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본지 논설위원·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범죄문제에 쏟아지는 언론의 관심은 지대하다. 아마도 독자나 시청자의 관심을 사고 또 팔아야 하는 언론으로서는 잠재적 소비자인 시민대중들의 관심사를 놓칠 리가 없다. 과거 기아와 전쟁이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였던 것이 기아와 전쟁의 두려움이 많이 해소된 지금은 개인의 안전에 대한 욕구, 즉 범죄가 가장 중요한 개인의 욕구요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기에 범죄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고 했듯이 언론의 지나친 관심과 그로 인한 무분별한 보도는 우리 사회에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누군가는 이러한 언론의 범죄보도를 또 다른 범죄, 범죄보도의 범죄라고 하며, 그래서 심하게는 이처럼 무분별하게 범죄를 보도하는 언론을 또 다른 가해자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간단하다. 언론은 우리사회에 주는 순기능도 많다. 범죄와 관련해서도 국민들로 하여금 범죄피해의 실상을 깨닫게 해주고, 범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범죄예방과 안전을 위한 정보와 방법을 전파하고, 상대적으로 소외된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지지와 지원을 끌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의 대중언론은 이러한 언론의 순기능보다는 보도의 선정성, 폭력성 등으로 인한 역기능으로 비판받고 있다. 보도를 통해서 범죄를 예방하고 사회의 안전을 도모하기 보다는 첫째는 언론이 범죄를 가르치고 있다. 지나칠 정도로 빈번하고 자세한 범죄수법의 보도는 잠재적 범죄자로서 언론소비자들에게 범죄에 대하여 둔감해지게 하고(Desensitization), 죄의식을 중화시키며(Neutralization), 범죄와 폭력의 하위문화(Subculture of violence)를 배양하고(Cultivation) 그 틀에 가두게 하여(Priming)범죄의 학습과 모방범죄를 부추기기도 한다. 이는 곧 언론이 범죄의 해결책(Cures for crime)이 아니라 범죄의 원인(Causes of crime)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언론학계와 범죄학계에서는 폭력적 언론에의 노출과 폭력행위의 인과관계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부분적으로는 인과관계가 확인되기도 하였지 않은가.

더 큰 문제는 언론의 역기능이 범죄의 원인만 제공하는데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법원에 의하여 유죄가 확정되기 전에는 모든 헌법적 권리가 보호되는 무죄 추정의 원리가 적용되어야함에도 불구하고 미리 범인으로 확정, 보도하여 사회적 낙인을 가고 신상을 보도함으로 인격살인과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 가해자의 경우는 그나마 사회적 공분이라는 명분일하도 있지만 벼락에 맞는 것처럼 ‘잘못된 시간(wrong time)’과 ‘잘못된 장소(wrong place)’에 있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고한 피해자가 된 불행한 사람들에게는 아무 잘 못도 없음에도 범죄자체의 피해도 억울한데 언론보도로 인하여 ‘2차 피해(Secondary victimization)’를 당하게 된다. 피해자의 신상이 그대로 노출됨으로서 자신과 가족의 명예를 훼손당하고, 피해자임에도 피해를 자초하거나 유인하거나 촉발한 당사자로서 비난을 받기도(Victim blame) 한다. 범죄피해의 원인으로 가족과 피해자의 행동을 거론하는 등 성폭력범죄에 대한 잘못된 인식, 즉 강간의 통념(Rape myths)을 조장하기도 한다.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심지어는 피해자에 대한 편견을 부추기고, 사회적 낙인을 가하여 주류사회와 문화로부터 배제(Exclusion)시키는 왕따(Bullying)를 가하기도 한다.

언론의 범죄보도가 이렇게 범죄와 직접 관련된 사람들에게만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바로 국민들에게 사실 이상으로, 필요 이상으로, 어쩌면 불필요한 정도로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범죄에 대한 두려움(Fear of crime)을 전파한다는 사실이다. 지나친, 때로는 왜곡된 언론의 범죄보도가 범죄정보가 제한된 국민들로 하여금 언론보도를 그대로 수용하게 함으로 국민들을 범죄에 지나치게 몰입시키고 있다. 실제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사회의 범죄와 범죄피해 현실은 침입강도를 당한 사람은 전체의 4%, 노상강도와 소매치기를 당한 사람도 10% 정도에 지나지 않는 수준임에도, 조사대상자의 70%가 범죄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높은 수준의 두려움은 국민들에게 우리사회를  ‘불안하고, 위험하며, 믿을 수 없는 세상(Mean world)’이라는 세계관을 심어주어 범죄현실을 왜곡시키기도 한다. 왜곡된 범죄의 두려움은 국민들로 하여금 가고 싶은 곳을, 가고 싶은 시간에 가지 못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은 시간과 장소에서 하지 못하게 하여 우리의 삶의 질(Quality of life)을 필요 이상으로 저하시키게 된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언론이 범죄보도를 통해 국민들의 불안감을 조성하고, 범죄정보와 심리적 안정을 얻고자 하는 국민들에게 상품화된 기사를 팔고 있지는 않은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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