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5주년기획]日 학령인구 감소 심각…규제보다 공공성 확대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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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학평가 한국에 물음을 던지다> ③일본

자기점검평가·제3기관 평가 인증제 병행
제3기관 평가, 현장평가·사후점검 ‘필수’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대학구조조정 이슈가 전국 대학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교육부는 최근 입학정원 대폭축소를 골자로한 대학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2017년부터 학령인구가 감소해 대학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다. 2017년에 국내 18세 이하 인구는 추산 188만명으로 대학입학정원인 189만명보다 적어지고, 감소추세는 가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우리와 마찬가지로 사립대 비중이 높고 이미 학령인구가 급감하기 시작한 일본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일본의 학령인구는 2007년부터 눈에 띄게 감소했다. 가장 먼저 사립대가 휘청댔다. 일본 사립대는 국내 사립대처럼 등록금 의존률이 높고 족벌경영이 고착돼 있는 구조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강제적인 대학구조조정 대신 각 대학의 자기점검평가와 제3기관의 대학평가 인증제도에 기반한 온건한 대학정책을 20년째 펼쳐오고 있다.

■다수의 정부인증 평가기관이 정성평가=일본의 대학평가가 시작된 시점은 일본 대학기준협회(Japan University Accreditation Association, JUAA)가 조직된 1942년이라 볼 수 있으나 그 기틀을 마련한 것은 1990년대다.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실시하던 고등교육기관 자기점검평가가 1991년 의무실시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1996년 제3기관이 대학평가인증제를 도입해 각 대학이 내부평가와 외부평가를 동시에 받도록 했다. 나아가 1998년에는 대학이 자기점검평가 결과를 공표하도록 의무화했다. 두 방식이 현재까지 이어져온 일본 대학평가의 축이라 할 수 있다.

일본 대학평가인증제의 특징은 다수의 인증기관이 나눠 맡는다는 점이다. 2013년 현재 정부 문부과학대신으로부터 자격을 부여받는 대학평가인증기관은 총 11곳이다. 각 기관 특성에 따라 평가사항은 다양하지만 인증기준은 대동소이하다. 국가가 법률로 평가인증 관련 사항을 정해뒀기 때문이다.

평가항목은 기관마다 다르나 10개 안팎이다. JUAA의 경우 △임무와 목표 △교육 및 연구 구조 △교수진 구성 △교육 프로그램, 교수 및 결과 △학생 입학 △학생 복지 △교육 및 연구 환경 △사회적 협력 및 공헌 △행정 및 재정 지원 △자체적 질 보장 시도 등을 항목으로 평가한다.

평가기관은 이 같은 항목을 통해 대학의 연구역량뿐만 아니라 교육과 학생복지 등 전반적인 대학의 내실까지 점검하고 있다. 대학기준협회는 “일본 대학이 연구와 교육의 질적 향상을 자체적으로 시도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것이 평가인증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평가절차상 현장평가와 사후점검은 필수적이다. 대부분의 평가항목이 정성평가여서 서류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평가인증기관은 각 대학의 자체보고서를 통해 사전검토를 진행하고, 이를 토대로 심층적인 현장평가를 수행한다. 현장평가는 최장 3개월 동안 진행되기도 한다.

현장평가로 도출된 결과는 평가보고서로 작성돼 해당 대학에 송부되는데, 이 때 대학은 평가내용에 대한 소명을 진행하거나 평가인증기관과 개선방법을 논의한다. 일회성 평가에 그치지 않고 평가인증기관과 대학이 지속적으로 대학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형태다.

인증을 획득하지 못한 대학은 법적 제재를 받게 된다. 시정권고를 넘어 학교 폐쇄명령까지 받을 수 있다. 정부재정지원도 받기 어려워진다. 정부의 각종 재정지원정책에 인증결과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대학평가 인증제도가 모든 고등교육평가의 기초자료인 셈이다.

■특성화 등 학내여건 따라 인증기관 선택=각 인증기관은 대학 유형에 따라 독립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대학들은 특성화 방향 등 학내여건에 따라 원하는 인증기관을 택할 수 있다. 다수의 기관으로부터 복수로 평가인증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이 같은 일본의 대학평가 인증제도는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사립대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이유는 고등교육구조에서 기인한다. 일본 대학가에서 사립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77%다. 지난 2002년 국립대 법인화가 단행돼 99개 국립대가 89개로 줄어들어 사립대 비중은 더욱 높아졌다. 사립대 중 약 66%는 500명 미만의 소규모 사립대로, 경영권을 가진 설립자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다.

또한 이들 설립자의 친족들이 대학 학교법인의 이사 중 약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학외 이사의 40%는 모교 졸업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족벌경영’이 두드러지는 것이다. 이들 소규모 사립대의 경영부실과 투명성, 교육 공공성은 최근 일본 대학가의 새로운 이슈로 떠오를 정도다.

이 중에서도 경영부실대학들의 면면이 눈에 띈다. 일본 사립대의 재정구조에서 수업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77%에 달한다. 최근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생 수의 감소는 즉각 수업료 수입 감소로 이어져 부실 정도가 심화되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최근 적자를 기록한 사립대학이 527개교 중 182개교(34.5%)에 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고등교육의 위기를 맞아 일본 정부는 대학의 공공성 확대에 초점을 맞춰왔다. 대학의 자기점검평가 의무화와 대학평가인증제의 도입은 이처럼 자율화된 고등교육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정부의 의지인 셈이다.

 

[BOX]“日 대학구조조정, 한국보다 온건”
학령인구 감소·사립대 공공성 확보 등 한국과 닮아

고등교육 학령인구 감소는 일본에서도 시급한 현안이다. 지난 2007년에 대학 입학정원과 학령인구가 67만 4000명으로 일치된 뒤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2년 205만명이었던 학령인구는 2008년 124만명으로 반토막났다. 전체 대학의 80%가량을 차지하는 소규모 사립대를 중심으로 입학정원 수는 눈에 띄게 감소했다.

그러나 일본은 국내와 달리 강압적인 구조조정은 자제하고 있다. 5년 단위의 대학평가인증 결과를 기반으로 각종 재정지원사업을 펼치는 등 대학평가를 정부 정책에 연결하는 경향은 강화됐지만 ‘대학퇴출이 해법은 아니다’라는 게 일본 정부의 시각이다.

김미란 한국교육개발원 고등·평생교육실장은 “국내에 비해 일본의 대학구조조정은 온건한 편”이라며 “국내처럼 하위 15%를 잘라내는 방식이 아니라 사학법인의 퇴로를 용인하고, 자체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가 대학구조조정을 온건하게 진행하는 이유는 사학을 쉽게 건드릴 수 없는 구조 때문이다. 특히 대부분 지역의 유지나 종교계, 혹은 재벌기업들이 운영하고 있는 소규모 사립대에는 정부의 손길조차 미치지 않는다.

일본 국회의 참의원이나 중의원들이 개입되는 등 사회적 명망가가 운영하다보니 대학 운영에 정부가 직접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것이다. 이들은 정부가 고등교육을 규제하려 하면 여론몰이를 하거나 물밑작업을 통해 입법이나 규제조치를 막아왔다.

정책입안자들도 대학규제에 적극적이지 않다. 김 실장은 “주요 정책입안자들이 이미 사학과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일본 문부과학성에서는 사립대 문제에 개입하려는 의지 자체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일본의 소규모 사립대가 사회적 수요에 맞춰 유연하게 변화하고 있고, 특성화 경향이 뚜렷하다는 점 역시 정부에서 제재를 가하지 않는 이유”라고도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본 정부는 사학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문부과학성 중앙교육심의회는 지난 5월 28일에는 정부지원금을 통한 대학의 공공성 확대를 유도하는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사립대가 자체적으로 △교육과정 개선 △경영조직 개혁 △대학운영 외부인사 참여 등에 나서면 구조개혁 비용을 대폭 지원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그러나 학령인구 감소 추세가 줄어들지 않자 일본 사립대들도 대내외적 압박을 받고 있다. 일본 정부와 대학가는 특히 국내 대학평가와 구조조정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김 실장은 “일본에서는 국내 대학평가와 구조조정 방식에 관심을 두고 관련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문부과학성이 나서서 한국의 개혁방식을 홍보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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