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지난 17일 새로운 대학 구조조정 안을 발표하자 대학가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술렁거리고 있다.

이번 구조조정 안은 전국 339개대학(전문대포함)을 절대평가한 후 상위, 하위, 최하위 3개 그룹으로 나눠 정부재정지원을 미끼로 정원감축과 학교폐쇄를 유도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 같은 정부안은 지난2011년부터 정부가 추진해왔던 대학 구조조정을 방법만 조금 바꿔 더욱 더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부 안 자체가 자율화, 창조경제를 표방하는 시대정신을 거스르는 것이다. 또 실제 그렇게 효과적이지도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놓고 불거진 검찰 내분 사태만 보더라도 위에서 누가 하라고, 정부가 지침을 주고 강제한다고 해서 무조건 상명하복 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일선 초․중등 학교에서조차 선생님이 학생을 호출하면 ‘네가 와 봐’ 한다고 한다. 교육부가 평가지표 정해서 대학교를 일렬로 세우고 하위 그룹에 속하면 제재를 가한다고 한 들 대학이 버티면 정부로서는 속수무책이다. 실제로 폐교명령까지 받은 대학교가 가처분 신청을 내고 버젓이 신입생을 뽑아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의 방침이 보편타당하고 합목적적이어도 정부주도라는 면에서 반발이 있을 터다. 이해당사자들이 전혀 공감하지 않는 정책은 오히려 반발만 일으킬 뿐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 구조조정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해서는 정부, 학계, 국민들 모두 이견이 없다. 그러나 누가, 어떻게, 언제까지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서남수 교육부 장관도 지난 9월 대학총장 간담회에서 실토했듯이 뾰족한 대안이 없다.

그렇다면 무엇에 쫓기듯이 의무감에 발목 잡혀 반발만 불러일으킬 구조조정 안을 서둘러 마련하기보다 차라리 대학의 자율에 맡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일부에서는 대학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부실대학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고,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대학의 지역별․특성별 장단점을 최대한 분석해 지원해줄 것은 지원해주고 구조조정 할 것은 조정하라고 권고만 해주면 된다.

재단이사장이나 총장이 비리․ 재산횡령혐의로 영어의 몸이 된 대학교, 대학등록금을 제 돈처럼 쓰다 적발된 대학교, 매년 입학정원의 50%도 채우지 못하는 대학교는 굳이 정부의 평가가 아니더라도 부실대학으로 낙인찍힌다. 재학생과 재직 교수들마저도 학교폐쇄를 요구할 정도다. 굳이 정부가 줄 세우기를 안 해도 부실대학에 대한 평가는 이미 되어 있다는 얘기다.

여기서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회생 가능성이 없는 대학의 자율적인 퇴출을 유도할 법적 장치 마련이다. 대학구조개혁위원회 1기 위원장을 역임했던 덕성여대 홍승용 총장 마저 “사립대 퇴출을 위한 법적수단이 마련되지 않는 한 구조조정에 대한 수많은 고민과 정책들이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고 말할 정도다.

이번 정부 대학평가에서 하위 15%에 해당되어 정부재정지원대학으로 지정된 어느 한 대학 관계자의 절규에 가까운 외침이다.

“우리 대학은 관내 9개 시군에서 유일한 대학으로 그동안 지역사회에 기여한 바가 크다. 그런데 정부의 일률적 평가기준에 의해 부실대학으로 낙인찍히고 퇴출을 당해서야 되겠나”

정부 대학구조조정 과정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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