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백수현 기자] 야심차게 출발했던 수준별 수능(선택형 수능)이 결국 폐지의 길을 걷게 됐다. 시행 한 해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27일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을 발표하면서, 2015, 2016학년도 대입에서 국어, 수학의 수준별 수능은 유지하고 영어는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나아가 2017학년도에는 완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결국 학업 수준에 따라 문제를 선택하게 함으로써 수험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줄여주고, 기존의 한 줄 세우기식 경쟁 구도를 타파하겠다는 애초 취지가 무색하게 됐다.

수능 개편에 깊게 관여한 한 교육부 관계자는 수준별 수능 시행에 대한 비판이 최고조에 다다랐던 올해 초 한 토론회에서, “2011년 1월 ‘2014 수능 개편 방안’을 발표하기까지 충분한 정책연구는 물론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다. 수준별 수능 유보 혹은 전면 재검토 논의는 더 큰 혼란을 일으킬 뿐”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한 바 있다.

결국 이번 수준별 수능 폐지 발표로, 정부 스스로 오류를 인정한 꼴이 됐다. 서남수 교육부장관도 이를 의식한 듯 “수준별 수능에 대해서 꾸준히 문제가 제기돼왔다. 해결 방안을 논의한 결과 수준별 수능을 계속 시행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제도 자체를 바꾸지 않은 채 해결방법을 찾기가 불가능했다는 의미다.

사실 수준별 수능은 시행 과정에서 야기될 여러 문제가 충분히 예상돼왔다. 어느 전문가의 말처럼 A형, B형 선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대입 결과(특정 유형을 지정 혹은 가산점을 주는 대학들도 있지만)는, ‘입시가 야바위판이 될 것’이라는 일부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그러나 대입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니는 수능이 시행 한 해만에 허무하게(?) 그 모습을 바꾸면서, 올해 수능을 치르는 고3 재학생과 재수생들은 그야말로 실험대상으로 전락했다.

교육을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 한다. 백년 후의 일까지 내다보고 준비해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의미로, 그만큼 장기적 계획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번 발표로 백년대계는 또 한 번 말뿐인 구호에 그치게 됐다. 또 다시 달라진 수능을 준비해야 하는 예비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한숨 소리가 기자의 귀에까지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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