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발전계획 체계적·연속적 추진 강점

“구성원 의사와 평가 바탕으로 연임돼야”

[한국대학신문 민현희·손현경 기자] 최근 전국 대학에서 현 총장이 연임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한 명의 총장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대학을 이끌어가는 게 학교 발전에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대학가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구성원의 엄정한 평가와 동의를 바탕으로 하지 않은 총장 연임은 오히려 대학 발전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최근 3년간 30여명 총장 ‘연임’ = 22일 대학가에 따르면 2011년부터 올해 11월 현재까지 3년 동안만도 30여명에 달하는 총장이 연임했다.<아래 표 참조> 특히 몇몇 대학에서는 한 총장이 3번 이상 임기를 이어가고 있기도 하다.

먼저 2011년과 지난해에는 김희수 건양대 총장, 박재규 경남대 총장, 김혁종 광주대 총장, 신일희 계명대 총장, 유병진 명지대 총장, 강우정 한국성서대 총장, 김형태 한남대 총장, 함기선 한서대 총장, 김인종 원광보건대학 총장, 성시종 원광디지털대 총장 등이 또 한 번의 임기를 시작했다.

이어 올해에는 박영식 가톨릭대 총장, 부구욱 영산대 총장, 김병식 초당대 총장, 채수일 한신대 총장, 강희성 호원대 총장, 전지용 경복대학 총장, 이호성 영남이공대학 총장 등이 연임하며 새로운 임기를 맞았다. 이와 함께 김윤배 청주대 총장은 지난 13일 열린 이사회에서 연임이 결정됐고 홍덕률 대구대 총장, 허향진 제주대 총장 등은 차기 총장후보 선출 선거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어 연임이 유력하다.

눈에 띄는 부분은 이들 중에는 대학 개교 이래 처음으로 연임한 총장도 있다는 점이다. 김병식 총장, 김형태 총장, 채수일 총장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와 함께 성시종 총장은 원광디지털대 11년 역사 중 절반이 넘는 6년을 총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연임에 연임을 이어온 장수 총장들도 눈길을 끈다. 특히 박재규 총장과 신일희 총장은 30년 가까이 총장직을 수행해온 ‘국내 최장수 총장’으로 손꼽히고 김희수 총장, 김혁종 총장, 부구욱 총장, 강우정 총장, 함기선 총장, 강희성 총장 등도 10년 이상 총장을 맡아 대학을 이끌고 있다.

■ ‘대학 발전의 연속성’ 강점 = 대학 관계자들은 이처럼 연임 총장이 증가하고 있는 핵심 이유로 ‘대학 발전의 연속성’을 든다. 유능한 총장이 비전 수립부터 실현까지의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지휘하는 게 대학 발전에도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지방 한 대학 총장은 “대학 발전 계획 대부분은 단기간에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니다. 겨우 성과가 나타날 만하면 어느새 임기 말이고 신임 총장은 또 나름의 계획이 있기 때문에 전 총장이 추진해왔던 일에는 관심을 쏟기 어렵다”며 “이 같은 상황이 4년마다 벌어진다면 대학 발전은 되다, 말다만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배 선문대 기획처장은 “역량이 뛰어난 총장의 연임은 대학 발전에 탄력을 더한다. 학내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어 효율적 조직 구성과 발전전략 추진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유능한 총장이 연임하며 장기적으로 대학을 이끌면 학교 발전에 다양한 시너지가 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연임 총장 상당수는 취임 시 제시했던 대학 발전 전략을 차근차근 실현해나가고 있다. 김병식 총장의 경우 2009년 취임 직후 중·장기 발전 계획인 ‘점프업(Jump Up) 프로젝트’를 수립하고 대학 특성화, 일반대 전환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초당대는 지난해 항공운항계열을 신설하고 올해는 산업대에서 일반대로 새롭게 출발하는 등 발전 계획을 하나하나 이뤄나가고 있다.

같은 해 취임한 전지용 총장은 교육과정과 교육환경 개선에 역점을 둬왔다. 특히 경복대학은 2009년부터 올해까지 순차적으로 학내 전체 강의실 117곳에 전자칠판을 도입했고 지난달에는 포천캠퍼스 기숙사를 개관했다. 이 대학 신효영 미디어지원실장은 “총장이 연임하다보니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이를 강하고 일관적으로 추진할 수 있어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 이사회 일방적 연임 결정은 ‘독’ = 그러나 총장 연임이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구성원의 동의를 바탕으로 하지 않은 연임은 오히려 구성원 간 분란을 일으켜 대학 발전을 가로막는 ‘독’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청주대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대학 이사회는 지난 13일 만장일치로 김 총장의 4연임을 의결했으나 교수회는 ‘연임 무효’를 주장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9일 성명서를 통해 “교육과 연구 경력이 없는 김 총장이 2001년 취임한 뒤 청주대는 발전은커녕 제자리걸음과 퇴보만을 거듭했다”며 “학교 설립자의 후손이라는 이유만으로 김 총장의 16년 장기집권을 허락한 이사회의 총장선출은 무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교수회는 이사회가 승인하면 총장의 중임을 허용하는 사립학교법에 대해 총장의 무제한적 연임이라는 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고 헌법소원까지 제기하겠다는 방침이어서 당분간 학내 갈등이 이어질 전망이다.

때문에 대학 관계자들은 총장 연임은 대학 구성원과의 소통과 총장의 역량에 대한 엄정한 평가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구성원 투표 없이 이사회에서 총장을 임명하는 대학은 구성원의 의사를 반드시 반영해 투명하게 재선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지방 한 대학 교수는 “연임 결정에 앞서 총장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학의 발전이 아닌 후퇴를 불러올 수 있다”며 “재선임될 만한 능력·열정을 갖고 있는지, 지난 임기 때보다 발전된 모습으로 대학을 운영해 나갈 수 있을지 등을 면밀하고 꼼꼼하게 살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총장 연임으로 더욱 발전하고 성장하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발전에 저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총장과 구성원 간의 맞춤이고 소통이다. 총장 연임은 대학 구성원의 의사를 바탕으로 결정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표]최근 3년간 연임 총장 현황 (출처: 각 대학, 대학명 가나다 순)

구분 총장 대학  현재 임기  최초 취임 시점
일반대학 박영식 가톨릭대 2013.03.01~2017.02.28 2009.03.01
  김희수 건양대 2011.01.30~2015.01.29 2001.01.30
  박재규 경남대 2011.02.08~2015.02.07 1986.02.27
  신일희 계명대 2012.07.06~2016.07.05 1978.03.01
  김혁종 광주대 2011.05.01~2015.04.30 2003.05.01
  장호성 단국대 2012.02.18~2016.02.17 2008.02.18
  유병진 명지대 2012.01.01~2015.12.31 2008.01.01
  최영철 서경대 2011.02.01~2014.01.31 2008.02.01
  심화진 성신여대 2011.08.11~2015.08.10 2007.08.11
  김유성 세명대 2012.04.11~2015.04.10 2008.04.11
  부구욱 영산대 2013.02.13~2017.02.12 2001.02.15
  존 앤디컷 우송대 2012.08.23~2014.08.19 2009.01.01
  김윤배 청주대 2009.12.27~2013.12.26 2001.12.27
  김병식 초당대 2013.03.01~2015.02.28 2009.03.01
  강우정 한국성서대 2012.03.01~2016.02.29 2000.03.01
  김형태 한남대 2012.03.01~2016.02.29 2008.03.01
  함기선 한서대 2012.03.01~2016.02.29 2000.03.01
  채수일 한신대 2013.09.01~2017.08.31 2009.09.01
  서강석 호남대 2012.10.29~2014.10.28 2010.10.29
  강희성 호원대 2013.01.15~2017.01.14 2001.01.15
  조무제 UNIST 2011.09.01~2015.08.31 2007.09.01
전문대학 전지용 경복대학 2013.09.02~2017.09.01 2009.09.02
  정무남 대전보건대학 2012.07.30~2016.07.29 2005.07.30
  장호익 동원과학기술대학 2012.03.01~2015.02.28 2009.03.01
  이호성 영남이공대학 2013.03.01~2017.02.28 2009.03.01
  최성식 용인송담대학 2013.08.01~2017.07.31 2009.08.01
  김인종 원광보건대학 2011.09.01~2015.08.31 2007.09.01
사이버대 김지철 세종사이버대 2012.04.02~2014.04.01 2010.04.02
  성시종 원광디지털대 2011.03.01~2015.02.28 2007.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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