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방 사립대에서 총장이 교수들을 긴급히 불러 모았다. 이른바 ‘집합’을 시킨 것이다. 취업률이 낮은 학과의 교수들에게 경고를 하기 위해서다. 이날 불려나온 교수들은 전국 대학 기준으로 유사학과와 비교해 취업률이 평균 이하에 속하는 학과의 전임교수들이었다.

총장은 이들에게 내년 6월 취업률 집계 이후부터 학과 취업률과 교수 개개인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 즉 연봉을 연계시키겠다는 경고를 했다. 급작스럽게 불려나와 이런 경고를 들어야 했던 교수들은 당혹스러움과 모멸감을 느꼈다고 한다.

대학은 학생들의 취업만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다. 교수도 학생들의 취업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은 대학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학생들을 취업시키고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좋든 나쁘든 상관없이 취업률을 단 1%, 취업자를 단 1명이라도 늘려야 정부평가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돼 있다.

학령인구의 급감과 대학의 양적 팽창으로 학생정원을 줄이고 부실한 대학은 문을 닫겠다는 교육당국의 의지는 십분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나 부실대학이라는 오명을 쓰고 낙인찍히게 될 것을 우려한 대학들은 정부의 구조조정 평가에 목숨을 내걸고 있다. 교육은 뒷전이고 연구는 사치다. 혹시라도 하위 15%에 포함될까봐 노심초사 취업률 끌어올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학생들을 위해,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해 써야할 예산을 학생들 취업시키느라 잡매칭 업체에 쓰고, 교직원의 모든 인맥을 동원해 취업률 올리기에 급급하고 있다. 대학은 편법이 난무하는 세상이 되고 교수들은 학과를 지키기 위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신세가 되어버린 것이다.

대기업에서 임원으로 오랫동안 몸을 담았다가 그간 축적한 지식과 노하우를 학생들과 나누고 싶다는 일념하에 대학으로 이직한 한 교수가 탄식을 했다. 이 교수는 “내가 거짓말로 우리 대학을 살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최선을 다해 거짓말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각종 편법을 동원해 어거지로 취업률을 맞춰 정부지원 사업에도 선정됐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겉보기에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온 것 같지만 다 허수다. 이런 짓을 하려고 대학에 왔나하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 한심한 생각이 들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며 자괴감에 빠져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새로 발표된 구조조정안에 포함된 정성평가가 실제로 도입되면 이런 편법과 허수 등이 더욱 더 심해질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결국 누가 정부 기준에 맞게 로비를 더 잘 하느냐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대학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사회에서 바람직한 구성원으로서 역할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인성을 가진 인재를 키워내야 할 대학에서 교수는 교육도 연구도 할 수 없고 떳떳하게 학생들 앞에 설 수도 없는 지경이 됐다.

교육당국은 교육당국대로, 대학은 대학대로, 교수는 교수대로 정(正)의 자세로 원점에서 다시 심사숙고 해보기 바란다. 이 책임을 누구 탓으로 돌릴 지가 아니라 우리 대학이, 우리 교육이 바로 서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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