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의 변화가 곧 대학개혁”

‘VISION 2015’ 기대 … 명품 캠퍼스서 취업 강한 인재 양성
학교의 주인은 학생교수교직원 “총장은 관리자에 불과해”

[한국대학신문 최성욱 기자] 학교의 주인은 학생과 교수이며 교수의 변화가 곧 대학의 변화라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유병진 명지대 총장(61·사진)은 “좋은 인재를 키우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는 교수들이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교수들이 각자 시대 흐름의 변화를 읽어내면서 구조를 바꿔가는 일을 진정한 대학구조개혁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08년 취임해 2012년 연임에 성공한 그에게 “대학에 남다른 애정이 있을 것 같다”고 물었더니 손사레친다. “임기 동안 책임을 맡은 관리자일 뿐입니다. 총장은 교수와 학생들을 돕는 직원이라고 봐요. 굳이 빗대자면 총장은 연출자고, 주인공은 교수와 학생들이죠.”

명지대는 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 등 대규모 연구중심대학들 사이에서 이른바 ‘신촌 라인’을 형성하고 있다. 대학 경쟁력과 신입생 확보 차원에서 적잖은 부담을 느낄 터. 그러나 유 총장은 “일치감치 ‘작지만 교육이 강한 대학’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독보적인 행보를 해왔다”고 자부했다. 지난 2008년 개교 60주년을 맞아 취임한 유 총장이 기치로 내걸었던 중장기발전계획 ‘VISION 2015’가 차츰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도 구성원들에게 기대감을 심어주고 있다.

한여름 뙤약볕이 쨍쨍 내리쬐던 지난 8일, 캠퍼스에서 유 총장을 만났다. 그는 본격적인 인터뷰가 시작되기 전부터 대학교육의 중요성과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사립대학의 등록금 문제 해결방안 등에 대해서도 나름 의견을 피력하는 등  연임 총장으로서 교육 전문가다운 면모를 보였다. 

-2008년 취임한 이후 2012년 연임했다. 명지대 발전방향은.

“2008년은 개교 60주년을 맞는 해였다. 취임과 동시에 선포한 중장기발전계획 ‘VISION 2015 사랑과 창조의 글로벌 리더’에 명지대의 새로운 미래를 담으려고 했다. 세계적인 명문사학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최고 수준의 교육기반을 마련하고, 명품 캠퍼스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행정 시스템의 효율화 △섬김의 리더 양성 △글로벌 명지 실현 △연구경쟁력 제고 및 산학협력 활성화 등 4대 특성화사업이 핵심이다. 최첨단 유비쿼터스 환경을 구축한 대학도서관인 방목학술정보관을 개관(2010년)하고, 제5공학관을 신축했다. 2011년에는 제2공학관을 리모델링했다.”

-2015년도 2년 앞으로 다가왔다. 총장 2기의 목표는.

“대학의 발전 기반은 무엇보다 교육과 연구에서 나온다. 교육과 연구의 내실화를 정책의 축으로 놓았다.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눈에 띄는 성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교육역량강화사업 지원대학과 공학교육혁신센터 지원사업에 연이어 선정됐다. 2012년 공학교육인증평가에서는 공과대학 11개 전 학과가 ‘인증적합’ 판정을 받았다. 연구 분야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2011년 정부 각 부처와 기업체로부터 수주한 연구비 총액이 619억원을 돌파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 이는 교수 당 연구비 부문에서 전국 10위권에 해당하는 실적이다. 전임교원의 교내연구비 지원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교책중점연구소에 대한 지원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건축학·공학·경영학 교육분야에서 안팎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는데. 비결은?

“전공별로 교육과 연구 특성화대학을 표방하고 있다. ‘특성화’란 학문의 기본에 충실하되, 다른 대학과 차별화된 교육·연구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대학에서 지원을 아낄 이유가 없다. 2002년부터 단과대학 중장기발전계획서 평가사업을 시작으로 특성화 프로그램을 개발하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에 건축대학이 3년간 선정됐고, 공과대학과 경영대학도 대외적으로 공신력 있는 교육인증을 받았다. 2009년부터는 단과대학 중심으로 행정운영체제를 개편하고 단과대학장에게 인사와 예산에 관한 권한과 책임을 위임하는 방식으로 자율적으로 운영해 온 게 주효했다고 본다.”

-교수들과 소통은 잘 되나.

“향후 대학 경쟁력의 성패는 교육에 달려있다.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는 교수들이 결정할 일이다. 교수들이 스스로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서 논의된 방안이 앞으로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데 맞다면 되는 거다. 이처럼 교수들이 각자 시대흐름의 변화를 읽어내면서 구조를 바꿔가는 일이 진정한 대학구조개혁의 시작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한 대학 경쟁력 제고 방안은.

“이미 대학입시도 많이 변하고 있다. 대학이 학생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학생이 대학을 선택하는 시대다. 대학 간 우수 신입생 유치는 단순히 경쟁이 아니라 생존의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특성화된 매력’ 없이는 생존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우린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외국인 유학생 유치다. 명지대는 이를 위한 전담위원회와 지원팀을 따로 두고 있다. 해외유학 박람회에 꾸준히 참석하고, 해외 자매대학을 방문해 유학설명회를 연다. 이밖에도 정부초청 외국인 장학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둘째 명품캠퍼스 환경을 만들고 맞춤형 학사지도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최적의 학습 공간에서 지도교수의 1:1 학사·진로상담 등을 통해 학업에 몰두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끝으로 다각화된 대학수익 창출이다. 등록금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이다. 가령 대학기술지주회사를 활성화해 대학의 연구결과물이 지적재산으로 환원되도록 하는 것이다.”

▲ 본지 박성태 발행인과 환담을 나누고 있는 유병진 총장

-올해 주력할 사업은.

“우선 학생들의 취업률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지난해 (주)한국IBM과 MOU를 체결해 학생들에게 전문교육과 현장실습으로 이뤄진 맞춤형 교육을 실시했다. 올해도 산업체와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학과 특성에 맞는 기업을 발굴하고 기업이 요구하는 맞춤형 교육으로 우리 학생들이 우수한 기업에 더 많이 진출할 수 있는 토대를 다지려고 한다. 교육과 연구의 수월성을 위해 경쟁력 있는 행정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한다. 특히 연구 투자의 경우 지속적인 예산지원과 함께 효율적이며 신속한 행정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전문인력 채용 △특정 전문분야 아웃소싱을 통한 행정서비스 개선작업 등을 병행하고 있다.”

-명지대를 어떤 색깔을 가진 대학으로 이끌 것인가.

“교육과 연구의 질적 향상과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교육을 끊임없이 바꿔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산업체와 사회에서 요구하는 능력과 인성을 겸비하고 현장에 바로 적응할 수 있는 우수한 인력을 배출하기 위해 다양한 산학협력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지금도 공과대학의 공학교육혁신사업, 서울어코드사업이 있고, 경영대학엔 ‘캠퍼스 CEO 육성사업’ 등이 운영되고 있다. 외국대학의 우수한 사례를 참고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데 힘써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 기반엔 명지대의 교육목표인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는 성실·유능한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프로그램이 떠받히고 있다.”


■유병진 명지대 총장은 . . .

1952년 1월생으로 명지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롱아일랜드대 경영대학원 석사, 일본 교토대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국제마케팅을 전공했고 1992년 명지대 교수로 부임했다. 명지대 부총장(1997~2001), 관동대 총장(2001~2005)을 거쳐 2008년부터 명지대 총장을 맡고 있다. 2010년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대학스포츠와 인연을 맺어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KUSB) 위원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대담: 박성태 발행인, 정리: 최성욱 기자, 사진: 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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