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기 광주교대 전 총장(교육학과 교수)

2012년 현재 우리나라 사립대는 대학의 85.4%, 대학생의 76.4%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구조개혁방안을 제시할 때 국립과 사립을 구분하여 명확하게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향후 우리나라는 중국, 러시아, 독일과 함께 18세에서 22세 사이의 인구가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할 나라이므로 수요 감소에 대비해 부실 사립대학을 퇴출시켜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가 공감하는 것 같다.

그런데 영국문화원 보고서가 밝히듯이 우리의 경우와 달리 세계적으로는 대학 취학 연령대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베트남, 나이지리아 등에서 국내 대학이 제공하지 못하는 질 높은 고등교육을 찾아 떠나는 유학생이 급증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함께 통일이 되면 2020년에는 300만을 넘어설 북한의 대학 취학연령 학생들의 교육 수요, 수명 연장과 재취업 증가에 따른 고등 교육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대학진학 인구 감소에만 초점을 맞추어 기존의 사립대를 없애는 쪽으로가 아니라, 우리 사립대학의 강점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새로운 수요에 부응할 수 있도록 과거 수출 기업에 했던 것처럼 사립대를 지원하는 쪽으로 구조개혁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미래 지향적인 접근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국립대학을 통한 고등교육 해외 수출이나 유학생 유치는 크게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의 사립대학은 최근 들어 갑자기 사립대생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인도(59%)나 브라질(약 80%)을 포함한 신흥시장 국가들의 사립대와 달리 역사가 오래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미 상당수가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또 하나 우리나라는 사립대학 비중이 아주 높지만 사립대 모두가 비영리형이고, 다른 나라와 달리 사립대 이공계 학생 비율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인 체제를 갖추고 있다. 고등교육 수요가 급증하는 신흥시장 국가에서 가장 크게 부족을 느끼는 분야가 이공계 분야이기 때문에 향후 우리나라 사립대학들이 해외분교 설치, 협동 프로그램 운영, 교수자원 해외 파견, 외국 학생 유치 등에서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사립대학들이 이상의 미래 수요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규제 방식을 이원화하고, 수출기업에 대한 국가 지원과 같은 맥락의 고등교육 수출 지원 정책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그 하나의 방안으로 ‘세계수준사립대학 지원정책’을 제안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사립대학을 동일한 잣대로 규제하다 보니 외국 학생 유치나 해외로 나가고자 하는 우리 학생을 국내로 유치하는 데 필요한 경쟁력 확보에서 우수한 사립대학이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없었다. 이러한 문제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자체 재정확보 수준, 교육여건, 국제화 지표 등등에서 국가가 정한 기준을 넘어선 사립대학을 ‘세계수준사립대학’으로 지정하고 이 대학들에 대해서는 세계적인 수준의 대학이 되는 데 장애가 되어온 등록금 간접 통제를 포함한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시키며 필요한 지원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이 사립대학들은 세계 다른 나라의 대학과 충분히 어깨를 겨룰 수 있을 것이다. 대신 이 대학의 국내학생 정원은 현재의 3분의 2 정도로 줄이고 그 자리를 외국 학생으로 채우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명문 사립대학 국내 정원 감축분이 다른 대학으로 돌려지기 때문에 지방대학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교육기회균등, 대입경쟁 심화 등의 부작용에 대한 대응책은 함께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대학 국제경쟁력 강화를 통한 교육수지 개선, 고급인력 취직난 완화, 미래 고급인력 국내 유치,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지방대학 활성화 등을 위해서라도 수세적인 구조개혁 정책뿐만 아니라 보다 공세적인 사립대학 구조개혁 지원 정책도 병행하기를 기대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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