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융합 전문대학원 신설·기초과학 연구 강화 등 내실 기해

개발도상국 및 옌볜과기대 교육원조에도 적극적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바다는 무궁무진한 연구 분야입니다. 앞으로는 해양을 중심으로 새 판을 짤 필요가 있지요. 부경대는 특화된 만큼 해양 연구에 있어서는 가장 우수한 대학이라 자부합니다.”

김영섭 부경대 총장에게서는 바다 내음이 가득했다. 모교 출신 총장으로 학교에 대한 애정과 해양학에 특화된 학교의 잠재력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런 그의 모습은 딱 ‘부경대 호(號)’ 선장이었다. 

김 총장은 바다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물론 앞으로는 바닷길을 따라 ‘신 해양경제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는 명확한 비전을 갖고 있었다. 그는 새 정부가 외교와 경제, 인재 양성 등 모든 국가 운영 축을 해양 중심으로 옮겨야만 ‘블루오션’을 열 수 있다고 역설했다.

올해로 취임 1년을 맞은 김 총장은 그간 학교의 외형적 성장보다는 내실을 기하는 데 초점을 뒀다. UN 세계수산대학 유치, 글로벌 자율전공학부와 과학기술융합전문대학원 신설 등 부경대의 강점을 더 두드러지게 만들어줄 만한 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했으며, 교육 및 연구력 강화를 위한 각종 제도를 도입해 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취임 1년을 맞았다. 소회는.
“빨리 학교를 발전시키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우리 대학은 지난해 국공립대 교수 1인당 논문실적이 1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탄탄한 연구력을 갖고 있다. 사립대까지 합치면 30위권인데 20위권 안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UN 세계수산대학이나 기초과학연구 센터를 유치해 특정 분야의 연구력이 눈에 띄게 발전한다면 다른 분야도 따라올 것이라고 본다. 다른 한 쪽 날개는 공과대학이다. 수도권을 뺀 나머지 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공과대학이다. 공과대학은 역시 산학협력이 관건인 만큼 기초적인 산학협력에 미래기술 선도 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새로운 공과대학 모델을 만들겠다는 전략을 구상 중이다. 공과대학 내에 대기업과 우리 대학, 부산시, 정부 등과의 협력을 통해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기초과학 연구 수준은 어떠한가.
“기초과학연구원(IBS) 사업 중 기후분야 관련 센터를 신청한 상태다. 기후에 따라 바다 해양생태계가 어떻게 바뀌는지 연구하게 되는데, 부경대가 유일해 기대를 걸어보고 있다. 최근 ‘바다가 뒤집혔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엄청나게 많은 해파리가 부산 앞바다를 점령하는가 하면 바다에서 이상한 현상들이 발견된다. 바람이 바뀌는 것은 순식간이지만 바다가 바뀌는 건 굉장히 어렵다는 걸 아는가. 바다의 수온은 단 1도가 올라갔다가 낮아지기 위해서도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 지구는 원칙적으로 물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구(水球)’ 아닌가. 바다에 대한 연구는 무궁무진한 기초과학 분야다. 해양 분야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부경대는 이 연구를 가장 많이, 그리고 잘 하는 대학이라 자부할 수 있다. 부산광역시에서 적극 지원하는가 하면 학교에서도 마침 4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새 배를 만들고 있으니, 유치된다면 안성맞춤의 연구센터가 될 것이다.”

-해양학 발전에 대한 정부 투자수준이 적절하다고 보나.
“이번에 해양수산부가 신설됐지만 통합관리 정도지 아직까지는 중앙정부에서 본격적으로 재정을 투입해 추진하는 정책은 없는 것 같아 아쉽다. 근본적으로 말하자면 정부정책의 전체적인 판을 바꿀 필요가 있다. 바다로 중심축을 옮겨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육지 중심의 판을 유지해왔다. 중국과 북한, 일본 등 주변국가와도 주로 바다를 통해 외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바다를 이용한 자원·경제외교와 환경외교 등을 중요시해야 한다. 더불어 해군에 힘을 실어준다면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신(新) 해양경제시대’를 열어갈 수 있다. 최근 새 정부에서 슬로건으로 내세운 창조경제도 바다를 중심으로 한다면 가능하다.”

-과학기술융합전문대학원를 신설했다.
“아무래도 우리 대학이 가장 잘 하는 분야는 전통적으로 해양수산 분야, 그 중에서도 해양바이오 분야와 양식·어로기술, 항만개발 분야 등이다. LED센터 등 국내에서 가장 훌륭한 인프라를 활용해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실무형 인재를 길러낼 계획이다. LED와 해양바이오 기술간 융합을 통해 한계기술을 극복하고 분야별 우수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갖춘 전문대학원이 될 것이다. LED융합공학전공과 해양바이오융합과학전공 등 2개 학과로 구성된다. 정원 30명 규모로 내년 3월에 개교한다.”

-UN 세계수산대학 설립을 추진 중인데.
“우리나라도 국가기구 원조, 그 중에서도 교육 원조를 많이 받았다. 단기간 전문 교육을 받거나 연구기자재를 원조받았던 우리로서는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상당수 개발도상국들이 해양수산 분야 교육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들이 점차 중진국,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가장 처음 시작하는 산업발전 단계는 농업과 해양수산업일 수밖에 없지 않나. 해양수산업은 우리 대학이 가장 좋은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수산분야 공적개발원조(ODA) 차원에서 직접 UN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수산대학 유치방안을 구성·제안했다. 해양수산부 발족과 함께 장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현재 추진 중이다.”

-실제 설립되면 어떤 형태로 운영되나.
“내년 봄에 있을 FAO 총회를 통과하면 부경대에는 2015년쯤 실제 UN 깃발을 단 세계수산대학이 설립될 것이다. 부경대 안에 별도의 법인을 두는 대학원대학 형태로, 1년 250명 정원 규모의 학위과정이다. 부경대의 교육 인프라와 콘텐츠로 운영하고 사후관리 등은 부산광역시에서도 돕기로 했다. 이미 우리대학은 7년 전부터 해외어업협력센터 과정, 국제수산과학협동 석사과정 등을 통해 54개 국가 수산공무원들에게 수산기술을 전수해주고 있다. 이 같은 역량을 바탕으로 더 폭넓게 개도국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소망하고 있다.”

-옌볜과기대 교육 원조도 나선다고 하던데.
“최근 옌볜과기대를 방문했다. 김진경 옌볜과기대 겸 평양과기대 총장님과의 만남을 통해 수산과학 분야 교육과 기술전수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통일 후 남북한이 잘 되기 위해서라도 북한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 농업과 수산업이 중요하지 않나. 직접 교수들이 연변과기대에서 수업 등 교육원조에 나설 것이다. 나아가 평양과기대 원조 및 협력도 추진하려 한다. 남북이 분단돼있지만 바닷물과 물고기, 해양자원은 공유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남한에서는 북한 바다를 연구한 적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반쪽짜리 해양학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연변·평양과기대와의 협력을 통해 적절한 시기에 공동연구기구를 만들고 나아가 연구교류가 실현된다면 통일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새 정부 대학정책에 제언 한 마디.
“지역 국공립대에 대한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본다. 지역 국공립대에서 수행하는 순기능은 생각보다 많다. 등록금 수준이 낮으면서도 지역 사립대에 비해 훌륭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지역 국공립대의 역할이 강화돼야만 학부모들도 안심하고 자녀를 진학시킬 수 있다. 또한 지역인재는 현실적으로 기업 현장 가까이에서 길러낼 수 있다. 새 정부에서 지방대학 육성 등 관련 법률 제정에 신경 쓰고 있다는 점은 익히 알고 있다. 그러나 분명히 하고 싶은 것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정원감축 문제에 있어 국공립대까지 사립대와 같은 기준으로 페널티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입시 때마다 늘 높은 경쟁력을 기록하고 낮은 등록금으로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는 국공립대가 왜 정원을 줄여야 하나.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과 학과는 국립이든 사립이든 구분 없이 해당 전공의 정원을 줄이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나은 방법이라고 본다.”

■김영섭 총장은…
1955년 부산 출생. 1978년 부경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수산학 석사학위를, 일본 도쿄대 대학원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0년 군산대에서 교수로 첫발을 내딛었고 1992년 부경대 교수로 부임했다. 교무처장, 대한원격탐사학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해 8월 제5대 부경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2002년 교육과학기술부장관 표창, 2006년에는 국민포장을 받았으며 현재 한국해양산업협회 공동이사장과 부산수산정책포럼 공동이사장을 겸하고 있다.

< 대담 윤지은 편집국장 / 정리 이연희 기자 / 사진 한명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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