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창업 지원, 글로벌 인재 양성 사업 주력

 

[한국대학신문 송아영 기자] '후생(後生)은 가외(可畏)’, 후배가 더 발전 가능성이 있어 두려운 존재라는 공자의 말처럼, 젊은이들을 신뢰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젊은이들을 신뢰하지 못하는 사회는 희망이 없는 사회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가진 큰 단점 중 하나가 젊은이를 신뢰하지 않는 것이죠. 재단에서 많은 젊은이들을 만나면서 이들이 정말 신뢰할만한 존재라는 강한 신념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들이 스스로 뭔가를 빚어내는 주체가 될 수 있는 마당을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정진홍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은 젊은이들이 스스로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며 아산나눔재단의 궁극적인 목표 역시 같다고 말했다. 아산나눔재단은 2011년 정주영 회장 타계 10주기를 맞아 정주영 회장의 기업가 정신을 기리기 위해 설립된 사회복지재단이다.

정 이사장은 재단의 청년 지원 사업이 시너지를 얻기 위해선 젊은이들 역시 스스로 주체가 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 젊은이들은 많은 경우를 금전적 가치로 판단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취직과 연봉 등 전부 돈으로 환산된다”며 “젊은이들이 이와는 조금 다른 생각과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 이들이 스스로 생각의 주체, 상상력의 주체, 활력 있게 하는 주체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젊은이들만이 아닌 사회 구조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고 정 이사장은 덧붙였다. 대표 종교학자이기도 한 정진홍 이사장은 “우리 사회가 삶의 현실을 자연과학에서 많이 찾으려고 하는데, 자연과학 자체가 한계가 있다”며 “인간성 훼손, 휴머니즘, 신성이라는 가치를 배제하고는 완벽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젊은이들이 스스로 주체가 되는 사회, 성공보다는 나눔을 중요시하는 인재 양성을 목표로 2년여를 달려왔다는 정 이사장을 지난 13일 아산나눔재단에서 만나보았다.

- 아산나눔재단이 처음 목표와 같이 잘 운영되고 있나.

“재단이 2011년 10월 출범해 올해 10월이면 2년이 된다. 아주 짧은 기간이지만 우리 나름대로 고민을 거듭해왔고, 어떻게 하면 아산 정주영 선생의 뜻을 잘 구현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노력해왔다. 이제 서서히 어떤 일을 해야 할 것인지 길이 보이고 있고 이를 구체화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기관의 입장에서 보면 한 번 시작한 사업을 일관성 있게 지속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변화하는 상황 속에 어떻게 적응하고, 이를 의미 있게 변모할 지 준비하는 것 또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 재단의 큰 목표는 무엇인가.

“처음에는 사회 양극화 해소와 젊은이들이 자신을 구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아산나눔재단은 정몽준 의원과 현대 계열사들이 출연한 기금을 비롯해 6000억 원의 큰 규모로 운영된다. 때문에 조금 더 근원적이고 지속적이면서 미래지향적인 일을 할 수 없을까 항상 고민을 해왔다. 그런 과정에서 양극화 해소는 잠시 유보하고 청년을 위한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많은 사회복지재단의 장학금, 정부의 학자금 지원 정책 등이 있지만 젊은이들이 가장 의기소침한 부분은 취업이라고 생각한다. 취업은 극히 한정된 인원을 수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단에서는 오히려 이들이 취업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어가는 사업, 즉 창업에 관심을 갖고 지원하게 됐다. 그것이 궁극적으로는 양극화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 재단의 대표적인 사업은. 

“정주영 선생의 기업가 정신을 고취하고 청년 창업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정주영 창업경진대회’를 2회째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 개최된 제1회 경진대회에는 대학생을 중심으로 총 912개 팀이 응모해 최종 11팀이 수상했다. 또 제2회 경진대회는 올해 5월부터 진행되고 있으며, 지난 주말 1박2일 캠프를 통해 결선에 진출할 10개팀을 선발했다. 특히 제1회 대회와 차별화해 창업 실전체험을 통한 교육과 기업가 정신 고취에 목적을 두고 있다. 참가팀들은 투자금 형식의 Seed Money를 지급받아 실제 사업을 진행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고, 다양한 교육은 물론 멘토들의 조언도 제공받는다. 이외에도 글로벌리더 양성을 위해 해외의 국내 글로벌 기업의 사업장에 인턴을 파견하는 ‘글로벌 인턴 파견’, 국내 비영리분야의 차세대 리더 육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인 ‘아산 프론티어 아카데미’ 등의 사업이 있다.”

- 청년창업 지원의 차별화 전략은.

“처음부터 전문성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아마추어를 벗어난 전문성을 지원하려고 한다. 동시에 창업의 지속성을 중요시한다. 창업이 중단되지 않고 좌절되지 않도록 상당기간 동안 지원하고 있다. 또 하나 재단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청년 창업자들의 기본적인 태도다. 단순히 이런 기회를 스펙 쌓기로 이용하는 태도를 지양하고, 젊은이들이 창업을 왜 하려고 하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무엇을 창업하고, 어떻게 창업하느냐보다 왜 창업을 하려고 하느냐 즉, 창업의 기본적 의도가 무엇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 청년창업자들이 가져야 할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산 정주영 선생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무슨 일이든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재단은 이 정신이 오늘의 청년들에게도 삶의 지표가 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청년 창업가는 자신의 삶뿐 아니라 주변의 삶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주체성과 책임의식, 창조적 변화를 선도하는 도전 정신과 끈기, 그리고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확신과 열정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성공이 아니라 나눔에 대한 가치를 아는 기업가로 성장할 수 있길 바란다.”

- 글로벌 리더 양성에도 앞장서고 있는데, 어떤 인재로 성장하길 바라며 지원하고 있나. 

“재단에서 생각하는 글로벌 리더는 단순히 해외경험이나 외국어 능력을 가진 인재가 아니다. 전문성, 도전 정신 그리고 세계 시민으로서의 공동체 의식과 책임감을 가진 청년이 바로 우리 사회를 이끌게 될 진정한 차세대 리더라고 본다. 재단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이와 같은 리더로 성장하도록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산 프론티어 아카데미’, ‘아산 프론티어 펠로우십’, ‘글로벌 인턴 파견사업’ 등이 대표 프로그램이다. 특히 글로벌인턴 파견사업은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에 청년들을 직접 파견해 이들이 전문성과 도전정신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의 청년들의 참여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 아산나눔재단에 대한 장기적 그림을 그린다면.

“재단은 글로벌 리더 육성 사업과 청년 창업 지원 사업을 통해 젊은이들과 어려운 이웃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또 역경 속에서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꿈과 열정, 도전과 창조, 나눔과 책임정신을 갖고 이뤄 낸 아산의 정신을 오늘의 청년들과 나누고 싶다.”

 

▲ 이인원 본지 회장과 정진홍 이사장이 환담을 나누고 있다.

■ 정진홍 이사장은…
1937년 충남 공주 출생, 1960년 서울대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했다. 1971년 미국 United Theological Seminary 대학원을 졸업하고 1981년 미국 San Francisco Theological Seminary에서 목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덕성여대, 명지대를 거쳐 1982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부임했으며, 1992~1993년 한국종교학회 회장, 2001~2002년 문화관광부 21세기문화정책위원회 위원장, 2001년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초대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 대한민국 학술원 회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이사, 울산대 석좌교수 등을 맡고 있다. 

<대담: 이인원 본지 회장, 정리: 송아영 기자, 사진: 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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