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대학의 갑·을 관계와 학내 민주주의
[시론]대학의 갑·을 관계와 학내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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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명 본지 논설위원·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

힘이 많은 갑과 힘이 약한 을의 관계, 즉 갑과 을 관계가 쟁점이 되고 있다. 자유로운 탐구의 공간인 대학 역시 복잡한 갑과 을이라는 사회적 관계 속에 자리 잡고 있고 대학 내의 잘못된 갑과 을 관계는 대학의 공기를 오염시키고 그 구성원을 질식시킨다. 대학은 인류가 자신의 탐구 욕구를 마음껏 발휘하도록 의식적으로 만든 공동의 공간이자 제도이다. 대학은 학자들과 학생들이 사회와 자연에 관한 진리를 탐구하고 학습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권력의 통제나 자본의 탐욕에 휘둘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사회적 장치이다. 물론 이 자유의 공간이 자본과 권력에 의해 심각하게 영향을 받아온 것 또한 사실이고 때로 학자들 스스로 자신의 이익을 위하거나 억압 때문에 권력과 자본을 옹호하는데 학문적 도구를 활용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자유로운 탐구와 학습이 공동체와 인류에게 큰 혜택이 된다는 것을, 그리고 권력과 자본에 의해 왜곡되었던 진리가 밝혀지는 것을 우리는 눈앞에서 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에 허용되는 제도적 학문과 학습의 자유는 사회적으로 매우 소중하며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특히 개인 연구자나 학자들은 권력 집단이나 기업가 조직에 비해 약하고 영향을 받기 쉽기 때문에 그들에게 자유로운 공적 공간이 제도적으로 유지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대학의 자유로운 탐구와 학습의 분위기는 대학의 구성원들 사이의 관계가 보다 개방적이고 평등하고 민주적일 때 형성되고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대학과 관련하여 존재하는 많은 갑과 을 관계가 대학의 자유를 침식하고 있고 학문의 발전과 배움에 장애가 될 수 있다. 

한국 대학의 대표적인 갑과 을의 관계는 사학재단(사립대학)과 사립대학의 교수들과의 관계이다. 비리 대학의 이사진과 '경영진'이 교수들의 학문과 교육활동을 물론이고 심지어 개인 생활까지 관섭하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다. 재단 이사장의 사익을 위해 교수들을 동원하는 비리 사학재단의 불법과 만행은 결코 대학의 자유로운 탐구 정신과 양립할 수 없다. 우리는 또한 정부가 성과연봉제와 총장직선제 폐지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국립대학 교수들 사이의 관계가 심각한 갑과 을 관계로 되어 있었음을 목도했다. 이 또한 학문의 양심과 진리 탐구를 가로막는다. 두 번째로 대학 내에서 교수들은 대표적인 갑들이다. 교수들의 교육과 지도의 대상이 되는 학생, 특히 대학원생들은 약자일 수밖에 없고 권력자로서 교수들은 이를 이용할 수 있다. 제도적으로나 실제로나 약자인 대학(원)생들의 권리 잘 보장되어 있지 않은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신문지상에 자주 보도되는 교수들의 비리와 학생들에 대한 성적 가해는 교수와 학생 관계가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관계로 정착되지 못한 반증이다. 

우리는 최근에 강조된 서구 대학들의 법인화나 대학의 상업화를 보면서 이를 모방하지만, 그 대학들이 누적해온 오랜 민주주의 전통이나 내부 민주주의의 역사가 학문과 학습의 자유를 옹호한다는 사실을 망각한다. 대학 내의 민주화의 전통이 미천하고 대학의 민주적 제도가 정착하지 못한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경영주의나 상업주의를 따라갈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방식으로 대학의 개혁하는 것이다. 우리는 사립대학을 포함하여 개별 교수의 권한 뿐 아니라 대학의 교수회와 평의원회의 지위를 제도적으로 높여야 하고 교수들도 이 제도를 학내 민주주의 확장을 위해 활용해야 한다. 동시에 학생들의 이익과 권익을 대표할 수 있도록 학생회의 구성과 제도를 개선하고 학생들은 대학의 모든 위원회에 대표를 파견하고 이들이 학생들에 대해 그 의무를 성실해 수행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대학의 민주적 개혁 없이는, 대학 민주주의가 제도적이고도 실질적으로 정착하지 않는 한 한국 대학들이 학문과 교육으로 인류의 위한 인류의 진리라는 결실을 맺는 것은 요원할 수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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