 민주주의의 기본적 가치를 존중하는 것이다.
  
어느 나라의 어떤 정보기관도 불법적인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SA의 경우와 우리 국정원 사건은 전혀 다른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두 사건을 대비하면 국가정보기관은 과연 어떠해야 하는가를 확연하게 보여준다. 이번 국정조사는 하지 않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어차피 하게 된 마당에 우려하는 정쟁의 수단이요 장이 되지 않고 국정원의 고유의 역할을 되살리는 변화와 개혁의 방향을 제시하는 생산적인 국정조사가 되어야 한다. 국가안보라는 더 큰 국익을 위하여 국정원의 불법 활동은 당연히 추궁되고 시정되어야 하지만, 국정원의 기능 자체가 약화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결국, 불법 활동을 제외한 NSA 활동을 우리 국정원이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는 계기가 이번 국정조사를 통해 마련되었으면 한다.
  
세계는 지금 정보의 바다 속에서 치열한 정보전쟁을 벌이고 있다. 물론 과거 냉전시대의 군사정보와 정치정보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 간 정보의 전쟁은 오히려 과거 냉전시대보다 더 치열해지고 있다. 산업스파이, 경제첩보, 그리고 이를 위한 산업보안이 현대 국가정보기관의 핵심역할과 기능의 한 예라면, 국경을 초월한 국제범죄, 다국적 범죄, 특히 사이버 범죄와 테러와 같은 국제범죄정보가 또 다른 중요한 정보활동의 대상으로 부상한지 오래다. 더구나 분단국이라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대북정보라는 우리 국가정보원 만의 또 다른 사명을 안기고 있다. 따라서 우리 국민이 바라는 것은 아마도 국정원을 정치적 논쟁의 대상으로 삼기보다는 국민의 안위와 행복을 위해서 국가안보와 같은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국정원이 될 수 있는 생산적인 국정조사가 되기를 바랄 것이다. 결국, 국정원의 기능이나 역할을 폐지하거나 축소하기보다는 그 기능과 역할을 국민과 국익을 위하여 적법한 절차와 수단으로 만 제대로 잘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이번 국정조사의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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