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알찬 대학으로 '도약'"

조기 영어교육, 어학연수 등 영어 교육에 대한 열기가 한창인 가운데 영어 교육 및 교재 제작 전문 인력 양성을 목표로 한 영어전문대학원이 설립돼 주목받고 있다. ‘윤선생 영어교실’로 유명한 (주)현대영어사 윤균 회장이 “영어교육으로 기업인만큼 국내 영어교육을 위해 환원 하겠다”는 취지로 설립한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는 오는 9월 개교를 앞두고 있으며, 학생 전원에게 전액장학금을 지급하고 교수들에게는 국내 최고의 대우를 보장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방침을 밝혔다. 이 대학 초대 총장에는 서울대 사범대 영어교육과 창립 멤버로 국내 영어교육계 선구자라는 평을 받고 있는 문용 전 서울대 교수가 선임돼 진두지휘를 맡았다. “작지만 찬란하게 빛나는 대학원을 만들어 우리나라 영어교육계의 큰 희망이 되겠다”는 포부의 문 총장을 만났다. “영어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교사’와 ‘교재’입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교사 양성과 교재 제작 시스템에는 개선할 점이 많았죠. 각종 영어 교재들이 범람하고는 있지만 비전문가들이 제작을 맡았고, 교사 교육도 ‘실용’보다는 ‘이론’에 중심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문 총장은 국내 영어교육계의 한계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이론은 갖춰져 있지만 교실에서 ‘영어’를 쓸 수 없는 교사들, 전문가들의 손을 거치지 않은 채 난무하는 교재들. 하지만 이제는 효율적이고 실증적인 연구가 필요한 때라는 것이다. 이런 방법을 통해 최근 국내에 불어닥친 영어열풍에 대한 해답도 찾을 수 있으리라는 전망도 제시했다. 개설될 전공은 ‘영어지도학과’와 ‘영어교재개발학과’ 등 2개뿐. 이중 영어교재개발학과는 비영어권 국가에서는 유일하다. 학생들은 주 10시간, 2년 동안 6백 시간에 걸쳐 영어회화 및 작문을 수강해야 하며 4학기동안 51학점을 이수해야만 졸업 가능하다. 일반 대학원의 졸업 학점인 24학점을 두 배 웃도는 수준이다. 정원은 1백명. 말 그대로 ‘소수정예’를 만들겠다는 심산이다. 교수진으로는 원어민 3명과 한국인 3명 등 지금까지 총 6명을 확보했으며 향후 2년 안에 5~6명을 보강할 예정이다. 이미 채용된 교수들 중에는 국내 단 2명 뿐인 ‘사전학’ 박사학위 취득자 중 한 명인 정영국 교수 등 자타가 공인한 재원들이 포진했다. 문 총장은 앞으로도 우수 교수들을 확보하기 위해 최고의 대우를 하고, 미국 대학들과 자매결연을 통한 교환교수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개교와 동시에 ‘영어전문도서관’을 개관해 영어 교육에 관심을 가진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영어교육 관련 도서를 5천여권 갖추고 있으며, 3~5년 뒤까지 1만5천여권으로 늘릴 방침. 현재 모든 서지 정보를 전산화 하고 있으며, 오는 9월 인터넷 검색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우리 대학은 작은 대학입니다. 우리는 기존의 대규모 대학원과 경쟁하기보다는 그들이 해내지 못했던 것들에 주안점을 두고 차별화 할 계획입니다. 학생 정원이 1백명이라는 작은 규모는 오히려 가족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유리할 겁니다” 문 총장은 대학 발전방안으로 ‘틈새공략’을 통한 차별화를 꼽았다. 기존의 고등교육계가 소홀했던, 그러나 꼭 필요했던 부분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것. 실용성에 기반한 연구가 바로 그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대학 내에 연구소를 설치해 신문, 방송 등 각종 매체에 난무하는 영어 프로그램의 효과 등을 학문적으로 연구해 낼 계획이다. 25년 교수 재직 시절 내내 문 총장은 천상 ‘학자’로 알려져 왔다. 온갖 학회에 제출된 논문 등 자료집은 빼놓지 않고 입수 해 보면서도, 학회 참석 등의 대외 활동은 꺼렸던 인물이다. 하지만 제자들 하나하나 이름을 불러주는 등 따뜻한 인간미를 지녔다. 제자들 사이에는 ‘문용 선생을 사랑하는 모임(문사모)’까지 조직돼 있을 정도다. “총장으로서의 정치력, 경영능력에는 관심없다”며 손사래를 치는 문 총장. 가르치는 것을 감독하고 독려하는 ‘선생님’으로서의 역할을 자임한다. 오랜 강단 경험에서도 이뤄내지 못했던 ‘실용주의 영어교육’을 국제영어대학원대학에서 실현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급성장해서 뭔가 보여주겠다’는 식의 비전은 제 스타일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속이 꽉찬 인재들을 매년 50명씩 배출 할 겁니다. 10년이면 국내 영어교육계의 지형도를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의미있는 일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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