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희 안양대 기획처장 (무역유통학과 교수)

고3들, 미래의 고3이 될 학생들, 그리고 심지어 고3의 연장을 택하는 수험생들은 대학에 가도록 강요받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있다. 대학에 가지 못하는 사람은 뭔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여전히 존재함과 더불어 더 알아주는 대학에 갈수록 사회적 특혜가 많아진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얼마 전 유명인들의 학력위조논란사건이 속속히 드러나기도 했었는데 이러한 사실은 능력보다 학벌이 우선시되는 우리 사회를 반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들이 가고자 하는 대학과 또 정책당국자 또는 사회에서는 어떠한 행동을 취해야 하는가.

우선 대학 스스로가 학벌사회를 조장하지 말아야 한다. 예컨대 대학을 홍보할 때 ‘우리대학은 고시에 몇 명이 합격했다’고 현수막을 걸거나 ‘몇 명이 대기업에 입사했다’느니 아니면 ‘유명인사 아무개가 우리대학 출신’이라는 등을 내세워 우월성을 강조하지 말아야한다. 아울러 대학을 더 이상 취업률로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이는 대학이 학문의 전당이 아니라 취업준비기관에 불과한 것처럼 비춰지기 때문이다. 교육의 본래 목적은 전인적·전문적 능력의 고양에 있으며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은 결코 그러한 목적과 동떨어져있지 않다. 따라서 대학들이 취업준비기관으로서만이 아닌 학문의 전당이라는 원래의 모습을 되찾게 해야 한다. 대학은 자신을 선택한 학생들에게 더욱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하는 곳이지 반드시 취업을 위한 징검다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학은 기업과 달리 이윤극대화가 목표가 아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교육만 할 경우 당장의 수익창출을 위한 단기적 수요에 의해서 대학운영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최근 인문학과 기초학문분야 그리고 예술분야는 낮은 취업률로 폐과에까지 내몰리게 되기도 했다. 결국엔 소위 취업이 잘 된다고 하는 학과만이 남을 것이고 취업을 위해 대학에 가야만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학입시에만 매진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다. 이미 구조조정을 당한 여러 예를 낳게 한 것은 안타가운 일이지만, 얼마 전 예술분야와 인문분야의 취업률을 평가에서 제외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요즘 교육의 실태를 보면 유행한 한 코미디 프로가 생각난다. 그 프로에서는 뭐든지 결국 이유가 소고기를 사 먹는다는 것, 즉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귀결되는데 교육도 다르지 않다. 공부를 하는 까닭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이고 대학에 가는 이유는 취업을 잘 하기 위해서이며 취업을 하는 까닭은 돈을 벌어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결국엔 “공부하믄 뭐하겠노? 소고기 사묵것제”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소고기를 먹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다. 사 먹을 수도 있지만 직접 소를 키울 수도 있고 옆집에서 굽는 걸 얻어먹을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잘 먹고 잘 사는 방법도 다양하다. 공부의 목적이 본래 자아실현과 적성 발견을 통한 진로탐색인 만큼 중등교육기관에서 충분한 경험을 거친 뒤 학생들은 관심 있는 분야의 심화 공부를 위한 대학에 갈수도 있고 사회생활에 바로 뛰어들 수도 있다. 일단 대학에 가는 것만이 중요하다는 식의 대학입시 하나만이 공부의 이유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대학부터 본래 위치를 찾을 때가 아닐까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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