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인문지원법안’, 문체부에 뺏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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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국회토론회서 ‘문체부 vs 교육부’ 충돌

▲ 인문학 육성과 관련 법제화 방안을 두고 문체부와 교육부·학계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인문학을 통해 대중문화를 진작한다는 밑그림은 같지만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를 두고 세 단체는 맞서고 있다. 7일 교문위 김장실 의원(새누리당)이 ‘인문정신문화 진흥을 위한 법제화 방안’ 국회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최성욱

교육부 “교육·연구·학술 책임 소재 명확해야”
문체부 “민간에 연구·행사비 지원하겠단 것”

[한국대학신문 최성욱 기자]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인문학 육성 법제화 방안에 뛰어들면서 교육부와 인문학계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난해부터 교육부와 학계에서 각각 준비해온 인문학 육성 관련 법안의 주도권을 문체부에 뺏기게 되는 것 아니냐”며 성토했다. 교육부와 학계는 인문학 육성법안이 문체부 주도로 이뤄질 경우 장기적으로 운영돼야할 인문학의 연구·교육이 대중강연이나 단편적인 행사 위주로 치러질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인문정신문화 진흥을 위한 법제화 방안’(정신문화진흥법) 토론회에서 문체부 측이 공개한 법안의 상당부분이 교육부와 학계에서 마련하고 있는 내용과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김장실 의원(새누리당)이 발의할 이 법안은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비롯해 △인문학술연구 지원 △인문정신문화의 발굴·교육·인력 양성 △대중 대상의 공공프로그램 개발 등 교육부·학계의 안과 유사한 내용이 담겼다. 특히 미국 인문분야 지원기관인 국립인문기금(NHE) 등을 벤치마킹한다는 것은 일치한다.

올초부터 교육부는 ‘인문사회진흥기본법’을 논의하고 있고, 한국철학회 등 80여개 인문학회가 참여하고 있는 한국인문학총연합회(인문총)는 ‘인문진흥법’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부가 인문진흥의 사회·경제적 측면을, 인문총이 순수 인문학의 진흥방안을 중심으로 법안을 마련한 것 외에는 큰 차이가 없다. 인문총의 인문진흥법이 인문사회진흥기본법을 골격으로 짜여졌기 때문이다.

문체부의 정신문화진흥법 역시 이 법안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런 배경 탓에 인문학 연구·학술 지원의 주체를 두고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진 것이다. 문체부가 제시한 법안(제7조)에 따르면 기본계획 등 법안을 주무하는 정책심의회의 경우 문체부장관을 의장으로, 교육부차관, 기획재정부제1차관, 외교부제2차관 등이 당연직위원을 맡게 돼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 학술진흥과의 김홍구 과장은 “한국연구재단, 한국학중앙연구원, 고전번역원 등 담당기관을 문체부장관이 지정한다면 (교육부장관 관할의) 업무조직법상 충돌이 예상된다”며 “교육·연구·학술 등에서 교육부의 역할과 추진체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대교협 산하 부속기관인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의 손동현 원장도 “문체부에서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건 문화콘텐츠를 생산하고 각색해서 일반 대중의 인문적 소양을 높이고 확산시키는 일”이라며 “핵심업무가 될 콘텐츠는 대학에서 장기간 지속적으로 연구해서 창출돼야 하기 때문에 교육부의 역할이 크다”고 지적했다.

반면 문체부 문화정책국의 한민호 과장은 “정신문화진흥법은 개인·민간기구·인문동아리·인문공동체 등 지역사회의 민간단체에 연구비와 행사운영비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법안과 뚜렷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장실 의원도 이날 축사에서 “한류를 완성하고 문화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인문과 정신문화에 대한 적극적인 국가적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며 “인문학 위기의 시대엔 새로운 1000년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교육은 100년 대계이지만 문화는 1000년 대계”라며 인문육성 관련 법안이 문체부 주도로 이뤄져야 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정신문화진흥법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국정기조 ‘문화융성과 국민행복 실현’을 인문학을 기반으로 지원하는 법안이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문체부에서 이번 토론회를 기점으로 법 제정에 한층 더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문총의 김혜숙 교수(이화여대·철학과)는 “정치적 지원을 받아서 움직이는 문체부 법안의 속도를 따라가기 힘든 게 사실”이라면서도 “‘문화융성’이라는 국정기조에 ‘인문’은 빠질 수 없는 가치이기 때문에 함께 외연을 넓혀나가면 된다. 관할 부처에 집착하기보다 수요자(대중) 중심으로 논의를 이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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