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한국대학신문 공동기획 <2>"나는 이렇게 리더가 됐다"

‘우리 사회의 썸바디(Somebody)가 되느냐 노바디(Nobody)로 그치느냐.’각계 리더를 선점하기 위한 대학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요직의 리더를 배출해 냄으로서 대학의 명성을 높이고 사회적 영향력을 키우는 것, 대학들이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는 ‘우수 인재 양성’의 실체다. 각 대학마다 리더십 교육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여성 리더 육성을 겨냥한‘여성인력개발’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될성부른’리더를 키우려는 노력이 눈물겹다. 그렇다면 이제는 이공계 리더 육성을 준비할 때다. 가장 민감한 기업계에서부터, 이공계 리더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각계에서 이공계 리더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음도 감지된다. 한양대-한국대학신문 공동기획 두 번째 시리즈“나는 이렇게 리더가 됐다”에서 본지는 이공계 출신의 리더십은 어떻게 키워지는지. 그들의 리더십은 어떤 방식으로 실현되는지. 대표적 이공계 출신 리더에게 들었다. KTF • KT 대표이사, 정보통신부 장관을 거쳐 지금은 광운대 총장으로 기업과 정부에 이어 대학 운영에 까지 도전한 이상철 광운대 총장,‘건국 이래 첫‘여성’정부 출연연구기관장‘으로 이공계 출신이자 여성 리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정광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을 만났다. “나는 이렇게 리더가 됐다.” <편집자> ============================================= 이상철 광운대 총장 정보통신 기술을 경영에 접목해 성공 이공계 출신, 복잡•다변화 사회에 각광 학제적 교류 통한 케이스별 스터디 강조
“기본적으로 엔지니어들이‘선견(先見), 선결(先決), 선행(先行)하는 3先경영’에 유리하다. 작은 싸인이라 도 먼저 볼 줄 아는 기술이 있으니 선견이 가능하고, 선지(先知)가 있으니 선결 가능하다. 선결했으니 선행하는 건 당연하지 않나. 사회가 스피드하고 복잡하게 돌아갈 때는 이공계 출신 리더들이 유리하다.” 이상철 총장은 KTF•KT 대표이사, 정보통신부 장관을 거쳐 광운대 총장까지 기업과 정부를 거쳐 대학에 까지 다양한 분야 리더로 활동해왔다. 하지만 기반은 이총장 스스로가‘정보통신기술’에 뿌리를 둔 전문가라는것. IT특성화에 무게를 둔 광운대에서도 그의 리더십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수들도 생각지 못한 최신의 정보통신 기술 흐름을 읽고 이를 경영에 접목할 뿐 아니라 기업과 정부 관계자를 직접 연결하는 등 IT 대학 운영에‘실질적인 힘’이 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 총장을 중심으로, 상용화 단계에 있는 와이브로(Wireless Broadband Internet : 이동하면서도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무선 휴대인터넷)를 광운대에서 시범운영해 장단점을 피드백하는 방안을 기업과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성공한 이공계 리더십으로 꼽히는 이 총장은“똑똑하고 완벽한 이공계 출신들은 리더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개 리더가 된 사람들은 완벽주의와는 거리가 먼,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빈 공간을 갖춘 사람”이라는 것이 그의 리더론이다. 이 총장 자신의 경우 태생적으로 갖춘‘감성’으로 빈공간을 메울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최근 각광받는‘감성경영’에 근접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이 총장은 리더가 되기 위해 겸손함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는 데서 나온 겸손함은 상대에게도‘나와 당신과 차이가 없다’는 동질감, 동류감을 줄 수 있다는 것. “KTF 사장으로 있을 때 1조원이 넘는 규모의 투자를 몇 차례 결정해야 했다. 이 과정에 내게 기술적 이해가 없었다면 고민과 갈등이 심했을 것이다. 이런 테크니컬한 의사결정에 나 자신이 이공계 출신이라는 게 큰 도움이 됐다.” 이 총장은 사회가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할수록 이공계 출신들이 각광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공계 출신 들은 하나의 현상을 보더라도 다각적으로 보는 연습을 꾸준히 해왔고, 문제에 대한 접근방식이 다양하다는 것은 그들이 가진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문제해결능력을 배가하기 위해 학제적 교류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한 분야에 능통하다고 해서 문제해결능 력을 갖췄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 그는“예를 들어 건물 붕괴사고가 났을 때 재난구제, 사태 원인 파악•해결, 유가족과의 갈등 해결, 사회적 측면의 문제, 예방책 제시 등 복합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학•사회학•경제학•심리학•정치학 등 복합적 사고가 필요하다”며 학제적 교류를 통한 케이스별 스터디를 강조했다. 이 총장은 그러나 이공계 인력들의 약점으로‘인화능력’을 꼽았다. 그는“타인과 팀이 되어 일하는 것은 곧‘협상’”이라며“남을 이해하면서도 자신이 얻을 것은 얻어야 하는데 이공계 출신이 협상 능력, 자기발표 능력이 다소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분석을 근거로 이 총장은 내년쯤 광운대 공대에 다학제적 프로그램과 협상 과정을 개설해 이공계 리더 교육을 실현할 계획이다. “ 겸손과 열정이 없으면 절대로 리더가 될 수 없다.‘ 왜’인지를 밝히고, 판세를 전환할 수 있으며, 핵심이 무엇인지 파악해낼 수 있는 인재를 키우는 것이 곧‘리더’를 키우는 것이다.” ================================================ 정광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 국내 최초 정부 출연 여성 연구기관장 ‘자신의 편견’리더성장 가장 큰 걸림돌 여성도 사회활동 등에 적극 참여해야
“사회에서 성공하는 사람은 자신의 전공에 대한 지식만 깊은 사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이 원활하고 공동 연구가 가능한 사람이다. 다양한 사회경험 및 활동을 통해 폭넓은 인적 네트워킹을 구성하라. 자신의 일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계•산업계 나아가서 세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광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이하 표준과학연구원)에게는‘국내 최초의 여성 정부 출연 연구기관장’이라 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지난 78년 표준과학연구원에첫 발을 들일 때도‘출연연 첫 여성 유치과학자’라는 기록을 낳았던 정 원장은 30년 가까운 표준과학연구원 생활 끝에 기관의 리더로 육성, 발탁된‘내부인사’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나면서부터 지도력이 있는 사람은 없다.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크고 작은 일들을 경영하며 성공과 실패를 경험해야 경영능력은 향상한다. 자신의 능력은 실제 그 자리에 도달하기 전에는 알 수 없다.” 정 원장이 자신의 삶을 통해 체득한 리더론이다. 스스로를 훈련시킬 기회가 왔다고 생각되면 서슴지 않고 도 전했다. “한국에서 여성 과학기술자로 일한다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지만“남보다 한 발 앞서가는 지혜가 있다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2년 전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직에 도전, 3배수 후보에도 들지 못했지만 재도전해 결국 여성 최초로 정부 출연연구소 원장이 된 데는 그의 도전 의식이 바탕이 됐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정 원장은 리더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스스로 여성에 대한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타인이나 사회가 입혀준 여성 지도력의 한계를 스스로에게 부과해온 것 같다”며“이런 자신의 편견이 내가 현장에서 부딪혔던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고 지적했다. 리더에게 필요한 소양으로는 열성과 끈기를 꼽았다.“2000년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회장직을 당시에는 친 목단체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지만 맡은 일을 최고로 하지 않고는 직성이 풀리지 않는 성격 때문에 열심히 일을 벌이고 활동하다 보니 여성과 과학자를 대표하는 리더가 돼 있었다”는것이다. 정 원장은 이공계 인력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으로는“자신의 연구에 몰두해 주변에 관심을 기울이려 하지 않는 것”을 들었다. 매몰된 만큼 시야가 좁아진다고 경고했다. 정 원장은“사회에서 성공하는 사람은 자신의 전공에 대한 지식만이 깊은 사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이 원활하고 공동연구가 가능한 사람”이라며“연구실에서 연구에 몰두하는 것이 연구원 본연의 모습이지만 자신의 일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계, 산업계 더 나아가 세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이공계 여성 리더를 꿈꾸는 학생들에게는 보다 전략적으로 전공을 선택하기를 주문했다. 정 원장은 “박사학위를 갖고도 취업하지 못하는 여성이 많아졌지만, 여성을 채용하려는 기업 입장에서는 적절한 인력을 찾기가 마땅치 않아 곤란을 겪는다”며 이공계 여학생들의 전공이 의•약학, 전산, 생물학 등 일부에 편중된 것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았다. “여성도 자신의 일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학회나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해 새롭게 대두되는 여러 분야의 학문적 발견에 폭넓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변화된 시각으로 미래를 모색한다면 막힌 고속도로가 확 뚫리듯 그동안 묵묵히 연구에 정진해 온 젊은 여성 과학자들 의 활동 성과가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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