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특별위원회 구성, 고등교육 이슈 선도적 대응 시사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대학은 다른 어떤 사회조직보다 사회적 가치가 크다. 대학에서 분출된 여러 담론들은 사회를 발전시켰다. 최근 사립대에 대한 사회의 비판적 시각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이나 정부는 대학의 사회적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

사립대가 위기다. 서남대 비리사태·반값등록금·과다적립금·연금대납 등 사건도 이슈도 많다. 여론에 민감한 정치권과 정부는 다양한 사립대 규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준영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 회장(62·성균관대 총장, 사진)은 이 같은 여론에 정면으로 맞섰다.

“사회적 비판은 겸허히 수용하고 있다. 비판의 목소리가 큰 것은 대학에 대한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기적이고 편향된 측면에서 대학을 바라보는 것은 대학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 사회와 대학이 서로 배려하면서 큰 대학을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김 회장은 지난 4월 사총협 회장으로 취임했다. 사총협은 157개 사립대를 회원교로 거느리고 있다. 그러나 그간 규모에 비해 대학발전을 위한 역할은 약했다는 지적을 들어왔다. 한해 2번 개최하는 총회는 정부정책에 영향력이 약했다. 이에 김 회장은 취임 뒤 대학자율화, 대학구조조정, 대학재정, 대학글로벌화특별위원회를 꾸렸다.

“4가지 이슈는 사립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이슈를 선도하면서 보다 깊은 함의를 이끌기 위한 담론의 장이 필요했다. 최근 총회서 처음 열린 특별위원회는 대학의 입장만 강조하지 않고 정부나 사회단체의 시각까지 고려하면서 운영될 것이다. 보다 성숙한 단계에 이르면 함께 참여해 토론할 용의도 있다. 연말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대학이 사회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한다는 언급을 했는데.

“역사적으로 대학은 다른 사회의 어떤 조직보다 가치가 크다. 서구는 중세, 고대에 대학이 설립됐다. 역사가 깊은 대학들은 사회에 대한 여러 담론을 이끌어냈다. 대학의 목소리를 국가가 잘 반영하고, 대학이 좋은 인재를 배출하면서 나라가 발전했다. 대학은 향후 도래할 지식기반사회의 중심에 서 있다. 최근 나오는 비판도 대학에 대한 사회의 기대감이 커서다. 이를 잘 반영해 대학을 발전시키기 위해 대학들은 부단한 자기노력을 해야 한다. 정치권과 정부도 이 같은 대학의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 대학은 새로운 지식의 부단한 창출과 훌륭한 사회인재를 배출할 의무가 있다. 이는 대학이 오랜 기간 가치를 축적하면서 발전해야 가능한 일이다. 단기적인 관점과 편향된 시각으로 대학을 재단해선 안 된다. 사회와 대학이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깊게 성찰하며 배려하고 독려해야 한다. 사회가 대학을 키워주고 대학이 사회를 키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방대학문제가 심각한데 정부재정지원사업은 수도권 대규모 사립대에 집중된다.

“우리나라 대학을 더 이상 큰 대학과 작은 대학으로 나누는 규모적인 접근을 지양해야 한다. 각 대학은 나름의 특성화 전략이 있고 고유성이 있다. 실제로 지방의 중소 규모 대학을 방문해 보면 그 대학 나름대로의 특성화된 분야나 학과가 많이 있었음을 목격했다. (정부도) 대학이 가진 특성을 살리고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측면으로 지원한다면 서로 조화롭게 전체 대학이 발전할 수 있다. 서울 수도권과 지방대학, 규모가 큰 대학과 중소 규모대학이라는 식의 구분은 앞으로 의미가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사총협 역시 그런 측면에서 노력하고 있다.”

-올해 처음 사총협에 4개 특별위원회가 꾸려졌는데.

“대학위기는 사립대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전체 대학이 어렵다. 이에 대해 사립대 총장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대학자율화, 대학재정 대학구조조정, 대학글로벌화가 가장 큰 이슈였다. 이를 광범위하게 토론하고 논의할 담론의 장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해 각 대학 총장들이 원하는 특별위원회에 소속돼 토론하도록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지난 11일 사총협 총회서 첫 토론을 진행했다. 역시 대학구조조정특별위원회에 가장 많은 총장이 참여했다. 대학의 입장만 강조하면 안된다. 특별위원회 활동이 더 성숙한 단계가 되면 사회단체와 정부의 참여도 독려할 계획이다. 올해 연말까지는 각 위원회별로 뭔가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가시적 결과를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지난해부터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교부금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고등교육 투자비중이 OECD 평균에 한참 못 미친다. OECD평균이 1.1%에 인데 반해 우리는 0.7% 정도에도 못 미친다. 독일은 고등교육재정이 3%에 달했다. 독일이 유럽의 중심국가로, 세계경제위기의 방파제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은 사람이고 인재다. 독일의 비결은 높은 비중의 고등교육 투자라고 본다. 국내 고등교육투자비중을 늘리고 안정적으로 운용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 두 가지 측면에서 교부금법이 제정돼야 한다. 현재 여당과 야당이 모두 입법작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는 않은 것 같다. 과제는 공감대 형성이다. 사총협이 앞서 공감대 형성에 노력할 것이다. 대학교육협의회의 노력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입법기관이 한국 고등교육의 미래를 위하 교부금법 제정을 향한 의지와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곧 시행될 시간강사법도 대학가의 화두다.

“새 제도를 만들 때는 현 제도의 문제를 개선해야 하고, 새 제도의 부작용도 검토해야 한다. 현재 시간강사법은 합목적성과 공감대에서 모두 미흡한 상태다.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면서 강사들의 복지수준도 개선돼야 하는데 이런 논의와 토론이 부족했다. 하루 이틀할 일이 아니다. 당사자인 대학과 강사, 정책당국, 정치권이 심도있는 논의를 해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하다. 지금 법안을 2,3년 더 유예시키거나 법안을 폐지하고 새 법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새 법안을 만들기엔 시행이 코앞이니 2,3년 유예하고 당사자들의 토론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강사제도가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제도로 자리잡도록 노력해야 한다.”

-창간 25주년을 맞은 본지에 제언한다면.

“그간 한국 고등교육발전을 위한 정론을 펼쳐온 한국대학신문 창간 25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이 축하에는 그동안의 감사와 앞으로도 한국대학신문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의미도 있다. 백년대계인 고등교육 발전을 위해서는 진심어린 정책이 추진되고 다양한 목소리를 담은 많은 논의가 있어야 한다. 토론이 많이 필요하단 이야기다. 한국대학신문이 담론의 장으로서 대학과 함께 해주길 부탁한다. 대학들도 그런 면에서 많은 성원을 보낼 것이다. 한국대학신문은 일간지에서 다루지 못하는 심층적인 고등교육 고민과 미래정책을 많이 다뤄왔다. 앞으로도 주요한 고등교육 이슈에 대한 기획기사를 더 많은 대학들과 함께 해주기 바란다. 국내 고등교육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김준영 회장은…

경동고를 거쳐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미네소타대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대학 3학년인 1973년 14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내무부 행정사무관을 거쳤고 1989년부터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기획조정처장, 교무처장, 대학교육개발센터장, 부총장 등 학내 보직을 두루 거쳤다. 2011년 성균관대 총장으로 취임한 뒤 올해 4월 한국사립대학교총장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신거시경제이론’ ‘합리적기대 거시경제학’ ‘한국경제의 거시계량분석’ ‘거시경제학’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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