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최성욱 기자] ‘5 대 95’

교육부에 대학정책과 교육과정을 자문해 온 한 사립대 교수가 바라본 대학원대학에 대한 인식이다. 정상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곳이 5%라면 부실한 학사관리와 학위 남발 등 불법·편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 95%라는 얘기다.

이 교수는 95%의 대학원대학을 지목하면서 “솔직히 말해 수업 안 하고 학위 팔아먹는 기관 아니냐. 교육부가 관리·감독을 안해서 그렇지, 학위논문들도 죄다 표절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내의 한 대학원대학 총장조차 “알음알음으로 겨우 학생 유치해 장학금 펑펑 쏟아붓는데 목적이 뻔하지 않나”며 학사관리에 대해 묻자 “제 얼굴에 침 뱉기”라며 답변을 꺼렸다.

대학원대학은 학부과정 없이 석·박사학위과정만 운영하는 고등교육기관으로 전국에 42곳이 있다. 1995년 전후로 대학설립인가 요건이 완화되면서 우후죽순 생겨났다. 빌딩 한 채, 사무실 몇 개만 있으면 대학원대학을 세운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인가절차가 허술하다. 

지난 1일 단축수업, 출석부 허위기재 등 국제문화대학원대학 감사결과가 공개되면서 대학가에선 대학원대학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극소수의 대학원대학을 제외하면 최고 학위기관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게 똑같은 석·박사학위과정을 운영하는 4년제 대학 교수들의 하나같은 인식이다. 학위 수여·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관리·감독 돼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제문화대학원대학의 ‘퇴출’을 결정하면서 교육부는 스스로 “대학원대학이 그간 고등교육정책의 사각지대에 있었다”고 자인하는 촌극을 벌였다. 

실제로 교육부와 감사원 감사를 통해 드러난 대학원대학의 운영실태는 낯을 붉히게 만든다. 오죽하면 송용호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이 “코스워크, 논박 어느 것도 아닌 학위 남발기관일 뿐”이라며 구조개혁의 칼을 빼들었을까. 송 위원장은 서류상으로만 학생을 등록시켜 놓고 적당한 시점에 학위를 수여해온 몇 군데 사례를 알고 있다고 했다.
 
일부에선 대학원대학이 평생교육기관 아니냐는 시선마저 보내고 있었다. 부장급 이상의 고위공직자들이 임기 중에 손쉽게 박사학위를 취득해 슬그머니 대학 강단에 서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학원대학은 훗날 교수 자리나 승진을 위한 일종의 ‘면허(학위)학원’처럼 운영돼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는 “올 연말까지 대학원대학의 운영상황을 총점검한 후 질 관리 방안을 내놓겠다”며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입장이다. 뒤늦게나마 관리·감독에 나선 것은 환영할 일이다. 더불어 교육부가 지난 8여년 동안 대학원대학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돼 온 사실을 알면서도 눈감아온 배경까지 이참에 낱낱이 밝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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