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라는 교훈아래 ‘아카라카’를 외치며 무악대동제와 응원전을 펼치는 대학. ‘백양로’ ‘노천극장’ ‘청송대’.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게 하는 추억의 명소를 가진 대학. 정부 각 부처는 물론 정·재계·법조계·금융계 심지어 연예계까지 기라성같은 인재들을 배출한 대학. 수험생이면 누구나 입학을 목표로 삼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의 명문사학 중의 하나. 바로 올해 개교 128주년을 맞은 연세대학교다.

그런 연세대가 최근 불명예스런 대학관련 뉴스에 계속 오르내리면서 전통의 명문사학으로서 체면을 구기고 있다.

지난 3일 교육부가 발표한 감사결과에 따르면 교비의 연금대납액수가 524억원으로 감사대상 대학 중 1위를 차지해 도하 각 언론의 도마에 올랐다. 명문사학의 맞수인 고려대학교가 대납액이 6억원이었음에 비교하면 연세대가 여론의 뭇매를 맞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교육부는 올해 9월30일까지 연금대납액을 환수하라고 지시했지만 연세대는 “환수계획이 없다”며 오히려 언론사들이 교비회계와 등록금 회계의 기본개념을 이해 못하고 여론몰이식 보도를 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그러나 연세대 총학생회마저도 “학교의 연금대납은 탈법”이라며 대납비용을 환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개방이사를 선임하지 않은 6개 사립대학에 대해 신규이사 취임을 승인하지 않기로 하는 등 행정제재방침을 발표했는데 여기에 연세대도 이름을 올렸다.

지난 3월에는 신설한지 4년밖에 안된 자유전공을 폐지하기로 했다가 여론이 빗발치자 4월자유전공 폐지를 2년간 유예하고 한국국제협력단(KOICA)와 공동으로 국제개발협력전공을 신설하기로 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양해각서를 체결한 KOICA 이사장이 물러나면서 실무협의가 진행되지 못했고 자칫 교수진과 커리큘럼도 없이 신입생을 선발해야 하는 묘한 상화에 처하게 됐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지난 5월 중앙일보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R&R)와 공동으로 전국 30개 주요대학의 2~4학년 재학생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3 대학생 만족도 조사’결과 전반적으로 연세대 재학생의 만족도는 타 주요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항목별로 보면 연세대 재학생 57%가 재입학 한다면 다른 대학을 가겠다고 응답해 서울대(11%), KAIST(32%), 포스텍(41%), 성균관대(43%), 고려대(55%) 등에 비해 높은 비율을 보여 대학본부 관계자들은 당혹케 했다. 지난 2010년 송도에 국제화캠퍼스를 건립했지만 국제화교육부문에서는 동국대(9위), 전남대(10위) 등에도 못 미치는 순위를 기록했으며 발전가능성부문 6위, 전공교수진 전문성 부문에서 10위, 사회적 평판 부문에서 7위를 기록하는 등 연세대의 명성에 걸맞지 않는 평가결과가 나왔다.

이같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 연세대 재학생들은 물론 30만 연세대 동문들과 학부형, 대학관계자들까지도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연세대학교 관계자들은 이러한 내외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떳떳하고 아무 잘못 없이 학교를 잘 이끌고 나가고 있다”며 독야청청이다.

어느 대학관계자는 “연세대학교는 대학 소유주가 없는, 주인 없는 학교라 어느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 없이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말 공감 가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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