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회비 소송 등 현안 산적 … 근본 해결 방안은 대학 자율”

“지방 국공립대 특화 육성 등으로 고등교육 공공성·질 높여야”
“바람직한 여론 형성, 정책 방향 제시 앞장서달라” 본지에 당부

[한국대학신문 민현희 기자] “국공립대가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게 뒷받침해주는 정책의 수립과 추진이 절실합니다. 정부와 국민들이 국공립대가 신뢰와 자율의 바탕 위에서 현안을 해결하고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합니다. 이를 위해 국공립대도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고석규 전국국공립대학교총장협의회장(목포대 총장)은 “국공립대는 지역 균형발전, 사회 양극화 해소에 대한 책무를 타고 났다”며 “정부는 고등교육에서 국공립대의 비중을 확대하고 지방 국공립대를 특화 육성하는 등 국공립대가 기능과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공립대의 각종 현안 해결을 위한 근본적 방안은 대학 자율에 있다”고 강조하고 창간 25주년을 맞은 본지에 “앞으로도 항상 선도적인 위치에서 바람직한 여론 형성과 고등교육정책의 방향 제시에 앞장서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총협 회장에 취임한지 8개월여가 지났다.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국공립대의 정당한 위상 정립이다. 이를 위해 특히 국공립대 총장들 간 원활한 소통과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는 각종 현안들에 능동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공립대는 지방에 위치해 있다. 사실상 지방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국공립대가 국민에게 봉사하는 지역 대표 대학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매개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최근 국공립대가 기성회비 문제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현재 국공립대 앞에는 총장 직선제 폐지, 교수 성과연봉제, 기성회비 반환 청구 소송, 직원 기성회비 수당 폐지 등 어려운 문제들이 산적해있다. 이 같은 일련의 문제들로 인해 국공립대 총장의 리더십은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고 교수들 간 경쟁 과열, 직원 사기 저하 등으로 국공립대로서의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립대학 재정·회계법’ 제정, 성과연봉제 개선 등을 추진하고 있다. 결국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 방안은 ‘대학 자율’에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와 사회가 국공립대 구성원을 믿고 대학이 자율적인 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길 바란다.”

-과거에 비해 국공립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게 사실이다.

“현재 국공립대는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실정에 처해있다. 무엇보다 큰 걸림돌은 국공립대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다. 가장 안정되고 공공의 목적에 충실한 국공립대를 마치 연구도 안하고 변화도 싫어하는 ‘철밥통’으로 오해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대부분의 국공립대가 지방에 있다 보니 중앙 언론 등에서 실상에 대한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국공립대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각종 오해로부터 벗어나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받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최근 들어 국공립대가 사립대에 뒤처진다는 인상이 짙은데 이 역시 오해인가.

“안타까운 점은 지방 국공립대를 서울 상위권 사립대와 비교해 뒤처진다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지역적 여건이 대학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임을 고려한다면 공정한 평가라고 보기 힘들다. 같은 지역에 위치한 국공립대와 사립대를 비교해보면 해당 지역에서 가장 잘하는 대학은 국공립대다. 국공립대가 개선해나가야 할 부분이 많으나 사립대에 뒤처진다는 평가는 수긍하기 어렵다. 아울러 국공립대의 교수 정년보장·승진 비율이 90% 이상에 달한다고 비판하지만 이는 조건이 안 되는 교수는 신청을 안 하기 때문에 나오는 수치다. 표면적인 결과만 놓고 국공립대 교수를 ‘철밥통’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폐가 있다.”

-국공립대의 기능과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국공립대는 사회의 질적 발전을 선도하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책무를 갖고 있다. 특히 국공립대 대다수가 지방에 위치해 있는 것은 지리적·계층적 양극화 해소와 국가 균형발전에 핵심적 역할을 해야 함을 뜻한다. 이 같은 역할을 다하기 위해 현재 국공립대에는 대학구조개혁, 특성화, 사회적 책무성 강화 등 자체적인 자정노력과 실천의지가 강하게 요구되고 있고 대학들도 이를 위해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정부의 대학 육성 방향은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고등교육의 질적 제고를 위해 지방 국공립대를 특화 육성하고 수도권은 사립대 중심으로 재편하는 방안이 추진돼야 한다. 또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 국공립대 입학정원 비중을 전체의 5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사립대에 의존해왔던 고등교육을 원래대로 국가가 맡아야 한다는 말이다. 지방 국공립대 육성은 지역적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국가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이다. 정부는 지방 국공립대에 대한 예산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교수충원율 등 기본적인 인프라부터 충족시켜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난달 본지가 주최한 ‘교육부 장관 초청 전국 대학 총장 간담회’에서 지역인재 선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지역인재 차별은 사회적 편견의 결과이고 한국 교육의 부정적 현상이다. 지역의 인재들은 인재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상대적으로 일찍 갖지 못했다는 점에서 부족할 뿐 근본적인 능력이 부족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역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지역의 사정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애향심을 키우기에도 적합하다. 전국 곳곳에 각 지방의 인재들이 골고루 배치돼야 국가 전체의 균형 발전을 이룰 수 있다. 이 같은 점이 ‘지방대학 육성 특별법’에도 반영돼 중앙과 지방의 균형발전과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지방대학에 대한 재정지원과 지역인재 선발이 법제화에 반드시 포함돼야 할 것이다.”

-목포대 총장으로서는 어떤 부분에 주력해왔나.

“지역 대학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목포대가 위치한 전남 서남권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지역 주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수시로 이야기를 듣고 실천 중이다. 대학 내부적으로는 ‘신해양 시대의 리더’를 육성한다는 모토를 세우고 전남의 전략사업인 해상풍력과 신해양산업 분야 특성화에 힘쓰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학부교육선진화선도대학(ACE)사업, 산학협력선도대학(LINC)육성사업 등 각종 정부지원사업 유치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학기관평가인증도 획득했다.”

-특히 의과대학 유치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전남은 전국 16개 광역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의대·대학병원이 없고 의료 서비스가 가장 열악한 지역이다. 때문에 목포대는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의대 유치를 추진해왔는데 이제 대학의 과제를 넘어 지역의 과제로 인식을 확대시켰고 전남도민 모두가 의대 유치에 한목소리로 동참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의대 신설은 여러 기관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결코 쉽지 않은 일이어서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는 게 안타깝다. 하지만 공공의료인력 부족이라는 현안이 있고 의료 소외지역을 없애는 것은 복지국가가 넘어야할 과제이기 때문에 조만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고삐를 더욱 단단히 죄려한다.”

-창간 25주년을 맞은 본지에 격려와 조언을 부탁한다.

“한국대학신문이 25년간 우리나라 대학 발전을 위해 쌓아온 성과들이 새삼 커 보인다. 한국대학신문은 그동안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대학들이 서로 이해하며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줬고 교육부 등 정부 기관의 교육정책도 신속하게 보도해 정보 소외 지역이 없도록 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언론은 무엇보다도 여론 형성에 큰 역할을 한다. 때문에 앞으로도 한국대학신문이 항상 선도적인 위치에서 바람직한 여론 형성과 고등교육정책의 방향 제시에 앞장서 주길 바란다.”

■ 고석규 회장은…

경기고를 거쳐 서울대에서 학·석·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부터 목포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도서문화연구소장, 인문과학연구원장, 다도해문화콘텐츠사업단장, 개교 6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장, 기획협력처장 등의 보직을 맡았다. 지난 2010년 3월 목포대 제6대 총장으로 취임한 후 광주·전남지역대학교총장협의회장, 지역중심국공립대학교총장협의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도시사학회장,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 전라남도 지역협의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