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욱 연세대 교수

*** 한국대학신문 창간 25주년을 맞아 국내 대학 연구자들의 연구환경을 돌아보면서 △우수한 연구 △참신한 연구 △흥미로운 주제를 가진 연구 등을 발굴해 한국연구재단의 연구지원 성과와 정보를 공유하는 취지에서 연속기획 ‘괴짜과학자들의 위험한 연구’를 마련했다. 자기 분야에 매몰되지 않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연구에 뛰어든 학자들의 파격적인 상상력을 뒤쫓아 가보자.

사회·경제·정치 분야까지 예측 할 수도

 

▲ 김창욱 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교수

[한국대학신문 신나리 기자]“성공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성공이나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 연구자가 있다. 엉뚱한 결과가 나오면 또 그 결과가 자신을 새로운 연구로 이끌 것이라고 믿는다. “결과를 100% 장담할 수 없다”면서도 연구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연구 자체를 즐긴다. 김창욱 연세대 교수(정보산업공학·사진)다.

조금만 헷갈리는 게 생겨도 고민 없이 인터넷 창을 켜는 요즘, 그는 끄적이는 것에 익숙하다. 그는 모르는 게 있어도, 생각을 발전시키고 싶은 게 있어도 컴퓨터 보다 연필을 든다. 메모를 통해 생각을 발전시키고 깊게 생각하는 습관을 들인다. 쉬운 답을 멀리하고 깊은 고민을 가까이 하려 한다.

김 교수가 매주 중요하게 챙기는 일정 역시 보통의 교수와는 좀 다르다. 그는 이틀에 한 번 꼴로 학생들과 점심이나 저녁을 함께 한다. 새로운 이야기, 그가 모르는 것들을 학생들에게 묻고 듣고 싶기 때문이다.

“와 그런 게 있었어? 난 전혀 모르던 건데, 더 얘기 좀 해줘”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교수가 아닌 묻는 교수이자 듣는 교수다.

지난해 가을부터 김 교수가 집중하고 있는 ‘모험 연구’는 평소 그의 ‘오픈 마인드’와도 연결돼 있다. 공학적 문제에 인문학적인 접근을 더한 스티브 잡스와 정 반대로 인문학적인 문제에 공학적 접근을 시도한 것이다.

그의 모험 연구인 ‘소셜 과학 계량학: 사회심리적 연구자 다이나믹스 시뮬레이션’이라는 논문을 설명하자면 이렇다.

지금 제일 잘 나가는 스마트폰은 무엇일까? 앞으로 소비자가 선호하는 마트 폰은 무엇이 될까?

김 교수의 연구가 발전한다면 이를 유추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사려는 ‘나’가 있다. ‘나’는 광고나 대중매체를 통해 각기 다른 스마트폰에 대한 이미지와 선호도를 갖고 있다. 스마트폰을 구입하기 전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요즘 어떤 스마트폰이 좋냐’고 묻는다. 지인들의 평가는 나’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된다.

동시에 ‘나의 선택’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소’가 되기도 한다. ‘나’의 주위 사람이 새로운 스마트폰을 구입하려 할 때, 그 역시 ‘나’가 얼마 전 구입한 스마트폰에 대해 물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평가는 새로운 소비자의 결정에 다시 영향을 주며 ‘스마트폰의 대세’를 파악하는 요소가 된다.

결국 소비자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요인들을 분석하고 소비자의 결정을 종합하면 잘 나가는 스마트폰, 잘 나갈 스마트폰에 대한 일정한 ‘방향성’을 찾을 수 있다.

 

▲ 김창욱 교수의 '소셜 과학 계량학: 사회심리적 연구자 다이나믹스 시뮬레이션'에 대한 그림 설명(출처:연세대 산업시스템 다이나믹스 연구실)

이렇듯 ‘나무를 통해 숲을 보는’ 김 교수의 연구는 개인의 연구행동과 또 다른 연구자 간의 상호 작용의 결과를 분석하는 것이다. 이것이 연구에 성장과 정체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앞으로 어떻게 발전 혹은 융합해 나가는지 밝혀낸다.

기존 연구들과 차이점은 분명하다. 기존의 연구들이 상호 작용의 결과를 배제했다면 김 교수의 연구는 과학적 수치뿐 만이 아니라 연구를 하는 개인의 사회 심리학적인 요소를 추가했다.

김 교수는 “A라는 학자가 연구를 할 때, 아무래도 자신의 연구와 관련된 유명한 학자들의 연구가 영향을 주지 않겠나”며 “여기에 관련 연구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해왔는지 “연구 밀집도’와 국가의 지원정책 같은 ‘외부요인’도 한 부분을 담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 심리학적인 요소가 함께 분석되어야 하는 이유다.

김 교수의 ‘모험 연구’를 적용할 수 있는 분야는 다양하다. 특정 분야의 연구로 쓰일 수도 있고 사회·경제 분야를 분석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 그 동안에는 공학문제에 인문학적 접근법을 도입하는 것에 익숙했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김 교수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인문학적 문제를 공학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사실 사회가 어떻게 바뀌어왔고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 사회 현상을 규명하는 데 공학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익숙하지 않을 뿐, 외국에서는 이미 정치·경제·사회 분야를 막론하고 많이 사용하고 있는 방법입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공학적 접근은 정부가 정책을 결정·홍보하고 기업이 합리적 의사 결정을 내리는 데 유용하다. 전문가의 의견에만 기대거나 단순한 문헌 자료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동시에 날마다 수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사회 현상을 규명할 때에도 효과적이다. ‘다이나믹한 여론’이 어떻게 바뀌어나가는지 ‘방향성’을 예측할 수도 있다.

정보산업공학이라는 한 우물을 판 교수가 정치·경제·사회 문제까지도 ‘예측’할 수 있는 연구에 관심이 생긴 이유는 무엇일까?

“매일 정말 다양한 뉴스를 접하잖아요. 저만 해도 하루에 서너 개가 넘는 일간지를 통해 세상을 바라봅니다. 이른바 진보 보수로 갈린 신문들은 같은 문제도 참 다르게 접근하더군요. 저 역시도 연구에 다양한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중에 하나가 인문학적 문제를 공학적으로 풀어내보자는 거였죠.”

이는 김 교수가 평소에 생각하던 연구자의 역할과도 맥이 닿아있다. 그는 ‘미래를 보는 연구’야 말로 연구자의 할 일이라고 믿는다.

“박사 학위까지 받았다는 것은 혼자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 받은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러니 제가 그간 쌓아온 지식으로 새로운 연구 분야를 탐색해 보고 또 그 결과물들을 공유해야 하지 않을까요?”

▷연구자: 김창욱 연세대 교수 (정보산업공학)
▷주제: 소셜 과학 계량학: 사회심리적 연구자 다이나믹스 시뮬레이션
▷연구기간: 2012년 9월 1일~2015년 8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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