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과학상을향해뛰자]<16> DGIST, ‘세계 초일류 융복합 연구중심대학’으로 거듭나다

2014년 기초학부 개설…‘연구’와 ‘교육’ 두 마리 토끼 모두 좇아

[한국대학신문 백수현 기자]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 신성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학사부(대학원 및 학부)와 연구부가 공존하는 기관이다. 2004년 정부출연연구소로 출범해, 2011년 자성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신성철 총장의 부임과 함께 석·박사 교육과정을 전격 도입했다. 현재 석‧박사과정 대학원생 190명을 포함해 구성원(교원ㆍ연구원ㆍ직원 포함)은 모두 600여명에 이른다.

2014년 DGIST는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융복합대학 기초학부를 개설해 학부생(200명) 교육을 시작하게 된 것. DGIST는 학사부의 기초 연구 및 원천기술 연구와 연구부의 응용 연구 및 상업화 연구 수행을 통해 학연 협력의 롤모델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교육과 연구, 두 마리 토끼를 쫓아 ‘세계 초일류 융복합 연구중심대학’ 비전을 달성해 나가고 있는 DGIST를 만나봤다.

■전공간 융복합 교육으로 지식창조형 글로벌 인재 양성= DGIST는 세계적 수준의 융복합 교육과정을 구축하기 위해 신물질과학, 정보통신융합공학, 로봇공학, 에너지시스템공학, 뇌과학, 뉴바이올로지 등 6개 특화분야를 ‘미래브레인(MIREBraiN) 도약 프로그램’으로 선정하고 전공간 융복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고 수준의 교원을 초빙하는 것에 역량을 집중했다. 노벨상급 업적을 창출할 우수한 교원과 연구원을 육성하기 위해 ‘DGIST Fellow’를 도입했다. ‘DGIST Fellow’는 DGIST만의 독자적인 운영모델로서 학사부와 연구부 간의 협력 및 상생을 실현할 수 있는 제도이다. 이를 통해 21세기 융복합 과학기술 창출을 유도함으로써,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 제고와 중장기 비전을 조기에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사이버물리시스템(Cyber Physical System, CPS) 분야의 세계적 석학 손상혁 교수, 식물의 노화 및 수명 조절 분야와 융합생명과학 분야의 선구자인 남홍길 교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첫 KRISS Fellow를 역임한 문대원 교수가 선정돼 활약 중이다.

또 내년에 개설되는 융복합대학 기초학부를 위해 △무학과 단일학부 △학부교육 전담교수제 △융복합 전자교재(e-book) 개발 등 혁신적인 교과과정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창의(Creativity), 기여(Contribution), 배려(Care) 등을 갖춘 ‘3C형 인재’를 양성한다는 각오다.

■기술 이전을 넘어 기술사업화, ‘창조경제’ 실현= 나노바이오, IT융합, 로봇시스템, 에너지 등 4개의 연구부는 미래브레인 도약 프로그램과 연계한 연구부서를 운영하고 있다. 기초‧원천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상용화 기술 개발을 통한 기술이전과 연구소 설립 등 새로운 시장과 고용을 창출해나가고 있다.

그 성과는 구체적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연구원 1인당 기술이전료의 경우 전년대비 2011년에는 142% 증가, 2012년에는 132% 증가했다. 또한 국제 특허를 포함한 특허 출원은 전년대비 2012년에 101%가 증가했고, 기술료 수입은 163% 증가했다. 2004년 설립돼 2010년 12월 현 위치에 인프라를 구축한 DGIST 연구부가 단시간에 이같이 우수한 성과를 거둔 것은 DGIST의 잠재적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DGIST는 지역 전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동차 부품, IT, 로봇, 섬유, 에너지 산업 등 관련 지역 산업과 연계해 활발한 기술교류 및 기술이전을 실시해 왔다. 지역산업 CEO를 초청한 ‘Open Innovation Day’ 행사를 개최하는 한편, 연구진을 대상으로 ‘Tech Day’를 열어 산학교류의 활성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에는 1억원 이상의 기술이전 3건을 달성하기도 했다. 올해 이종훈 로봇시스템연구부 박사팀은 지역 자동차 산업과 활발한 기술 연구 교류를 펼친 결과, 레이더 기술을 활용한 민간 기술을 군사산업까지 확대시켜 2억원 이상의 기술이전을 달성했다. 이 박사팀은 움직이는 목표물의 거리와 속도, 각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레이더 알고리즘 설계 및 구현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는 국방용 지상 무인 로봇에 탑재해 1~100미터(m)이내 목표물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DGIST는 직접 기술사업화에 나섰다. 자체 보유 기술을 출자해 설립한 기업 세 곳이 대구특구 연구소기업에 등록한 것. 해당 기업은 (주)그린모빌리티, (주)정관머티리얼, (주)인네이쳐씨앤에이치 등으로 최근 DGIST 산학협력관에 둥지를 마련했다. 이는 대학이나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이제까지 해오던 단순 기술이전 방식에서 벗어나 기술사업화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시도로서, 지역 경제 활성화 및 창조경제 실현의 구체적인 모델이 될 전망이다.

[노벨상 수상자를 직접 만나다] 노벨상 수상자 릴레이 강좌 'DLS'

▲ 올해 5월에 열린 2006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 로저 콘버그 스탠포드대 교수의 강연 모습
DGIST는 세계적 석학 초청 강좌프로그램인 ‘Distinguished Lecture Series(DLS)’를 통해 매년 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초청해(총 5회 가운데 3회는 노벨상 수상자 초청) 릴레이 강좌를 개최하고 있다. 이는 융복합 연구 능력 향상과 지식창조형 고급 과학 인재 양성을 도모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 자리에는 DGIST 재학생과 교직원뿐만 아니라 영재고 및 과학고 학생들을 초대해 세계 최고 수준의 강의를 직접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007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알베르 페르(Albert Fert) 파리 11대학 교수, 2010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안드레 가임(Andre Geim) 맨체스터대 석좌교수, 1991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에르빈 네어(Erwin Neher)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명예소장이 잇따라 DGIST를 방문했다.

올해 5월에는 2006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로저 콘버그(Roger Kornberg) 스탠포드대 교수, 9월에는 1985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클라우스 폰 클리칭(Klaus von Klitzing) 독일 막스프랑크 고체물리연구소 소장의 강연이 열리기도 했다. 오는 11월에는 1996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해롤드 크로토(Harold Kroto) 박사의 강연이 이어질 예정이다. 

[인터뷰] 남홍길 식물노화ㆍ수명연구단장 "특별한 과학, 도전적인 과학 권하는 사회여야"

▲ 남홍길 식물노화ㆍ수명연구단장
-‘식물노화ㆍ수명연구단’에 대해 소개해달라.
“기초과학연구원(IBS) DUP(DGISTㆍUNISTㆍPOSTECH) 연합캠퍼스 연구단이다. 2012년 12월 연구 개시와 함께 매년 100억원 규모의 연구비를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지원 받아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우리 연구단에서는 ‘생명체가 어떻게 제한된 삶을 사는지’, ‘어떻게 노화를 맞이해 죽음이라는 과정을 겪게 되는지’, ‘노화와 죽음의 과정이 왜 진화했는지’, ‘생명체에게 시간이란 무엇인지’라는 질문에 대해 답을 구하고자 한다. 식물체의 전 생애의 설계도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식물의 일생 과정과 노화를 조절함으로서, 인류 생존에 필요한 식량과 바이오매스(Biomass) 증산을 위한 기반 지식을 확보하고자 한다.”

-현재 진행 중인 연구는.
“모델 식물로서 애기장대와 벼를 대상으로 노화와 생애 주기를 조절하는 전사체(total RNAㆍmRNAㆍsmall RNA)에 대해 총체적으로 규명하고 있다. 또 전사 조절 단백질들의 네트워크에 의한 노화 및 일생 조절, 죽음에 이를 때 나타나는 불균일성(stochastic behavior), 후생 유전학적 조절, 세포내 기관간의 상호 작용, 하루시계와 일생 시계의 관계, 활성 산소 생산 조절, 광합성 등 대사 과정의 변화 등을 연구하고 있다.”

-2010년 국가과학자로 선정됐다.
“식물 노화의 분자 유전학 분야를 세계 최초로 확립, 발전시키면서 식물 노화 및 관련 분야에서 다수의 논문을 발표해왔다. 나아가 생명과학과 전산, 물리학, 시스템생물학, 화학, 공학 등 다른 분야와의 융복합을 통해 융합생명과학 연구 및 교육에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의 구축에 도전한 것이 국가과학자로 선정되는데 도움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식물’에 대해 연구하게 된 계기는.
“어릴 적부터 주변 식물에 가지고 있던 호기심이 바탕이 됐다. ‘어떻게 작은 씨앗에서 저렇게 크고 다양한 모양이 생겨나올까?’, ‘아무 것도 먹지 않는데 어떻게 자랄까?’, ‘어떻게 정확하게 철이 되면 꽃이 피고 시들고 죽어갈까?’ 이런 호기심을 품었다. 많은 식물의 형태가 발아 후에 스스로 만들어 지며, 그 과정에서 태양 에너지를 활용해 인류를 비롯한 지구상의 생명계를 지탱하는 영양분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등 생물학적 연구 대상으로서 매력적인 생명체이다.”

-뉴바이올로지(New Biology) 전공에서 DGIST가 중점을 두고 있는 ‘융복합’을 실현하는 방법은.
“뉴바이올로지는 더 이상 생물학이란 분야를 정의하지 않는다. 뉴바이올로지는 문제가 있을 뿐 분야는 없다. 기존의 개별적 연구실 운영과 달리 뉴바이올로지에 참여하는 교수진들은 각 연구 분야의 지식과 기술 및 최첨단 연구 장비의 공유를 통해 자연스럽게 소통이 이루어지는 융복합 문화를 만들어 내고자 한다. 학생들도 과학적 창의력, 인문학적 성숙도, 주변에 대한 배려심도 고루 갖춘 전인적인 과학기술인재로 양성해 나갈 계획이다. 고교생, 대학생들이 참여해 과학적인 질문과 융복합적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나갈 수 있는 X-lab 운영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미래과학자 육성에도 기여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에서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나오기 위한 방안은.
“노벨상은 좋은 과학을 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아직 우리나라는 현대 과학의 역사가 짧다 보니 과학에 대한 정의와 가치, 나아가 과학 문화에 대해 정립이 되지 않아 있는 것 같다. 과학은 문제를 잘 푸는 재치보다는 우주와 자연과 인간에 대한 호기심과 깊은 성찰, 그로부터 나오는 깊이 있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 당장 무엇에 이용이 될 수 있는지를 요구하거나,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무관심해지는 방식으로는 좋은 과학이 나오기 힘들다. 그리고 특별한 과학, 도전적인 과학을 하도록 권장을 해야 한다. 선진국에서 안하니까, 평가자 자신이 이해가 안 되니까 지원할 수 없다는 과제 선정이나 관리 방식으로는 노벨상을 생각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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