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시간강사들의 처우를 개선한다며 추진했던 일명 '강사법'이 개선 아닌 개악으로 드러나 대표적 탁상행정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일선 대학들에서는 시강강사법의 내년 시행여부에 상관없이 이미 기존 강사들을 대거 정리했거나 할 계획으로 있어 강사 대량해고가 현실화되고 있다. 강사법의 ‘한차례 더 유예’가 아니라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2010년 5월 조선대 서정민 강사가 자살하면서 촉발된 시간강사 처우개선 문제는 이듬해 7월 당시 교육과학기술부가 고등교육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하면서 본격화됐다. 그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은 지난해 8월 입법예고됐다. 이 개정안이 입법예고 되자마자 대학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지난해 2학기부터 우선 시간강사들이 맡고 있던 전공 및 교양과목을 대폭 줄이거나 정년트랙 교수들에게 맡겼다. 한 술 더 떠서 개설과목을 통폐합하거나 대형 강의를 늘려 나갔다. 콩나물 강의가 난무하고 학생들의 교육의 질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파생되자 급기야 민주당 유기홍의원이 개정안 시행을 3년 유예하자고 발의했고, 논의과정에서 1년 유예키로 해 1년이 지났다. 교육부는 올해 9월 11일 새로운 강사법을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고 시행령개정안을 다시 입법예고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눈치만 보고 있던 전국의 대학들이 강사 해고에 본격적으로 발 벗고 나서기 시작, 강사들을 엄동설한에 무직자로 내몰고 있다.

지방 모 대학 관계자는 현재 강사 수를 반 이상 줄여야 한다고 지침이 상부로부터 떨어졌는데 누구를 내보내야 할지 기준도 못 정했다고 하소연이다. 이 대학에서는 지난해에도 강사 구조조정을 시행했는데 수업 배정을 받지 못한 강사들이 울먹이며 학교를 떠났다고 한다.

이 대학의 한 강사는 “차라리 예전 제도 아래서는 비록 보따리 장사지만 이 학교 저학교에서 몇과목을 맡아 2백만원 정도는 수입이 됐다. 그런데 설사 강의를 맡게 되더라도 150만원 정도이며 강의를 맡는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고 정부의 탁상행정을 비난했다.

모 국립대 강사인 이모씨는 강사법 적용으로 해외로 나가는 강사들의 사례를 언급했는데 국내 강의가 어려워지자 이들은 중국 대학 내 연구소로 가 중국 교수들 저서를 번역해 한국에 출판하는 일을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 강사는 "평생 공부해서 중국 교수 X 닦으러 가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미래의 유능한 학자를 버리고 있다"고 개탄했다.

또 다른 대학의 관계자는 결국 강사법 시행은 학문 연구자의 밥줄을 끊는 행위이며 장기적으로는 대학원 진학 수요를 줄이게 돼 대학에게도 매우 불리한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교육부는 과연 대학 현장에서 일어나는 이 같은 일들을 알고는 있는지. 강사들 처우 개선해준다는 일차원적인 탁상행정으로 얼마나 많은 일들이 파생되고 있는지 알기나 하는 것인지. 교육부 공무원 본인들이 만약 평생 학문연구에 몸담았고 교수가 되기 위해 청춘을 바쳤다가 하루아침에 무직자로 내몰린다면 과연 이런 강사법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우문현답’. ‘우리의 문제해결은 현장에 답이 있다’. 정책당국자들은 우선 현장에 나가서 실태파악부터 하고 개정안 시행을 하든지 말든지 결정해야 할 것이다.

< 한국대학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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