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우송대 등 이미지 제고, 입시 경쟁률 상승 등 효과 거둬

일부 대학은 학내 갈등에 대학 운영 부실해지고 인지도 하락까지
전문가 “대학 구성원 간 합의 이루고 ‘타 대학 따르기’ 지양해야”

[한국대학신문 민현희·손현경 기자] 최근 대학들의 생존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일반대 전환, 대학 간 통폐합, 교명 변경과 같은 굵직한 변화를 꾀하는 대학들이 잇따르고 있다. 시대 흐름에 맞춰 대학 운영 체제나 교명을 바꿈으로써 대학의 경쟁력과 이미지를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대학은 당초 의도와는 달리 구성원 분열, 인지도 하락 등의 부작용을 겪고 있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대학이 생존 위기에 놓인 만큼 많은 대학들이 대규모 개혁과 완벽한 이미지 개선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다만 모든 변화는 대학 경영진의 일방 추진이 아닌 구성원과의 합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또 ‘다른 대학이 하니까 우리도 하자’가 아닌 ‘우리 대학만의 확고한 정체성을 정립하겠다’는 생각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 최근 4년간 40여개大 학제 변경 등 선택 = 9일 대학가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해 10월 현재까지 4년 동안 전국에서 40곳에 달하는 대학이 일반대 전환·승격, 대학 간 통폐합, 교명 변경 등의 대변화를 겪었다.<표 참조>

▼최근 4년간 학제·교명 등 변경 대학(출처: 각 대학)

구분 대학명 전환 연도
산업대서 일반대 전환 경남과학기술대 2011.03
  경운대 2012.03
  남서울대 2012.03
  서울과학기술대 2012.03
  우송대 2009.03
  초당대 2013.03
  충주대 2010.03
  한경대 2012.03
  한국산업기술대 2012.03
  한려대 2011.03
  한밭대 2012.03
전문대에서 일반대 승격 김천대 2010.03
  송원대 2012.03
  창신대 2013.03
대학 통폐합 가천대(가천의과학대+경원대) 2012.03
  인천대(인천대+인천전문대학) 2010.03
  제주국제대(탐라대+제주산업정보대학) 2012.03
  한국교통대(충주대+한국철도대학) 2012.03
교명 변경 강동대학(극동정보대학) 2011.06
  경기과학기술대학(경기공업대학) 2011.04
  경남과학기술대(진주산업대) 2011.01
  계원예술대학(계원디자인예술대학) 2012.03
  구미대학(구미1대학) 2012.02
  꽃동네대(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2011.07
  동양미래대학(동양공업전문대학) 2012.04
  동원과학기술대학(양산대학) 2013.08
  부산과학기술대학(부산정보대학) 2012.03
  서울과학기술대(서울산업대) 2010.09
  세한대(대불대) 2012.06
  수성대학(대구산업정보대학) 2012.05
  숭실사이버대(한국사이버대) 2012.06
  연성대학(안양과학대학) 2012.05
  인천재능대학(재능대학) 2011.11
  창원문성대학(창원전문대학) 2011.01
  충북보건과학대학(주성대학) 2012.09
  한국영상대학(공주영상대학) 2013.03

먼저 산업대에서 일반대로 전환한 대학은 남서울대·서울과학기술대·초당대·한국산업기술대 등 11곳이다. 기존까지 국내 산업대는 총 13개였으나 2009년 3월 우송대를 시작으로 지난해 3월까지 청운대·호원대를 제외한 11곳이 일반대 전환을 마쳤다.

최근 4년간 산업대들이 대거 일반대 전환을 선택한 데에는 교육부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교육부는 산업대의 강점으로 여겨졌던 산업체 근로자 재교육, 산학협력을 통한 실습·현장중심 교육 등이 일반대에서도 보편화돼 산업대만의 존재 이유를 찾기 어려워지자 ‘대학 설립·운영규정 개정안’을 내놓으며 산업대의 일반대 전환을 유도했다.

교육부가 2008년 9월부터 2011년 9월까지 한시적으로 적용한 이 개정안은 △교원확보율 61%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 55.6% △교사·교지 확보율 100%를 일반대 전환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모든 요건을 100% 충족해야 했던 과거에 비해 대폭 완화된 수준이다. 대학들 역시 일반대학원 설치 등 일반대 전환으로 인한 경쟁력 제고를 노리며 정부 유도를 따랐다.

교명 변경도 줄지어 진행됐다. 많은 대학들이 트렌드를 반영해 교명에서 ‘산업’ ‘공업’ ‘정보’ 등을 빼고 ‘과학’ ‘미래’와 같은 단어를 넣었다. 교명은 대학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만큼 진취적이고 세련된 느낌을 강화한 것이다.

특히 교명 변경은 전문대에서 특히 활발했다. 2011년부터 전문대도 ‘대학교’ 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대부분의 전문대학이 교명에 ‘교’자를 붙였다. 또 강동대학·동원과학기술대학·연성대학·충북보건과학대학 등은 교명 자체를 완전히 바꿨다.

김천대·송원대·창신대는 전문대에서 일반대로 학제를 변경했다. 이들 대학이 일반대로의 변화를 택한 데에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4년제 대학 선호 현상이 핵심적인 영향을 미쳤다. 학령인구 급감으로 인한 쓰나미가 가장 먼저 지방 전문대를 덮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가천대·인천대·제주국제대·한국교통대는 대학 통폐합을 통해 새롭게 출범했다. 해당 대학들은 통폐합 과정에서 자체 구조조정을 실시해 특성화를 추진하고 입학정원을 감축해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하는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 입시 경쟁률, 대학 인지도 상승 ‘효과’ = 일반대 전환, 대학 통폐합, 교명 변경 등을 추진한 많은 대학에서는 당초 기대했던 효과가 나타났다. 입시 경쟁률이 뛰어오르고 대학 이미지도 제고된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산업대 가운데 가장 먼저 일반대로 전환한 우송대다. 이 대학은 일반대 전환으로 교원확보율 등이 높아지면서 교육 여건이 좋아졌고 이미지도 개선됐다. 대학의 발전이 몸으로 느껴지자 구성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학에 더 큰 애정을 갖고 노력을 쏟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우송대는 일반대 전환 후 2010~2013년 교육역량강화사업, 2011년 학부교육선진화선도대학(ACE)지원사업, 지난해 산학협력선도대학(LINC)육성사업 등 굵직한 정부 사업에 모두 선정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2014학년도 수시1차 모집 경쟁률도 10.41대 1로 대전지역 대학 가운데 가장 높다.

김조용 우송대 전략기획처장은 “일반대 전환 후 지역에서의 인지도나 이미지가 눈에 띄게 올라갔다. 또 대학 구성원의 자존감도 크게 높아졌다”며 “일반대 전환을 계기로 대학에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고 이에 힘입어 구성원도 대학 발전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서 크고 작은 성과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일반대로 전환한 서울과학기술대·한국산업기술대 역시 ‘일반대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서울과학기술대 김선욱 입학관리과장은 “일반대로 전환한지 아직 2년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각종 지표의 변화를 말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입시 면접고사 등에 참여한 교수들이 ‘지원 학생들의 수준이 확실히 높아졌다’고 입을 모은다”고 말했고, 한국산업기술대 입학처 관계자도 “교수들 사이에서 ‘일반대 전환 후 입학한 학생들이 훨씬 우수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경원대와 가천의과학대가 통합해 의과대학을 갖춘 종합대로 거듭난 가천대도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의 풍생고 안소은 입시정보 담당교사는 “경원대와 가천의과학대가 통합하면서 대학의 위상이 높아졌고 고교에서의 인지도도 동반 상승했다”며 “종합대로서 다양한 전공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전에 비해 많은 학생들이 가천대를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한대·인천재능대학은 교명 변경을 통해 이미지와 인지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이기우 인천재능대학 총장은 “2006년 총장으로 취임한 후 ‘재능대학이 어디에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이에 따라 우리 대학이 인천에 위치해 있고 인천지역 발전을 선도할 인재를 키우는 대학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교명에 ‘인천’을 붙였다”며 “현재 교명 변경 당시 목표했던 효과들을 모두 누리고 있다”고 밝혔다.

세한대 관계자도 “대불산업단지가 대학 인근에 있어 대불대라는 교명을 사용했었는데 학생들 사이에서 ‘종교적인 느낌이 난다’ ‘촌스럽다’는 등의 불만이 꾸준히 나왔다”며 “교명 변경 후 대학의 이미지가 한층 신선해졌고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 학내 갈등 이어지거나 큰 효과 없기도 = 그러나 일반대 전환 등을 위해 어려운 과정을 거쳤음에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오히려 학내 갈등, 인지도 하락 등의 부작용을 겪고 있는 대학들도 있다.

제주국제대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 대학은 지난해 3월 탐라대와 제주산업정보대학이 통합해 야심차게 출범했지만 이사들 간 갈등으로 이사회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대학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결국 제주국제대는 2013·2014학년도 2년 연속 정부 재정지원제한대학·학자금대출제한대학에 지정됐다. 특히 2014학년도에는 부실의 정도가 가장 심한 경영부실대학으로까지 지정된 상태다.

제주국제대 관계자는 “통합 당시 탐라대와 제주산업정보대학은 모두 경영부실대학이었고 폐교를 막고자 통합을 결정했다. 통합 출범 직후에는 다시 잘해볼 수 있다는 희망이 컸지만 이사들 간 갈등으로 모든 게 물거품이 됐다”며 “두 대학의 통합을 결정하면서 제대로 된 지배구조를 만들어주지 않은 교육부의 탓도 크다”고 토로했다.

동양미래대학은 교명 변경 후 인지도가 하락했다. 기존 교명인 동양공업전문대학의 네임 파워가 막강했던 만큼 새 교명이 빛을 받지 못한 것이다. 이 대학 한 관계자는 “교명 변경 후 ‘동양미래대학은 신생 대학이냐’ ‘거기가 어떤 대학이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는다. ‘동양공업전문대학이 이름을 바꾼 것이다’라고 답하면 그때서야 모두들 ‘아, 동양공전?’하며 무릎을 친다”고 말했다.

그는 “교명 변경을 추진할 때도 그렇고 지금까지도 학내에서 교명을 바꾼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며 “과거에는 교명에 대해 달리 홍보하거나 설명할 필요가 없었는데 교명 변경 후에는 교명부터 알리고 설명해야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천대·송원대·창신대는 일반대 승격에도 아직까지는 ‘전문대’라는 인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창신대 관계자는 “일반대 전환이 확실하게 플러스가 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여전히 전문대라는 인식이 강해 ‘4년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까지는 눈에 띄는 긍정적인 효과가 없지만 멀리 내다보고 학제 완성과 홍보에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일반대 전환 등의 굵직한 변화를 경쟁력 제고로 이어가기 위해 대학들이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점은 무엇일까. 박거용 대학교육연구소장은 “가장 중요한 점은 대학 구성원의 합의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사장이나 총장이 독단적으로 일을 추진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 지방대 총장은 “대학이 시대 흐름에 맞춰 변화해야 생존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불필요한 변화는 지양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옆 대학이나 라이벌 대학이 하니까 우리 대학도 해보자’는 식의 마인드는 오히려 대학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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