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직 전주비전대학 총장 “교육은 가난의 대물림을 끊는 가장 좋은 방법”

*** 박근혜정부 들어 전문대학이 고등직업교육 중심기관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전문대학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각 대학을 이끌고 있는 총장들의 리더십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4년제 대학과 비교해 전문대학 총장들의 리더십에 대한 분석과 조명은 활발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본지는 탁월한 역량으로 대학 발전을 이끌고 전문대학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있는 총장들을 매주 한 명씩 찾아 그의 리더십을 집중 조명한다.<편집자 주>

3년만에 취업률 50%에서 80%로…교육환경과 시스템의 혁신 꾀해

 

[한국대학신문 백수현 기자] “총장님이요? 구성원들을 위해 헌신하는 분이시죠. 대외적으로는 ‘혁신’적인 면이 많이 부각됐지만, 그 혁신도 구성원들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마음이 없다면 결코 가능하지 않았을 겁니다.”

한우용 전주비전대학 취업지원처장은 홍순직 총장에 대해 “학생, 교수, 직원들을 위해 헌신하는 리더십의 표상”이라고 말한다. 이는 홍 총장이 평소 강조해온 “솔선수범하는 리더가 학교 구성원들의 역량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는 대학경영철학과 일치한다.

홍 총장은 ‘교육’의 힘을 믿는다. 대물림되는 가난의 끈을 끊을 수 있는 방법 또한 교육에 있다고 믿고 있다. 그는 “생활보조비를 지원하는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교육에 대한 지원이 가난의 대물림을 끊는 장기적으로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교육에 대한 믿음과 솔선수범의 자세가 전주비전대학이 그야말로 ‘비전’있는 대학으로 변화하는 원동력이 됐다.

■ 청소하는 총장님, 변모한 구성원 = 홍 총장 취임 몇 년 전 전주비전대학은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 있었다. 한 관계자는 “전주공업대학 시절에는 꽤 괜찮은 학교로 인정받던 우리 대학이 IMF를 겪으면서 형편없는 대학으로 전락했다. 더불어 교직원들과 학생들 역시 패배주의에 물들었다”고 당시를 회고한다.

패배주의와 무기력에 빠진 구성원들이 변화하게 된 계기는 바로 홍 총장의 취임이었다. 그의 리더십은 학교를 변화시켰다. 홍 총장은 “동국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등에서 강의한 경험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 전주비전대학에 대해서는 취임하기 전까지 잘 알지 못했다. 총장으로 오게 된 것도 학교 재단인 신동아학원 이사장이셨던 고 하용조 온누리교회 목사님의 권유가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홍 총장은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부이사관과 삼성SDI 부사장 출신이다.  관·재계 출신인 그는 대학이라는 새로운 무대 위에 ‘혁신’의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이 ‘청소’였다. 실습실은 물론이고 화장실 변기, 복도 유리창을 고무장갑을 끼고 철수세미로 직접 문질렀다. ‘청소는 기본’이고, ‘학생들이 더러운 환경에서 공부하고 그 상황에 적응되면, 기업에 가서도 같은 생활습관을 유지하게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청소시간도 학생들의 수업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자정부터 새벽 2~3시를 선택했다. 그렇게 3주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학교 안에는 ‘총장님의 청소’ 소문이 퍼졌고, 이는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변화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학생식당의 식탁도 바꿨다. 천편일률적인 일자형 식탁이 아니라 서로 대화하며 식사할 수 있는 원탁형 식탁으로 교체했다. 식사시간에는 근로 장학생에게 피아노 연주를 하게 하고 식사의 질도 높였다. 학교에서 대접받지 못하는 학생은 사회에 나가서도 대접받지 못한다는 홍 총장의 교육철학이 대학의 환경을 하나둘씩 바꿔 나갔다.

▲ 국가고시자격증반 학생들을 찾아 격려하는 홍순직 총장.

■ 취업역량 높이기 위한 방과후교육 진행= 홍 총장의 취임 전인 2010년 전주비전대학의 취업률은 50.2%. 이는 전국 108위 수준이었다. 그러던 것이 2011년 66.6%(전국 42위)로 상승했고 지난해 72.2%(전국 10위)까지 오르더니 올해는 80.1%를 기록했다. 이는 전북지역 4년제와 전문대학 19개 대학 중 1위, 전국 147개 전문대학 중 7위에 해당하는 성과다.

획기적인 취업률 향상의 기반에는 안정적인 교육환경 조성과 더불어 탄탄한 교육시스템이 있다. 먼저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취업지원처를 신설했다. 취업지원처의 첫 책임자가 된 한 처장은 “학생들이 일 할 수 있는 좋은 직장을 발굴하기 위해 총장님, 교수들, 직원들 가릴 것 없이 발 벗고 뛰어 다녔다. 한 달 한 달 달라지는 취업률과 학생들의 기뻐하는 모습에 힘든 줄도 모르고 뛰어다녔다”고 말했다.

정규교육만으로는 학생들의 역량을 끌어올리기 역부족이라는 판단에 정규수업이 끝난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의 시간을 활용해 방과후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의 학업수준과 목표에 따라 삼성, LG 등 대기업에 취업하기 위한 대기업반을 비롯해 중소기업반, 해외 취업반으로 나눠 수업을 했다. 이외에도 영어 성적을 올리기 위한 토익반과 전공별 국가자격증 취득을 위한 특별반도 운영했다.

물론 이런 교육이 처음부터 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정규수업이 끝난 학생들을 학교에 잡아두는 것부터가 어려운 일이었다. 홍 총장은 학생들의 학업의지를 북돋우기 위해 묘안을 냈다. 요일마다 치킨, 피자, 빵 등 질 높은 간식을 제공했다. 이때에도 홍 총장의 리더십은 힘을 발휘했다. 홍 총장은 “사실 대학도 재정이 넉넉지 않다. 매일매일 다른 간식을 제공하기 위해 닭고기 전문업체인 하림의 회장을 무작정 찾아가기도 하고 동문들을 직접 설득해 지원을 받기도 했다. 이도 모자라 사비를 보탰고 교직원들도 도왔다”고 말했다.

■ 면접장소까지 동행하는 총장 ··· 면접교육도 직접 = 홍 총장의 이런 노력은 ‘학교도 고객만족경영이 필요하다’는 교육철학에 기반한다. 대학에서의 제1의 고객이란 결국 학생과 학부모를 의미한다. 제2의 고객은 바로 기업이다. 홍 총장은 “학부모들이 소중한 자식을 대학에 보낼 때는 대학에 기대하는 것이 있다. 결국 학부모가 원하는 것은 자식이 좋은 기업에 취직하는 것 아니겠나. 우리 대학이 학생 취업을 위해 노력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 홍순직 총장이 LG디스플레이에 취업한 졸업생들을 방문해 격려하고 있다.
취업지원정책의 핵심인 한 처장은 “총장님은 수요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연구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신다. 이를 증명하는 것이 바로 인성교육이다. 우리 대학은 단순 취업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정말 괜찮은 사회인으로 성장하게 하기 위해 봉사정신, 끈기, 예절 등도 철저히 교육한다”고 설명했다.

홍 총장은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직접 뛰어다닌다. 전주비전대학 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필기시험, 면접시험을 보러 갈 때는 지도교수 혹은 홍 총장이 동행해 시험장으로 향한다. 홍 총장은 “어른이 옆에 있으면 학생들이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아 시험을 잘 볼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도 ‘총장 혹은 교수가 동행할 정도의 학생이면 인재가 아니겠느냐’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홍 총장은 미용학과의 한 학생이 서울 일류호텔 내에 위치한 미용실에 취업시험을 치르러 갈 당시 홍 취업처장, 지도교수를 데리고 직접 동행했다. 학생이 화려한 미용실의 모습에 심리적 압박을 받을 것을 우려한 홍 총장은 사전에 미용실을 구경시켜서 마음을 안정시키고, 커피숍에서 면접 예행연습을 지도했다. 면접 질문 9개 중 사전교육 시 연습한 7개의 문제가 적중했다. 학생은 취업에 성공했다.

27년째 전주비전대학에 근무하고 있는 이규태 기획실장은 홍 총장의 리더십을 ‘따뜻한 카리스마’라고 정의한다. 이 실장은 “총장님이 누구보다 빨리 대학을 개혁하셨지만 앞만 보고 일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옆도 보고 뒤도 보면서 혹시 지친 구성원들이 없는지 꼼꼼히 살피신다. 이러한 따뜻함이 구성원들이 하나로 뭉치게 하는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홍 총장은 취임 당시 구성원들을 독려하며 “몇 년 안에 우리 대학에 떨어진 학생들이 인근 4년제 대학에 가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은 현실이 되고 있다. 

“총장님이 워낙 발로 뛰어다니시는 분인데다, 아침 일찍 회의를 하고 방과후수업을 운영하는 등 업무도 많아 대학에서 일하는 우리가 굉장히 힘들 거라고 말들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바로 ‘대내외적으로 높아진 대학 위상’ 때문이다. 사실 교직원도 일이 적으면 몸이야 편할지 모르지만, 소속대학이 발전을 못하면 본인도 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모든 구성원들이 우리 대학에 대한 자긍심으로 충만해 몸은 좀 힘들어도 행복하다. 총장님의 리더십이 우리 대학을 변화시켰고, 구성원인 우리를 변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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